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었어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1

by 아네요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었습니다. 참 야만적인 표현입니다. 소심한 저는 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만큼 마음에 닿는 말이 없어서 결국 사용하였습니다. 여튼, 나이를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소화’를 시켜 본 적이 없는 ‘나이’가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누가 나이만 물어봐도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밝히기 싫을 만큼 실하게 나이를 먹었습니다. 어른이랍니다. 성인이 된지는 꽤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이? 먹은 거 같지가 않습니다. 마치 가짜 식욕 같습니다. 먹었는데 또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 달달하고 고소한 걸 또 먹어야 할 것처럼 뭔가 성숙한 척, 깨달은 척, 나이 먹은 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다 어른이 되는 걸까요? 진상 사람과 대면한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진상 손님, 진상 상사, 진상 선배, 진상 가족. 제때 나이 먹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우린 생각 외로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그들 욕할 것도 못되는 것이, 저 또한 제때 나이를 못 먹어서 어디 다른 데 가서 진상 짓 하지 않을까 고심하며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이를 어떻게 먹어야 하는 걸까요? 시간이 지나면 다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자식이 생기면 다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꼭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고 오히려 어른이 되길 거부하곤 했는데,.. 요상한 마인드의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다시 망나니 꼬마처럼 어려지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먼저 어른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어른도 되어보고 아이도 되어보고.


그런데 어른 되는 것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중2병 걸린 사춘기 사람마냥, 사는 게 어정쩡합니다. 정확히 어른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볼 줄 아는 눈이 없어서 그런가. 아직 되고 싶은 어른을 못 찾았습니다. 좋은 어른들은 주위에 많이 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내 몸에 맞는 어른 같지는 않습니다. 부모님도 본인들의 삶을 치열하게 사시는 좋은 어른들이지만 역시 내 몸에 맞는 어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맞는 어른을 찾고 싶습니다.

봄날 아지랑이처럼 어른어른하는 것이

잘 안 보입니다.

가끔은 신기루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혹시

다들 어른인척 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혼자 의심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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