AI 시대, 노동의 소외와 해방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한겨레가 이번 주 월요일부터 4회에 걸쳐 연재 중인 ‘AI시대, 위협받는 시민권’의 첫 기사 ‘잠식당하는 일할 권리’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의 불안감이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신입 사원이 담당하던 기초적인 실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채용을 중지하거나 최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청년들이 실무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이른바 주니어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노동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 세대의 노동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은 이미 효율성을 이유로 신입 사원들이 수행하던 기초 업무 상당 부분을 AI로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청년 노동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기술의 학습 속도가 인간의 경력을 앞지르면서, 수십 년간 숙련도를 쌓아온 경력직조차 더 이상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창의적 직무나 복합적인 현장 판단까지 AI가 모방하기 시작하면서, 노동 시장 전반에 걸쳐 유례없는 구조적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AI의 영향력은 단순 반복적인 생산직을 넘어 고도의 지적 판단이 필요한 사무직 영역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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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일자리 대체 (PG) (이미지=연합뉴스)


AI가 인간 일자리를 빠르게 잠식하면서 노동자들은 마르크스가 경고했던 '노동의 소외'를 뼈아프게 절감하고 있다. 노동은 본래 인간의 자아를 실현하는 숭고한 과정이어야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하의 기계 도입은 노동자를 생산물과 노동 과정으로부터 분리시킨다. AI 시대에 이 소외는 더욱 정교해진다. 노동자가 평생 쌓아온 노하우는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추출되어 AI 학습의 재료가 되고, 완성된 AI는 다시 노동자를 통제하거나 대체하는 적대적인 힘으로 돌아온다. 결국 노동자는 자신의 기술로부터 소외되고, 생산의 주체가 아닌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


소외는 단순히 일자리를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겨진 노동자들의 삶까지 파고든다. 피지컬 AI와 협업하는 현장에서는 인간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최적화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리듬이 아닌 로봇의 속도에 맞춰 움직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노동의 주체성은 사라지고 오직 수치화된 효율성만 남게 된다. 동료와의 소통과 연대보다는 기계 인터페이스와의 상호작용이 중심이 되면서, 인간관계로부터의 소외 또한 심화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은 자신의 본질적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정서적 고립과 고용 불안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극적 전망도 나름대로 의미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기술이 가져온 해방의 서사 또한 목격해 왔다. 기술은 인간을 단순하고 고통스러운 육체노동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며,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가를 선사해 왔다. 과거 세탁기와 가전제품의 보급은 가사 노동에 묶여 있던 여성들을 부엌에서 해방시켜 사회 진출의 문을 열어주었다. 마르크스가 소외를 자본주의의 필연적 종말로 해석했다면, 현대의 우리는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노동의 고통을 덜어주는 해방의 도구로 재해석할 수 있다. 피지컬 AI 역시 인간을 위험하고 힘든 현장에서 구해낼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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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 오후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생활용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무인 소방로봇'이 처음으로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음성=연합뉴스)


자본주의적 불평등과 소외의 문제는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AI 기술 자체는 분명 인간을 저숙련·고위험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있다. 로봇은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을 들고 위험한 환경을 대신함으로써 노동자의 신체적 안전을 보장한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이 '기계처럼 일하는 것'을 멈추고, 더 창의적이고 감성적이며 인간다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즉, AI는 노동의 소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노동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본질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결국 기술이 소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사회 체제와 운영 방식이 소외를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노동의 소외에서 노동의 해방으로 넘어가는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필요한 것은 기술로 인한 실직이나 채용 절벽에 대한 공포나 거부가 아니라, 기술 도입 과정에서의 민주적 합의와 건강한 수용이다. AI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부가 사회적 후생 증진과 자아실현의 도구로 활용할 때, 피지컬 AI는 소외의 원인이 아닌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것이다. 비극적 전망을 넘어서 기술과 공존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새로운 사회 계약을 준비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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