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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사색가 Jan 29. 2023

명절연휴, 코로나 격리생활 후기

오랜만에 집 안에서만 보낸 시간, 그리고 새로운 깨달음

오늘 야근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몸이 피곤하지..

퇴근해서 옷만 갈아입고 씻지도 않고 거실 마루바닥에 잠시 몸을 붙였다. 

난방을 켜두었더니 등판에 느껴지는 따뜻함이 기분 좋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목과 어깨가 더 쑤신 느낌이다. 

밥은 나중에 먹더라도 이렇게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야지.


"자더라도 일단 밥은 먹고 자야지"

와이프의 한마디에 벌떡 일어났다. 피곤한 몸 속으로 일단 밥을 욱여넣어 본다. 

그래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니 밥은 먹고 쉬는 걸로 하자. 밥을 먹고 다시 누웠다. 잠깐 눈을 붙인 느낌인데 어느덧 11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사실 와이프가 3~4일 전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아직까지 나에게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었다고 확신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퍼항체 보유자가 되었나보다. 

그런데 이렇게 급피곤해지는 걸 보니 혹시 코로나인 걸까. 하지만 목이 아프거나 열이 나지는 않는 걸 보니 그냥 오늘 하루 피곤해서 그런 거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결론을 내려본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다. 밤새 식은땀을 흘리고 잤는지 축축한 느낌이다. 느낌이 안 좋다.

목도 간질간질하다. 며칠 전 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은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갑자기 불안하다.

점심시간에 PCR검사를 받으러 잠시 다녀와야겠다. 귀찮지만, 음성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결국.. 코로나 재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 확진되면 약 10개월만에 재확진되는 것이다. 

작년에 PCR검사를 받을 때는 2시간 가까이 기다린 기억이 있다. 요즘에는 그 정도는 아니고 1시간 남짓 걸린다고 들었기에 점심 못 먹을 각오는 하고 병원으로 갔다. 


점심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왔더니 다행히 오전 검사대상 마지막 순번으로 나를 끼워넣어줬다.

오후 검사라면 1시간을 마냥 기다릴 뻔 했다. 

"검사비용은 2만 5천원입니다. 그래도 진행하시겠어요?"

작년 PCR검사만 기억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무료인 줄 알았다.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별다른 방도가 있겠나.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PCR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찡그리시거나 움직이시면 다치세요"

오랜만에 코 안쪽까지 무언가 깊숙하게 들어오는 느낌은 여전히 아프고 불쾌하다. 검사할 때 검사봉(?)이 내 얼굴 중심부까지 깊게 들어온다는 인터넷 뉴스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함께 첨부되었던 이미지가 떠오른다.

기분만 더 안 좋아졌다. 이 검사 받기 싫어서라도 코로나에 또 걸리고 싶지는 않다. 


반신반의하면서 결과 통보를 기다렸다. 몸이 피곤하고, 목이 아픈 것 외에 다른 증상은 여전히 없다.

단순 감기 몸살일 수도 있다. 다시 회사 업무에 매진했다. 회의도 참석하고, 업무상 대화도 여느때처럼 상시로 이뤄졌다. 저 코로나일 수도 있어서 회의 빠질게요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깐.


퇴근시간 무렵 카톡이 왔다. 양성이란다. 젠장.

우선 업무상 공백이 며칠 생기는지 빠르게 계산해보았다. 명절 연휴가 끼어있어서 회사 출근을 안 하는 날은 단 이틀이다.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네. 챙겨먹을 수 있는 공가를 다 챙기지 못 한 느낌이랄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노트북을 싸들고 집으로 왔다. 

뭔가 기분이 묘했다. 기분 탓일까. 몸살 기운이 온 몸을 휘감는 듯 하다.



명절 연휴인데 집에만 틀어박혀 있게 생겼다.


예상하지 못 한 6일이라는 시간이 갑자기 생겼다. 일단 첫 날은 푹 쉬고 수면시간도 보충해야겠다.

그 다음날부터는 뭘 해야 할까. 

정년퇴직을 하고 집에만 있으면 이런 느낌일까. 시간은 많은데 딱히 할 일이 떠오르진 않는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 동안 읽지 않고 쌓아두었던 책이나 읽어볼 생각이다. 

그럼 알 수 있겠지. 정말 시간이 없어서 책을 안 읽었던 것인지.

내가 책을 사는 이유가 책을 읽기 위함인지, 책을 사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인지 말이다.


그 외에 또 다른 걱정이 있다면, 양가에 방문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명절에 양가 부모님께 인사도 못 드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양가에서 이해는 해 주시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그런데 어쩌겠나 코로나인데.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며칠동안 집에만 있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내 집인데 감옥에 수감된 느낌도 든다. 자발적으로 집에서 안 나가는 것이라면 느낌이 다르겠지?

내일은 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면서 매일 밤 잠자리에 들었다. 



본의 아니게 연휴동안 외출도 안 하고 푹 쉬었다.


6일이라는 기간(첫 날은 퇴근 무렵에 결과 통보를 받았기에 여느 평일과 다름이 없었다.)동안 집 안에서만
말 그대로 푹 쉴 수 있었다.

첫째날과 둘째날은 너무 답답했다. 항상 출근하던 관성이 남아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마트라도 가서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지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래, 그 동안 못 읽었던 독서라도 실컷 해 보자.

야심차게 구입해두고 읽지 않은 책 몇 권을 꺼내본다. 제목과 목차만 보려고 샀나 싶을만큼 방치되었던 책들이다. 연휴동안 이 중에서 최소 2권은 읽어보자. 

하지만 간만에 하는 독서는 역시 쉽지 않았다. 5페이지 읽고 휴대폰을 보게 되고, 또 3페이지 정도 읽다가 결국 TV를 켜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 이래서 평소 습관이 중요하다는 거구나. 


이왕 스마트폰을 볼 거면 전차잭으로 독서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장르도 가볍게 소설로 시작했다. 어라? 생각보다 재미있고 잘 읽힌다. 잠들기 전 새벽까지 읽어서 결국 이틀만에 한 권을 다 읽었다. 간만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지성인에 한 발자국 다가간 느낌마저 든다.


독서 외에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았다. 

구석에 파묻힌 운동기구를 꺼내어 몸을 풀고, 냉장고 정리도 몇 년 만에 시도해본다. 

한 동안 손에 안 잡히던 글쓰기도 커피 한 잔과 함께 차분히 시작해보았다. 

이렇게 작은 활동들을 하다보니, 오히려 더 제대로 쉬는 느낌이다. 


피곤하면 낮잠도 자고, 마음이 허전하면 독서를 하고, 몸이 뻐근하면 운동도 살짝 하며 연휴를 보냈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면서 제대로 휴가를 보낸 듯 하다. 

코로나로 인해 의도치않게 갑자기 휴식기간이 생겼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시간이었다.


그 동안 일상에 치이면서 여유가 없었나보다. 

집 안에만 있어도 의미있는 것들을 하며, 마음과 몸의 안식(?)을 얻는 방법을 이렇게 또 배운다. 

가능하다면 종종 이런 시간을 스스로에게 마련해주고 싶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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