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참새아파트는 처음이시죠?

사람이 사는 참새아파트.

by 이대영

누구나 처음 가 보는 곳은 경계하기 마련이다. 특히 도시에서 아파트는 더욱더 그렇다.

아파트는 밀폐되어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다. 나와도 언제 나갔는지 알 수 없다. 문은 외부 사람을 철저하게 막고 있다. 그래서 은둔자처럼 조용히 지내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몸을 숨기기 딱 좋은 공간이다. 누가 오면 누가 왔는지 비디오폰으로 확인하면 된다. 나와 상관이 없으면 아무 말하지 않고 그냥 모르는 체하면 되는 것이다.


아파트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까?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나는 그 궁금증을 가지고 사람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새벽 일찍 어스름을 헤치고 차가 아파트 밖으로 나간다. 저 차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 그런데, 그런 차가 한두 대가 아니다. 누가 보면 어디 단체로 놀러 가는 줄 알 정도로 계속해서 차가 나간다. 한 대, 두 대, 세대, 네 대…….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음 사람들이 아파트를 나선다. 이번에는 젊은 사람들이다. 회사원, 직장인쯤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나선다. 차를 타고 나가는 사람, 가방을 들거나 어깨에 메고 아파트를 나서는 사람. 그 사이로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전기카트를 몰고 씽~ 아파트 마당으로 들어선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를 누르며 층층이 요구르트를 배달한다. 우리 집 앞에는 쪽지를 붙이고 나간다. 거기에는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한 달은 공짜로 준다고 적혀있다. 며칠 전까지 ‘안 먹어요’ 하던 마음이 ‘먹을까?’하는 마음으로 바뀐다. 나도 별 수 없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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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학생들이 눈에 보인다.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도 있고, 사복을 입은 학생도 보인다. 모두 무표정하게 아파트 문을 나선다. 우리 아파트에서 가장 경계대상 1번이다. 중간고사나 기말시험이 있는 날은 아파트가 절간이 된다. 목탁소리와 풍경 소리만 없다 뿐이지 모두 묵언수행 불자들처럼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들은 아파트 사람들의 행동까지 조정하는 마법을 부린다. 얼굴만 다를 뿐이지 해리포터와 친구들을 보는 것 같다.


이번에는 병아리들이다. 엄마 손을 붙잡고 아장아장 걸음으로 아파트 한편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출근을 한다. 엄마들은 모두 모자를 쓰고 있다. 난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다. 화장하지 않고, 머리 감지 않으면 꼭 모자를 쓴다고 한다. 일종의 변신이다. 그 모습으로 아파트 앞에서 사람을 만나면 모자를 더 깊이 눌러쓴다. 그러다 바람이 불어서 모자가 날아가 버리면 그 민망함은 고개를 깊이 숙이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아파트 최고 어르신들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신다. 우리는 그분들을 형님, 누나로 부른다. 백발의 형님, 누나들은 호주머니에 총알 대신 동전을 채우고, 찰랑찰랑 소리를 내면서 점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러 경로당이라고 쓰인 전장으로 출근하신다. 얼굴에는 오늘 기필코 이기겠노라는 불굴의 의지가 엿보인다. 어떤 형님은 차 대신 전동 휠체어로 앞서 달리신다. 그 뒤를 지팡이를 짚은 형님이 늦을세라 발걸음을 재촉하신다.


며칠 전에는 어떤 형님이 베란다 밖으로 야호~ 하시다가 난리가 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현충일이었다. 순국선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경로당 총책으로부터 경고를 받으셨다. 한번만 더 그러시면 경로당 출입금지란다. 아뿔사~


난 아직 한참 멀었다. 만약 경로당 앞에서 얼씬 거리면 당장에 “피도 안 마른……”말이 나올 것 같아 근처에는 가지도 않는다. 나보다 열 살 많은 아파트 형님은 지금 거기서 막내라는 말을 들으며 형님들 수발들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때가 되면 가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파트는 결코 삭막한 동네가 아니다. 아파트도 하기 나름이고 사람 사는 동네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사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참새아파트에는 참새가 없고 사람이 산다. 짹짹거리는 것 대신에 말을 한다. 오늘부터 참새아파트의 요절복통 이야기를 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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