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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유월 Sep 23. 2022

[영화리뷰] 지구가 곧 멸망할 거라는 루머가 돈다던데?

<돈 룩 업> 2021 ⭐️⭐️⭐️⭐️

✔️ 웃으며 보다가 끝나고 나면 씁쓸해지는 영화


<돈룩업> 리뷰


‘6개월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면?’이 아니라 ‘6개월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나만 알고 있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진행되는 영화. 재난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블랙코미디다.


모든 장면에서 기시감이 든다. 그래서 (완전) 재밌다. 지구가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헐리우드 스타의 결별설에 묻힌다. 왜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를 직시하지 않냐는 과학자의 울분 섞인 외침은 인터넷 밈이 되어 퍼지고, 지구로 날아오는 혜성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주장하는 재벌이 등장해 대중들에게 무지성(?) 희망을 주입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죽네 안 죽네 편을 갈라 싸우고, 누군가는 그쪽도 이쪽도 다 맞으니 싸우지 말자고 어쭙잖게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한다. (이 새끼가 젤 웃김) 그 와중에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멸망설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만 고민한다. 그러니까,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모두 지구에 에베레스트만한 혜성이 떨어져서 우리 모두가 한순간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 재미있지 않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이슈’ 정도로만 다루고 있는데, 그 모습이 어이없게 현실적이라서 웃기다.


<돈룩업> 리뷰


그렇게 두 시간 동안 낄낄대다가 영화가 끝났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영화를 켠 게 자정 무렵이었으니 새벽 두 시가 넘었을 것이다. 늦은 밤인데도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아 한참을 뒤척였다. 저녁에 본 뉴스 꼭지들과 카메라에 대고 “다들 정신 좀 차리자!!!”고 소리 지르던 디카프리오의 얼굴이 겹쳐 떠올라 머리가 산란해졌다.


<돈 룩 업>은 픽션이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우리가 진지하게 현실의 문제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 문제를, 소수자 혐오 문제를, 노동 환경 문제를 똑바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문제를 외면하거나, 농담으로 치환해 웃어넘긴다. 가끔은 너도 나도 다 맞으니 우리 이제 그만 싸우자며 중립 지역(없음)으로 도피해 버리기도 한다. 정말 이렇게 무감하다가는 우리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


<돈룩업> 리뷰

+ 주연 배우들을 비롯해 아리아나 그란데, 티모시 샬라메 같은 스타들이 자주 등장해서 혼자 엄청 반가워하며(내적 친밀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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