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프로필을 촬영하다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발달장애인들의 프로필을 촬영 하고 싶은데, 예산이 적어서 걱정이에요.'
'걱정마시고 오세요. 아이들이 이 사진을 통해 자존감이 생기고 좋아하면 좋겠네요'
로 시작되어 촬영은 성사가 되었다.
사실 내게 그들의 예산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을 잘 촬영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평생에 한 번 있을까한 경험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의 매력을 발견하고 싶었다.
나는 과거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것은 꽤나 큰 심리적 고난이었다. 세상 어느것 하나 즐겁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하진 않았다. 둘다 부정했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년이 넘게 치료를 했다. 애 엄마는 매일 발달치료센터로 애를 픽업해야 했다. 그렇게 2년여의 치료가 꽤나 긍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왔다. 현재 아이는 자폐가 아니라는 판정과 ADHD판정을 받아서 약을 먹고 있다. 우리는 ADHD 판정을 받았을때에도 감사해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발달장애인들의 상황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 부모님의 심정과 선생님들, 관리인들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게 되었다. 그랬기에 나는 그들의 사진을 꼭 찍어주고 싶었다.
촬영당일 담당선생님들은 괜스레 미안해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사진을 찍으며 담당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손 내리고 차렷' '웃어야지' 였고,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는
놔두세요. 그것도 그 친구의 아이덴티티입니다
였다.
프로필 사진이란 그 사람을 온전히 표현했을때 좋은 사진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프로필 사진은 화려하지 않다. 단지 그 사람을 응시하는것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그래야 상대를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소리 지르고, 손뼉 치고, 정면을인보는 모든 행동은 그들의 정체성이자 고유성이다.
그러니 나는 그것을 담아야 했다. 그래야 그들을 제대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저 친구가 손벽을 치고 있는 순간을 담았다. 눈이 참 예쁜 친구였다. 예쁜 눈과 함께 올라와 있는 손이 정말 매력적인 사진을 만들어냈다. 나는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나는 그 기관의 여러명의 발달장애인을 몇회에 걸쳐 찍었다.
그들은 모두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그들이 이상해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이상하다.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가 크거나, 키가 작거나, 귀가 크거나, 뚱뚱하거나, 축구를 잘하거나 공부를 못하거나 등등.
그리고 나는 그들의 그러한 점을 찍고자 한다. 카메라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사진은 누구나 가지는 한장의 예술이다. 그것은 투표권만큼이나 공평하다. 그리고 나는 그 공평한 선물을 그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해당 사진은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