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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you Dec 29. 2021

뒷북 리뷰: <벼랑 위의 포뇨>

소스케와 포뇨의 순수한 만남의 동화

 

인간이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한 이래로, 인간은 모든 것을 지배해왔다. 뜨거운 모래바람의 사막부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남극까지 인간이 거주하지 못하는 곳은 없다. 지구 위의 모든 곳을 인간은 점령했다.
심지어 이제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단 한 곳, 아직 인간이 완벽하게 정복하지 못한 곳이 있다. 그곳은 '바다'다. 

지상의 생명에게 바다는 잔혹한 곳이다. 바다에서 인간의 폐와 다리는 쓸모가 없어진다.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필요한 바다에게 인간은 선천적 결함을 가진 생명일 뿐이다. 

인간이 바다에서 살아가 길 원한다면 우리는 인간이길 포기해야 한다. 

마치 포뇨의 아버지 후지모토처럼 말이다.


'후지모토'는 비쩍 마르고 괴상한 화장을 한 마법사이다. 인간세상이 싫어 바다에서 살아가는 그는 태고의
바다를 꿈꾸고 있다. 지금의 바다는 인간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와, 인간들이 남용하는 자원으로 더럽혀지고 약해졌다. 태고의 바다는 생명력이 넘치다 못해 폭발한 선캄브리아 시대의 바다이다. 

마법이 넘쳐나고 생명력이 넘쳐나는 바다를 위해, 후지모토는 바다농장에서 신비한 생명체를 탄생시키며,
마법의 물약을 만들고 비축하여 다시 바다의 시대가 지구에 오길 꿈꾸고 있다.

바다에 사는 마법사 후지모토 그리고 그의 딸 브뤼힐데(포뇨)와 여동생들

'브륀힐데(=포뇨)’는 바다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인면어'이다. 포뇨는 셀 수 없이 많은 자신의 여동생들과
아버지 후지모토 밑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포뇨는 아버지 몰래 탈출해 새로운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 인간이 사는 마을과 가까운 바다에 도착한 포뇨는 이곳저곳 신나게 다니지만,  유리병 쓰레기에 갇힌 채 해변으로 떠밀려 오게 된다. 그런 포뇨를 발견한 건 5살 꼬마 남자아이 '소스케'이다. 

소스케는 포뇨를 구하기 위해 유리병을 돌로 내리쳐 깨트리는데, 그 와중에 손이 베여 피를 흘리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포뇨는 소스케의 피를 핥음과 동시에 다시 정신을 잃어버리고 소스케는 정신을 잃은 포뇨를
집으로 데리고 물을 채운 양동이에 살며시 넣고 깨어나길 기다린다.


소스케는 깨어난 포뇨를 향해 ‘포뇨’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어린이집에 데리고 간다. 

어린이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포뇨는 소스케의 샌드위치에 있는 햄을 먹으며 소스케와 인연을 이어나간다.


포뇨와 소스케의 만남은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만남을 떠오르게 한다. 저승에 사는 하데스와 지상의 페르세포네처럼 포뇨는 깊은 바닷속에 살고, 소스케는 절벽 위의 작은 집에 산다. 

또한 하데스는 페르세포네가 방심한 틈을 타서 저승으로 납치하는데, 이는 소스케가 기절한 포뇨를 바다에
다시 보내지 않고 본인의 집으로 데리고 오는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페르세포네는 지상의 음식이 아닌
하데스의 음식과 물을 먹어 결국 영원히 하데스의 신부로 살아가게 되는데,
소스케의 피와 지상의 음식인
햄을 먹게 된 이후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포뇨의
욕망과 모티프가 닮아있다.


둘의 운명과 같은 만남은 결국 분리된 두 세계(지상과 바다)의 혼란을 갖고 온다. 

포뇨는 소스케에게 가기 위해 다시 한번 집에서 도망치는 데, 그 와중에 비축된 마법의 물약이 소모되고 만다. 마법의 물약으로 인해 거대한 해일이 발생해 지상을 덮치고 만다. 

어른의 시선에서 이 장면은 매우 위험한 위기이고 고난이다. 해일이 온 마을을 덮치고, 항해하고 있는 소스케의 아버지를 위협한다. 하지만 영화는 해일의 위기에도 등장인물들의 큰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어른의 시선이 아닌 포뇨와 소스케의 시선으로 주로 진행되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두 아이들에게 해일은 위기의 재난이 아닌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되찾아준 고마운 배달부였다.


마법의 물약은 포뇨에게 마법의 힘과 더불어 소녀의 모습으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마법의 물약으로 인해
지구는 위기에 처하게 되고, 후지모토는 바다의 신비한 존재이자, 포뇨의 어머니인 ‘그랑맘마레’를 찾아 조언을 구한다. 그랑맘마레는 후지모토에게 포뇨가 완전히 인간이 되면 마법의 힘이 사라져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후지모토는 조언을 따라 포뇨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에 찬성한다. 

이 장면부터 지상과 바다의 분리된 영역이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포뇨와 소스케는 물고기와 사람, 지상과 바다라는 분리된 존재였다. 

하지만 그 둘의 만남을 통해 두 영역이 하나의 영역으로 합쳐졌다. 소스케가 살아가던 마을은 물에 잠겼지만, 그 물에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생명력이 넘치게 되었고, 나무배를 타고 있는 가족의 갓난아기를 통해
인간의 생명력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후지모토가 바다를 사랑해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다로 간 것과는 달리, 딸인 포뇨는 인간이 되었지만 바다와 지상의 영역을 합침으로 태고의 바다만을 꿈꾸는 후지모토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후반부 요양원의 할머니들을 통해서도 분리된 영역이 하나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까지 후지모토(바다)의 존재를 의심한 토키 할머니는 결국 신비한 바닷속 돔의 체험을 통해 불편한 다리가 낫게 되었고,
누구보다 먼저 포뇨와 소스케의 결정을 축하해 주었다. 소스케와 포뇨의 순수한 사랑은 결국 분리되었던
두 영역(바다의 자원을 남용하고, 쓰레기로 더럽히는 인간과 거대한 해일로 인간을 위협하는 바다) 간의 화합과 공존을 만들어주었다.


앞으로 포뇨는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마을은 여전히 바다에 잠겼지만 더 이상 바다로부터 해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소스케의 집은 가파른 절벽의 끝에서 평탄한 섬이 되었다. 

두 집단의 갈등은 순수한 동심의 만남과 사랑으로 인해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나게 된다.


2020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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