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더하기~ 일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2

by 아네요







일 더하기 일은 귀요미?

아니다. '과로'다. 회사에 높은 분들은 일 더하기 일을 참 좋아하셨다. 전혀 안 귀여웠다. 예전 다니던 회사는 야근이 참 많았다. 1년 내내 많은 곳이었는데, 유독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1달 동안 일요일 하루 쉬었고 보통 새벽 2~3시 퇴근하였다. 어느 날 조금 일찍 끝나 12시 반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한마디 하셨다. ‘아가씨 오늘은 일찍 가시네요’


거의 매일, 같은 콜을 불러 택시를 타다 보니 자주 만나는 기사님들이 계셨다. 기사님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나처럼 야근에 절어 사는 다른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자주 하였다. 내가 처한 상황도 극한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일들을 많이 하였다. 그나마 그 일 또한 간신히 획득한 자리였기에 다른 소리 못 내고 시키는 일을 모두 하였다. 가끔은 내가 노예인가 직장인인가 싶을 때가 있었다.


일단 어른과 아이의 가장 큰 차이는 일이었다. 어른이 되면 일을 하게 된다. 해야 한다. 그동안 배운 공부 또한 마치 어른이 되어 일을 구할 때 필요한 것을 배우기 위함 인냥, 공부를 하곤 했다.


그리고 그냥 일이 아닌, 꼭 돈을 벌어야 하는 일, 남들 눈에 그럴싸한 일이 아니면 안 되었다. 세상엔 아주 다양한 일들이 있다. 그중 그럴싸하며 돈 버는 일은 극히 일부인데, 거기에 매달려서 죽기 살기로 해야 했다. 일하는 시간 이외에는 여분의 시간은 없었다. 주말마다 간신히 할 수 있는 놀이는 시체놀이뿐이었다.


일할 권리. 요즘은 잘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일할 권리만큼 중요한, 일하지 않을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일 안 할 권리를 얘기했다간 뜬구름 잡는 사람이라고 한량 취급받기 십상이다.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요즘 잡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이만큼 일안 할 권리가 함부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이라는 것이 꼭 돈을 벌고 직업이란 간판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님을 얘기하고 싶다. 깜깜한 새벽, 비용이 나오지 않는 브런치에 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해 글이나 그림을 올리는 일도 큰 일이라 말하고 싶다.


일할 권리도 없고 일 안 할 권리도 없고, 일을 하든 안 하든 일 걱정에 빠져있는 사람은, 어른이 되어도 나이를 먹지 못하는 것 같다. 나이를 먹어야 할 시간들을 온통 일 걱정에 쏟아붓고, 그 남은 시간엔 일하기 위해 에너지를 보충하거나 배우느라 바쁘니 나이 먹을 시간이 없다. 내가 이랬다. 사랑할 시간엔 사랑 못했고 고민할 시간엔 화만 쌓여 있었다. 일을 할 때도 일을 못할 때도 온통 일 때문이었다.


9년인가 그 일을 하였다. 야근이 많아 연애가 힘든 일이었다(나만 그랬나..). 어느덧 결혼 적령기도 지났고 퇴직나이가 빠른 일이어서 다른 일을 찾았다. 좀 더 시간을 내서 연애도 할 수 있고 나이 들어서도 쭉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래서 작은 꽃가게를 차렸다. 일의 양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 또한 일이었다. 배운 게 일이어서 그랬나 연애도 일처럼 접근했다. 오랜동안 소개팅만 엄청나게 하였다. 매주 다른 사람을 1~3명 만났다. 미쳤다. 아부지가 놀리셨다. 소개팅을 출근하듯 하니 놀리실만 하셨다. 이러니 사랑이 될 리가 없었다.


그렇게 소개팅에 지칠 때쯤 신의 축복으로(종교는 없다) 사랑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일만 하곤 했으니 제대로 연애가 될리 없었다. 결국 이별을 하게 되었고 일이고 돈이고 다 귀찮아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정말 일하기 싫어졌다. 앞으로 생활비와 결혼자금, 그리고 백수라는 불안감에 걱정이 밀려왔지만 다 싫어졌다. 나 스스로 생활하는 것 같았지만 뭔가 등 떠밀려 사는 듯한 거부감과, 미련하고 미성숙해 보이는 내가 싫어졌다. 결국 가게 문을 닫았다. 차마 폐업처린 못하고 공사 중이라 하였다. 언제 문을 열지는 아직 모르겠다.


가끔 ‘일과 돈’에 ‘사랑과 나이’를 뺏긴 게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내가 택한 시간이기에 누굴 탓할 것도 없다만 괜히 억울하다. 뭐가 중요 한진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땐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다.


어떤 어른이 되기 이전에, 어른이 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경험하고 쉬고 놀고, 많은 게 필요하다. 제때 나이를 못 먹어서 지금이라도 몰아서 먹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듯하다.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나에게 시간을 주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