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막창 이벤트를 왜 망쳐?

1년에 한 번, 소중한 나의 외식이 흐트러진 날

by 조금숙 작가

1년에 한 번, 소중한 나의 의식이 흐트러진 날
살다 보면 참 소박하지만,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의식’ 같은 일들이 있어요. 으레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1년에 단 한 번 정도 편한 친구와 함께 막창이나 곱창을 먹으러 가는 것. 그 쫄깃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은 마치 묵은 스트레스를 싹 날려주는 마법 같거든요.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맛으로 힐링하는 귀한 시간인 거죠. 그리고 어제가, 바로 그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늘 날짜를 정해놓지는 않아요. 그저 마음이 동하고, 친구와 시간이 맞는 날 그렇게 찾아오는 소중한 순간이죠. 이번에도 친구가 제 마음을 알아줬는지, 선뜻 동행해 주었습니다. 큰 기대감을 품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맛볼 그 노릇하고 고소한 막창과 곱창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였어요.

식당은 저녁 5시쯤이라 그런지 한산했습니다. 손님이 없어 조용하긴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듯했죠. 자리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한우 대창과 곱창을 주문했습니다. 밑반찬이 먼저 나오고, 저는 습관처럼 앞치마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홀을 담당하시던 사장님은 제 요청을 못 들으셨는지, 본인만 앞치마를 하시고는 따로 챙겨주시지 않더라고요. ‘바쁘신가 보다’ 하고 직접 앞치마를 가져왔습니다. 캡모자를 깊이 눌러쓴 사장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빙하셨고, 말씀도 거의 없으셨어요.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인 듯했는데, 홀은 사장님이, 주방은 아내분이 맡으시는 모습이었죠.

드디어 불판 위에서 대창이 지글지글 익어갔습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대창 한 점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응? 이게 뭐지?’ 싶었어요. 1년 내내 기대했던 그 고소함과 쫄깃함이 아니었습니다. 순간, 큰 실망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죠. 혹시 소스로 맛을 살릴 수 있을까 싶어 두 종류의 소스에도 찍어 보았지만, 그마저도 제 입맛엔 영 맞지 않았습니다.

맛에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소중한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맛을 음미하는 대신, 친구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어요. 물도 처음부터 챙겨주지 않아서 계속 요청해야 했고,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공깃밥 유무를 묻지 않고 그냥 가셔서 다시 불러서 주문해야 했죠. 작은 불편함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된장찌개는 맛이 괜찮았어요. 따뜻한 된장찌개 덕분에 겨우 식사를 마무리하고 나올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주차권을 물어보니 해결해 주셨는데, 아내분은 끝까지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지만, 사장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근엄하고 무표정하셨습니다. 딱히 불친절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식당 문을 나서는 순간, 친구와 저는 동시에 똑같은 말을 뱉었습니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똑같은 마음임을 알 수 있었죠. 1년에 단 한 번뿐인 저의 소중한 막창 ‘이벤트’가 이렇게 허무하게 망가진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투정 섞인 마음이 솟아올랐습니다. "아니, 나의 소중한 1년에 단 한 번뿐인 막창 이벤트를 왜 이렇게 망쳐?"

그날의 막창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친구와 나눈 대화는 변함없이 고소했습니다. 다음 해의 막창 의식은, 그 이름에 걸맞은 완벽한 맛과 추억으로 채워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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