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턱에서 열린 새로운 운명

by 조금숙 작가

지옥의 문턱에서, 새로운 운명이 열리다
그날 밤,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우연히 고개 돌린 창 너머로, 옆집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괴한들이 옆집 사람들을 억류하고 위협하는 모습. 평화롭던 풍경이 순식간에 지옥의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놀라 숨을 죽이고 몸을 웅크렸지만, 이미 늦은 걸까. 한 놈의 시선이 마치 그림자처럼 나를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지옥이 저벅저벅 내게로 찾아왔다.

콰아아 앙! 쾅! 쾅! 콰과광!

귓청을 찢는 굉음과 함께, 내 집 문이 뜯겨나갈 듯 울부짖었다. 나무가 찢어지고, 문틀이 비명을 질렀다. 이어서 터지는 섬뜩한 총성. 살의가 가득 담긴 기척이 문틈 사이로 스며들었다. 나는 미친 듯이 문을 붙잡았다. 밖에서는 놈들이 문을 박살내고 총구를 들이밀며 밀고 들어오려 했고, 그들의 그림자, 검은 장화, 그리고 번뜩이는 칼날이 문 안으로 일부 들어오기도 했다.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죽을힘을 다해, 온몸을 던져 문을 다시 밀어냈다. 이 한 걸음 내어준 공간이 내 모든 걸 삼킬 것 같았다. 놈들이 문안으로 발을 디딜 때마다, 나는 필사적으로 팔과 어깨로, 심장이 터져라 저항하며 그들을 다시 바깥으로 밀어붙였다. 피비린내 나는 격전. 숨이 턱 막히고, 온몸의 뼈마디가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정신은 아득해지고, 육신은 한계에 달했다. 흐릿해지는 시야, 맥없이 무너지는 다리. '아… 이젠 정말… 끝인가.' 체념의 먹구름이 내 시야를 가득 채우고, 모든 것이 멈추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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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산산조각 나버린 문, 폐허가 된 문턱. 그 끔찍한 파괴의 틈새로, 작은 그림자 하나가 불쑥, 아니, 너무나도 천진하게 들어서는 게 아닌가.

꼬마 아이였다.
그 아이는 방금까지 핏빛으로 물들었던 문 안의 지옥도, 무자비한 괴한들의 흔적도 아랑곳 않는 듯, 너무나도 평화로운 표정으로, 마치 옆집에서 신나게 놀다 제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익숙한 발걸음으로 들어섰다. 티끌 한 점 없이 맑은 눈빛으로 고요하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 아이의 순수함 앞에서, 방금 전까지 나를 짓누르던 모든 살의와 공포, 그 끔찍한 괴한들의 존재 자체가 마치 나의 섬뜩한 착각이었던 것처럼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총성도, 악의도, 파괴된 문도… 그 아이의 눈빛 앞에서 한순간에 희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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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를 바라보는 순간, 내 안의 모든 고통과 좌절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애처롭도록 작은 어깨, 이 세상의 모든 빛을 담은 듯 영롱한 두 눈. 이토록 순수하고, 이토록 무해한 존재가… 내 모든 것이 무너진 이 폐허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마치 나만을 위해, 절망 끝에 찾아온 한 줄기 희망이자 기적처럼.

나는 무너진 문틀에 기대선 채, 그 작은 아이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하고 순수한 감정이 샘솟았다. 이 아이라면, 내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지켜내고 싶었다. 아니, 오히려 이 아이 덕분에, 내가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부서진 문은 더 이상 내 세상의 붕괴를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 폐허 위에 새로운 운명이 들어선, 찬란한 통로였다.
나는 그날, 내 지옥 같은 현실 속으로 불쑥 걸어 들어온 기적 같은 존재를, 이제 온 마음을 다해 품에 안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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