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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Nov 26. 2024

보여주기식 업무 :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대기업 실무자의 경험담 에세이 - 부서이동, 과제

<과제 : 업무하랴 과제하랴 바쁜 일상>

실무자에게는 코앞에 일들도 많지만, 적게는 두달 많게는 한달에 한번씩은 과제가 떨어진다. 

실무 업무 처내는것에도 매우 바쁜데, 상사나 임원을 포함한 윗선에서는 지속해서 업무들을 창조해내어 실무자에게 하달한다.

가장 이해할 수 없엇던건, 바쁜시간을 쪼개 만든 리포트와 자료들이 실무에서 전혀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들이 과연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예상한대로 과제의 결과물은 상부에 제출된 후, 두 번 다시 쓰이는 일이 없었다.

상사가 바뀌고, 실무자가 바뀌면 그 자료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윗선의 입맛에 맞게 그토록 공들여 만든 리포트와 자료들이 공중분해되어 자취를 감춰버리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우리는 결국 상위 관리자의 지시에 맞춰 보여주기식 업무를 과제로 진행했던 것이다. 

내겐 그저 시간낭비이자 불필요한 일이었다. 이런 시스템을 결코 이해하기 어려웠다. 


10년동안 실무에 유용하게 적용했던건, 실무자인 내가 만들었던 메뉴얼 정도였다. 

실무자의 필요해 의해, 실무자의 관점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 그 자료들은 실무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그럼에도 매번 신박한 과제들을 하달 받을때면, 실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상과학같은 상상을 하는) 임원들의 발상이 참신하다고 느꼈다. 요술방망이처럼 '딱 하면 척' 하고 나온다고 생각하는걸까? 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실무자들은 야근을 각오하고 저녁시간을 반납해야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임원들도 본인들이 일을 한다는걸 보여줘야지, 높은 연봉 받고 다닐텐데 생색은 내야하지 않겠어?"

반항했다가는 찍히는 길 뿐이므로, 상사부터 실무라인은 거의 "네,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구색만 맞춰서 보여주기식 업무를 진행해야한다. 


감사했던 케이스도 있었다. 

그나마 실무 경험이 있던 부서장이 , 본인의 기획안을 실현하기 위해 실무단에 직접 뛰어들었던 경우이다.

실무자로부터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 안되면 본인이 직접 해보겠다고 뛰어들었던 부서장은 대담하고 용감했다. 그녀는 몇달동안 실무 업무를 하면서 ( 본인의 기획안이 ) 실현 불가능하다는걸 직접 맞딱드리고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요구하지 않았다. 실무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던 아주 감사한 경우이다.

또한 과제를 받은 후 "인력이 없어서 못 한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할 수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고 임원에게 단박에 응수한 상사가 있었다. 상사는 임원에게 단단히 찍혀버렸다. 그렇다. 첫판부터 불가능을 이야기하는 순간 단단히 찍혀버린다. 능수능란하게 잘 설득하는것도 능력이고 지혜이다. 나 또한 보여주기식 업무는 하지 않겠다고 남자상사에게 덤볐다가 완전히 틀어졌던 경험이 있었다. 이처럼 조직생활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 부서이동 : 나의 노력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첫 부서이동 후 느꼈던건 '허탈감'이었다. 

신입사원으로 한 부서에 6년동안 몸담은 후, 다른 그룹으로 부서이동이 되었다.

전 그룹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했던 나는 그 곳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공들여 작업했던 리포트 성과물들은 실무단에서 조용히 사용되고 있는듯했다.

묵묵히 성실하게 일했던 나의 성과물은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업무는 또다른 실무자에게 빠르게 대체되고 있었다. 

'그간 쏟아온 나의 노력은 무엇이었을까? 물거품이 되어버린것일까?' 허탈했다.


이러한 조직의 생리를 빠르게 파악한 사람은 어떻게든 업무를 안받으려하고 발버둥을 친다.

업무에 대한 욕심도 없고, 굳이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고, 편하게 회사를 다니고 싶어한다.  

때론 '그들의 선택이 맞는것일까?' 생각해본다. 

'난 누구를 위해 , 그토록 열심히 성실하게 일했던것일까'

후회는 없으나 씁쓸함이 밀려온다.


이제 회사를 퇴사한 사람으로써, 그토록 힘들게 일했던 나의 모든 노력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놀랍게도 지금의 AI 기술로 신입때의 단조로운 업무들은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수준이 되어버렸다. 

회사생활을 통해 기본적인 업무능력, 인간관계, 조직생활에서 무형의 가치로 배운것도 얻은것도 참 많았다. 

난 어린나이에 입사하여 11년차에 퇴사했지만, 누구에게나 조직생활은 5년 이상 해보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라고 추천한다. 단, 월급이 주는 안락함에 빠지면 영원히 안된다는걸 강조하고 싶다. 

 

훗날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었다는걸 깨닫기 전에 , 조직생활을 하면서 아래의 다섯가지를 명심해야한다.  


나의 건강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나의 (퇴사 후) 미래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나의 평일 저녁생활은 생산성 있게 만들어나간다. 

나의 주말은 유익하고 뿌듯하게 보낸다.

나의 월급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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