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부탁해 텃세 때메 못 살겠네

내 영역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까. 그렇게 냥냥이는 고립되었다

by 감성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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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냥냥이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길고양이 냥냥이는 내가 시내로 거처를 옮긴 후 홀로 마을을 배회하며 나름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마을에는 몇몇 자신의 영역들을 지키는 지주 고양이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그들은 냉담했고 스스로의 이익에 따라 움직였다. 처음엔 처음 보는 냥냥이를 보고 본체만체 지나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냥냥이가 이 마을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표적 범위 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앞다리와 왼쪽 귀부분에 검은색 얼룩이 진 하얀 고양이와 쟈칼처럼 생긴 날카로운 눈을 가진 흑색 들고양이는 서로 연대하여 냥냥이를 공격해왔다.





사실 그들이 처음부터 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둘이 처음 만났던 것은 대략 폭이 2m 정도 되는 포장되지 않아 흙이 날리는 농로에서였다. 하얀 고양이는 움푹 파인 자동차 바퀴 자국에 서있었고, 흑색 들고양이는 길섶을 막 헤치고 나와 물이 고여있는 질퍽한 웅덩이를 피해 왼쪽 앞발을 오른쪽으로 막 옮기던 때였다. 그들은 그 넓은 농로가 마치 외나무다리인 양 미동도 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들의 시간은 정지되어 있었고 바람에 흔들리던 주변의 강아지풀을 포함한 잡풀들이 찰나의 순간 정지되었다. 적막 사이로 하얀 고양이의 날카롭고도 낮은 포효가 들렸다. 그것은 흡사 뱀이 혓바닥을 길게 내밀며 쉭쉭 거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전설의 고향에서 구미호가 낮게 울어재끼는 소리와도 비슷했다. 검은 고양이 역시 있는 힘껏 등을 곧추세우고 같은 소리를 내었다. 둘은 각자 왼쪽 앞발을 내밀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언제라도 튀어나가 상대방을 공중분해시켜버리겠다는 눈빛은 흡사 북한 특공대의 눈빛과도 비슷했다. 찰나의 순간은 영원 같았다.


그때였다. 흑색 들고양이가 달려들었다. 엄청난 도움닫기였다. 하얀 고양이를 순식간에 덮쳤다. 하얀 고양이가 밑에 깔렸다. 하얀 고양이는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날카로운 발톱이 공중을 가로질렀다. 서로의 난도질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들은 마치 피를 흘리며 굶주린 승냥이 같았으며 고추장을 먹인 싸움닭 같았다.


싸움은 세월이 흘러가듯 빠르고도 질척대며 계속되었다. 그들은 떨어져서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다가 또 달려들었다를 반복했다. 20여분이 한 계절 같았다. 그리고 싸움은 끝났다. 그들 사이에 위계는 정해졌고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그 후 그들이 싸우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그랬던 두 녀석이 이제는 냥냥이를 노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냥냥이가 자신의 영역에서 걸어 다니거나 먹이를 찾아다닐라 치면 그들은 쏜살같이 달려와 등을 곧추세우고 날카로운 이빨을 들어내 보이며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그들에게 냥냥이는 이방인이었으며 익숙지 않은 존재였다. 내 영역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서였을까. 그들은 맹지를 걸어나오는 진입로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땅주인 같았다. 그렇게 냥냥이는 고립되었다. 텃세의 아픔으로 하루하루 말라가는 냥냥이. 그리하여 어느 날 나는 그녀를 야반도주시켰다. 사실 어디를 간다고 텃세가 없을까마는 너무 힘든 일은 피해감이 지혜롭다는 걸 살아가며 조금씩 느꼈던 터라 아마 당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하여 냥냥이는 내가 일하는 시내로 나오게 된다. 시내라곤 하지만 김포의 시내는 그리 도시답지 못하기 때문에 살기에는 매우 적합한 장소이기도 했다. 도시로 갔으면 기술센터의 고양이처럼 도시인의 외로움을 느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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