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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May 29. 2022

살려주식시오

를 읽고

 팔았다. 드디어. 파란색으로 끝도 없이 계속 떨어지는 주식 그래프를 보다가 결국 '신저가'소리를 듣고 나서야 매도 버튼을 눌렀다. 빨리 팔고 싶은 마음에 오후 3시에 시장가로 매도 버튼을 눌렀다. 장마감하고 나서 보니 내가 판판매한 수량을 누가 주워담았는지 매도한 가격보다 250원이 오른채로 마감했다. 주식은 분할매수, 분할매도가 정석이라는 말이 이제야 떠오른다. 젠장

 내가 판매한 주식의 '뉴스'탭으로 가니 '더 이상의 성장 동력은 없다'는 둥, '비전이 불투명'하는 둥, 당장이라도 회사가 망한 것처럼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뉴스 기사 사진에는 어색하게 웃고 있는 회사 대표의 사진이 실려 있는데 부모의 원수를 본 것 처럼 밉다. 앉은 자리에서 200만원을 까먹은 나를 보고 웃음이 나오는가



 [살려 주식시오]는 주식 중독에 빠져 전재산을 날려먹은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월급 1,100만원을 받던 의사가 10년의 투자 끝에 빈털털이가 된 것인지를 알려준다. 그 정도는 다를 뿐 투자하면서 가졌던 생각은 나와 비슷하다. 

- 근거 없는 자신감과 믿음

- 출처가 불분명한 소식에 대한 신뢰

-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투자 의사결정

- 과도한 욕심




 어제 내가 손해를 본 건 이 4가지가 전부 합쳐진 결과물이었다. '장기투자가 대세'라고 말로만 떠들었지 실제로 장기투자를 위해서는 뭘 공부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 가지고만 있으면 그게 장기투자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글로벌 결제가 망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 몇 주째 계속 하락하는 주식창을 보면서 속만 타고 있었다. '나는 주식 체질이 아니야'하는 생각에 결국 매도를 했다. 물론 다분히 감성적인 판단이다. 홧김에 매도버튼을 누르고 아차 싶어서 주문 취소를 하려 보니 아뿔싸 시장가로 이미 체결이 되어 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투자가 항상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NFT가 뜰꺼라는 소식을 듣고 NFT의 거래수단인 이더리움을 샀더니 일주일만에 5%가 올랐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금융주가 안정적이라고 해서 메리츠 증권을 샀고 3%가 올랐다. 감성적으로 접근한 건 똑같은데 어떤 건 오르고 어떤 건 떨어진다. 당최 알 수가 없다. 절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온다. 

 당분간 주식은 쳐다도 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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