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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Dec 30. 2022

송년회 약속 잡다가 힘들어서 쓰는 글

안녕 얘들아. 나야


난 그냥 연말이 되어 만나고 싶었을 뿐이야. 


원래 연말은 그런거잖아. 


송년회 핑계로 지인들과 만나 올 여름휴가 때 유럽에 갔다온 걸 자랑하거나 옛날 기억을 끄집어 내면서 그 때 서로 얼마나 촌스러웠는지 놀리는 날이잖아.


종로나 강남에서 만나서 술먹고 떠들다가 영원히 안올 것 같은 택시를 기다리면서 부둥켜 안고 우정을 확인하는 시즌이잖아. 


그 진부한 짓좀 해보려고 하는데 왜들 이렇게 대답이 없니




알지?


나 이미 결혼도 했고 하는 일도 보험, 중고차, 다단계랑은 관계 없는거.


만나자고 말하는 데 불순한 의도는 하나도 없어. 그냥 오랜만에 얼굴 보고 맛있는거 먹으면서 수다 떨고 싶을 뿐이야.


'밥한번 먹자'고 니네들이 말 하길래 언제 만날지 물어 봤을 뿐인데 갑자기 다들 말이 없어지더라. 12월의 모든 금요일과 토요일 중에 고르라고 투표로 올렸는데 왜 읽기만 하고 선택을 하지 않는거야?


나 진짜 궁금해서 그래


금요일이나 토요일이 싫은거면 평일로 바꾸자고 하든지

선약이나 사정이 있어 만나기 힘든거라면 말을 하든지

그냥 내가 보기 싫은거라면, 그래, 말을 못하겠구나


근데 나도 너 그렇게까지 만나고 싶은건 아니야. 며칠 째 대답없는 너에게 대답을 독촉하는건 빨리 이 [송년회]이라는 업무가 종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거야. 


네가 꼭 나와야 하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그냥 아무 대답이나 해 주면 돼.


네가 대답을 하지 않는 탓에 계속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게 싫어. 그러니까 너를 좀 떼어버리게 말 좀 해 봐. 다 읽고 있는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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