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의 자유에 대한 단상
영유아기 아기들은 세상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우며 어른이 보기에 매우 불완전한 존재이다.
(사실 다 서툴러도 못한다고 생각이 들면 안 된다. 아기 입장에서 양육자는 숟가락질 30년 경력의 고수이다.)
당연히 그에 따라 응당 실수도 많이 하고 육아를 하다 보면 당연히 훈육도 하고 가르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아기들의 자유를 박탈할 근거가 돼서는 안된다.
영유아기 아이들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지 않다.
양육자가 주는 것을 먹고, 입히는 것을 입으며, 데려가는 곳에 가고, 제공받은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양육자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완전한 인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과정으로서, 아이에게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하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아기의 자유는 방종과는 구분되지만, 그렇다고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보장되어야 한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핵심은 '한계설정'이다.
명확하게 한계를 설정해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행동하고 놀 수 있게 하면 아기의 자유의지가 어느 정도 충족이 된다. 매사에 최대한 강제로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꼭 해야 하는 행동에 대해 눈치를 보라는 게 아니라, 설명해 주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먹을 때 : 여러 음식을 제공하되(한계 : 그릇의 음식들) 먹여주지 않고 직접 골라서 원하는 만큼 먹도록 한다. 자기 주도이유식(BLW)
입을 때 : 입히기 전에 옵션을 보여주고(한계 : 보여준 옷들) 입고 싶은 옷을 고르게 한다. 신발도 마찬가지.
놀 때 : 종이와 색연필을 제공하고(벽과 물건에는 그리면 안 된다고 한계를 설정) 마음껏 무엇이든 하고 싶은 시간 동안 그리며 놀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선택과 책임을 아이에게 지우면 그것도 아이입장에선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계설정으로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프레쉬맨에게 조모임에서 조장을 시키면 안 된다.
실제로 우리 아이는 9개월부터 자기 주도 이유식을 하고 18개월이 된 지금 도구를 활용하여 먹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먹고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가끔 옷의 조합이 이상해지긴 하지만 옷도 입고 싶은 것을 입고, 벽에는 낙서하지 않고 종이에만 행복하게 끄적거린다. 블루베리 나무에서 까만색으로 익은 것만 따야 하는 규칙이 있으면 까매진 블루베리를 실컷 따먹는다.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 만큼 놀 수 있고, 집에서도 책을 보고 싶은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읽어 준다. 식사나 수면 등 일정이 있을 때는 의사를 물어보고 설명해 준 뒤 종료한다. 자기가 현재 하는 행동(놀이)을 원하는 만큼 했던 경험이 쌓이면 조바심이 없고 한 번 할 때 집중력 있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많은 선택과 자유의지의 경험들은 아이의 자기 효능감을 증진시켜 주고, 나아가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매사에 자신감 있게 행동하고 선택할 수 있는 양분이 될 것이다.
(오늘도 목욕할 때 작은 컵에 물 담아서 아빠한테 붓기를 수십 번을 반복했던) 우리 아이가 앞으로의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 속에서 거침없이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라며, 나는 내일도 마음껏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기다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