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때문에 집에 가기 싫어'
엄마 된 지 21갤 만에 들은 가장 충격적인 말 ...
마감이 코앞인데 자꾸 안아달라, 놀아달라 칭얼대시는 따님.
보다 못한 서방님이 잠깐 데리고 나가 놀다 오기로 했는데...
어째 애 밥시간이 지나고, 낮잠 잘 시간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는 게 아닌지..
마침내 돌아온 서방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
" 찌가 자꾸 안 가겠대.
삐졌나 봐. 엄마 있어서 집에 가기 싫다던데? "
순간 울컥.
전해 들었는데도 그 충격이란..
원래 사이가 좀 안 좋았냐고? 전혀요.
아침에 눈뜨자마자 "엄마 딸이라서 좋다~"
달달한 표현도 종종 했던 딸내미.
( 사실 내가 했던 말. "찌가 엄마 딸이라서 좋다..." 를 학습해 내뱉은 문장이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
아직 어린지라, 엄마에 대한 애정 표현은 늘 후했다.
" 찌야 엄마 좋아요? / 네~ 이마큼 이마큼 이마큼~~~ "
" 우리 찌 엄마 사랑해? / 따랑해여~~ "
써놓고 보니 일방적으로 내가 좋아요. 사랑해요.를
유도하긴 했다만 ;;;
여튼 한 때는 유명한 엄마 껌딱지였을 정도로
엄마만 찾던 녀석이었가.
돌아보면 2년 가까이 크게 속 썩인 적도 없었다.
100일의 기적도 제때 일어나서 일찌감치 밤수도 끊고
엄마 잠도 푹 재워준 효녀였고.
더 고마운건 매일 아침 방긋방긋 웃으며 시작한다능 거다. 일어났다고 울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신,
혼자 바스락 거리거나 옹알거리면서 노는 소리로,
말문이 트이고는 쫑알거리거나 엄마를 불러 깨웠을 뿐.
울고 떼쓰며 아침을 맞은 적은 없었다.
(이앓이나 악몽 때문에 중간에 자면서 운 적은 있지만.. )
울음도 떼쓰는 것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설명해주면 금방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듯 했는데. 그런데...
그랬던... 기특한 딸이 달라졌다.
요즘들어 고집을 피우며 몸을 까뒤집는
빈도도 시간도 늘었다.
점점 머리가 커진 탓도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엄마가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우리 딸에게
첫 질풍노도의 시기가 오고야 말았다.
출근 1주 차, 땅바닥에 드러눕기
& 40분 숨 가쁘게 꺼이꺼이 대성통곡...
출근 3주 차, 엄마가 있어서 집에 가기 싫다고...
대차게 삐져버렸다.
솔직히 좀 억울한 맘도 든다.
그래도 15 갤이나 끼고 키웠는데
그래도 20 갤은 집에 있었는데... 그래도 부족했던 걸까.
내가 사랑이 부족했나?
내가 애랑 있을 때 너무 카톡을 많이 했나? 등등
자책하려 드니 끝도 없다 ;; 생각을 좀 바꿔보자.
그래도 내가 의지가 되는 엄마니까 애가 나를 찾겠지.
내가 필요하니까 내가 일하는 게 싫은 거겠지..
생각해보면 애가 힘든 건 너무 당연하다.
엄마 믿고 세상에 나왔는데,
엄마가 자꾸 보이지 않는데 어찌 불안하지 않으랴.
처음 겪는 딸내미의 격한 변화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두렵기도 하지만...
나의 감정을, 내 아이의 감정을 차곡차곡 기록해볼까 한다.
좀 더 현명한 방법을 찾고 싶기도 하고.
아이 앞에서 꾹꾹 눌러 담은 내 감정을 쏟아낼 곳도 필요하니까ㅋ
아이가 예뻐 죽겠고, 기억하고 싶어서 쓰고 싶었던 에피소드가 한 둘이 아니었는데....
쓰고 싶다 쓰고 싶다 하다가 결국 게을러서 시작조차 못해왔는데...
만 2년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에서야 아주 즉흥적으로 첫 단추를 꿰어버린 나의 육아일기.
부디.. 멈추지 말고 계속 진행해봅시다 쭉쭉.
덧. 그렇게 만든 방송이 on air 되던 날.
' 딴 거 딴 거~~ '
TV 좋아하는 딸내미지만 엄마 복귀작은 노 관심이었다는ㅠ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