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 없는 아우성이 적막을 깬다
불을 붙여본다.
연기가 공기를 가르며 서서히 퍼진다.
형체없는 아우성이 적막을 깬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들러본 남대문. 비는 그쳤지만 바닥은 비색이었다.
카메라 가게를 어슬렁댔다. 가게 앞에 쪼그려 앉아 중고 렌즈캡을 하나 들어본다.
렌즈캡을 하나 구매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2,000원을 내고 가게를 나왔다.
점심을 먹고 남대문 거리를 활보했다. 군중 사이의 활보 그 얼마나 오랜만인가.
잡화 파는 곳을 갔다. 향 받침대가 눈에 띈다. 무심하게 생긴 나뭇잎
붙어 있는 한송이 꽃은 사족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심플함.
향 받침에 무엇을 올릴까
마침 옆에 기다랗고 뭉툭한 것이 보였다. 가느다란 나무에 꽂혀있는 붉음.
"얼마예요?"
4,000원이라는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비싸지 않구나. 얼른 주머니의 남은 지폐들을 꺼낸다.
집에 도착하여 '붉음'을 꺼내 보았다.
우리나라 것이 아니라 이름을 알기 어렵다.
바닥에 천을 깐다. 향 받침대를 조심스레 놓아본다.
향을 꽂아보는데, 제대로 서질 않는다.
그는 태생부터 비스듬했다. 무엇이 억울하여 그는 비스듬할까.
불을 붙여본다. 연기가 공기를 가르며 서서히 퍼진다.
형체 없는 아우성이 적막을 깬다.
붉음은 하얗게 타 버리고 까맣게 산화된다.
까맣게 타 버린 공간의 그의 자취가 은은하게 퍼진다.
자리엔 향 받침대만 남아있다.
아름답다.
향에 향이 피다.
김포에서 '사진작업'과 '글'을 쓰고 있는 작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