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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Jul 24. 2016

홈클리닝 서비스 이용 후기

가사일은 노동이 아니라 가정을 만드는 일이다.

엄마가 아프다.
아픈지는 꽤 되었지만 오랜 노동으로 인해 손상된 관절이 무리를 일으키는 것이라 쉬는 것 이외에는 딱히 방도가 없는 병이었다. 차라리 병이라기보다는 아픈 상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오십년동안 같은 몸을 쓴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겪는 육체의 노쇠함이 일으킨 현상이니까.

가사일을 식구들이 분담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전에도 가사일을 분담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옵션 같은 것으로,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설거지감이 보이면 설거지를 하고 더러운 것이 보이면 청소기를 돌리는 정도였지, 우리 집에서 이불빨래를 해야 하는 시기를 정하고 가스렌지를 닦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다. 정/부의 차이였다. '정'만이 하는 일 중에 욕실 청소가 있다 '부'를 담당하는 나는 욕실 청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겨우 네이버를 뒤져서 락스니 오래된 칫솔이니를 이용해서 하는 일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서 욕실 청소를 하고 싶지만 혼자서는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식구중에 그 누구에게 도움을 구할 수는 없었다. 그들도 나와 같은 '부'니까.

그러던 중에 홈클리닝 서비스의 2시간 무료 쿠폰을 받았고, 반나절 짬을 내서 서비스를 이용 해 보기로 했다.
우리집은 27평짜리 방 4개인 집인데, 이 집을 전체 다 청소받기 보다는 내가 어려워하는 욕실과 주방만 도움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오전 8시부터 오신 홈메이드께서는 당신 집인 것처럼 꼼꼼하게 우리 욕실과 주방을 청소 해 주셨다. 나는 그동안 집안 전체에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빨래를 개키고 너는 일을 반복했다. 땀이 줄줄 났다.



가사일은 단순히 노동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더 편하게, 안락하게 사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엎드려서 하는 걸레질이 힘들다는 걸 안 뒤로 서서 밀 수 있는 밀대를 구입하고, 창문을 닦으며 창문 근처 도배 장판에 곰팡이가 슨 것을 발견한다. 다섯종의 칫솔과 샴푸를 마주하며 서로 다른 취향과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며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각자 저마다의 취향과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새로운 의사결정과 개선점, 나아가 가족 구성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일은 홈메이드를 통해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가치들이다.

가사일을 하기 전까지는 내가 가족 구성원이라는 생각보다는 부모님에 의지해서 사는 부수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강했다. 홈클리닝 서비스를 이용한 뒤로 가사일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주방 그릇 정리를 한다던지 도배지의 곰팡이를 제거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가사일을 단순히 노동으로만 인지하고 그것을 대신해서 수행해주는 홈클리닝 서비스는 내가 가정을 이루고 있는 동안은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차피 나처럼 가족 단위로 사는 사람들보다는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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