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를 부탁해 러브라인이 생기다

그들의 러브라인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by 감성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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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온 첫날은 냥냥이를 이 생소한 환경에 적응시키는 것이 나의 임무였다. 로컬푸드 매장의 오른 편에는 미(米)라고 쓰인 거대한 붉은 문을 가진 쌀 정미소가 있었다. 쌀 정미소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커다란 미닫이 문으로 되어있었다. 이 미닫이 문을 열면 먼지가 뽀얗게 앉은 정미소 내부가 나온다. 문을 열자마자 오른쪽을 돌아보면 끝이 썩어 거뭇거뭇하게 문드러진 나무 파렛트 위에 쌀 포장지가 정방형으로 가득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여느 시골 창고가 그러하듯 바닥에는 모자, 잠바, 쓰다 남은 나무토막, 지푸라기, 개사료, 라디오 등의 잡동사니가 놓여있었고, 벽에는 드릴, 낫, 곡괭이, 삽 등이 걸려있었다. 이 나무 파렛트와 벽 사이에는 대략 사람 한 명이 여유 있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이곳에다가 집을 만들어줄 심산으로 주변에서 사용하고 버려진 박스를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박스를 많이 쓰는 곳이다 보니 박스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박스에 차에서 찾은 수건을 한 장 깔고 집을 만들어주었다. 아무래도 어색해하는 표정이었으나 옆에 익숙한 얼굴이 있으니 냥냥이도 안심을 하는 듯했다.


냥냥이는 일단 이 구역을 돌아다니며 조사하기 시작했다. 풀숲에는 뭐가 있는지, 건물 뒤편 우거진 수풀에는 무엇이 있는지, 처음 올 때부터 묶여있던 사납게 생긴 하얀색 잡종 진돗개 두 마리는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찾아오는 사람들은 호의적인지를 하나하나 확인하곤 다녔다.


냥냥이가 이곳에 사는 것을 반기지 않는 딱 두 명이 있기는 했다. 바로 하얀색 잡종 진돗개 두 마리와 이곳에서 원래 터를 잡고 살고 있던 하얀색과 검은색 얼룩 무늬의 터주대감 고양이 1마리가 바로 그들이었다. 잡종 진돗개 두 마리는 냥냥이가 지나가면 정말 세상이 무너져라 짓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다가오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듯이 노려보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그들의 눈빛은 장엄했다. 특히나 후에 그 둘이 새끼를 하나 낳게 되는데, 그때부터 그 둘은 점점 더 필사적으로 냥냥이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러브라인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얼룩 덜룩한 터줏대감 고양이는 냥냥이를 견제하긴 했지만 약간은 다른 심산을 가진 녀석이었다. 그 터줏대감 고양이는 냥냥이를 경계하는 듯 지켜보았지만, 한편으로는 유심히 바라보는 눈빛이 남달랐다. 한 번씩 멀리서 5분여간 냥냥이를 바라보았다. 그럼 냥냥이는 깃을 곤두세우고 네 다리와 꼬리를 빳빳이 세우고는 그 먼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고양이들의 시력은 매우 좋았다. 나는 전혀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그들은 서로 눈빛 교환을 하고 있었다. 터주대감 고양이는 수컷이었고, 냥냥이는 암컷이었다. 그들의 러브라인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보통은 터주대감 고양이가 숨어서 지켜보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다. 흡사 목욕하던 처자를 훔쳐보던 동네 총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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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빼꼼히 쳐다보는 날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지켜보기를 한 달 여.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시도 때도 없이 다가왔다. 처음에는 냥냥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 괴롭힘을 당하나 싶어 달려가 봤지만, 꼭 그러한 것도 아닌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벌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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