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

직장내괴롭힘으로 깨닫게 된 좋은사람의 기준

by 드림트리

20대 초반이라는 어린나이에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난 모난게 없는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어딜가나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들어왔다.

입사한 이후도 마찬가지다.

약 2년동안은 잡일부터 부당한 일을 시켜도 막내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다 해내겠습니다!!” 충성심과 의지와 의욕이 충만했다.

밥먹듯 매일같이 야근을 하며 해뜨는날에 퇴근해본적이 없었다.

어느날은 비타민D가 결핍된 상태를 느껴 건물을 뛰쳐나가 1-2분간 햇빛을 쐬고 올 정도였다.

옆에서 징징대는 선배는 말한다.

“아, 저 이거 하기 싫어요. 일 많다구요.. 막내 **이 시키면 안돼요?”

체계가 없는 나의 상사는 답한다.

“그래. 넘겨”

외근을 보낼때도 6시 퇴근인 내게 5시가 되어서야 가라고 한다.

6시, 현장에 도착하여 밤 10시까지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일을 하고 집에 간다.

야근수당 얘기를 꺼내거나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직속상사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정규직이잖아. 파견, 계약직이야 돈도 적게 벌고 어쩔수 없지만.. 이 정도는 그냥 해”

비유를 해보자면 입에 호스를 꽂고 물을 틀어버리는데 난 그 물을 모두 삼켜야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이 미식거릴만큼 일을 해도 끝나지 않는 업무,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하니 아예 집 갈 생각하지 말고 일하라는 상사.

말 자체가 통하지 않아 말을 안해버렸더니, 그는 또 무엇이 그리도 화가 나서 내게 씩씩거리는지 모르겠다.

(메신저) '**씨, A회의실로!' , '**(이름)! , 12회의실로!'.......

회의실에 가면 늘 나를 누르는 가스라이팅 가득한 말이 이어졌다.

과거 자잘한 실수담을 언급하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읊고있는 그에게 나는 답한다.

“도저히 업무가 많아서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에요.. 이 정도 실수도 지금 겨우 막고 막아서 이 정도거든요..”

“네가 일 많은건 물론 알지. 근데 어쩌겠니. 해야지. 집에 가는걸 그냥 포기해봐. 지금 8-9시에 퇴근하는걸 새벽까지 늦춰서라도 일을 해야지. 집 갈 생각을 하지 마.”

여긴 대기업이다. 작은 기업이 아니었다. 6시 땡치면 칼퇴근하는 똑부러진 주변 동료들에겐 찍소리 한 마디 못하는 그는 유독 내게만 그랬다.

울화통이 치미는 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한테 왜 그러시는건데요. 업무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거의 울부짖기직전) 저 정말 일이 많아서 그랬다니까요”

“지금 어른한테 하는 태도가 그게 뭐지? **씨 여기 사회야. 학교가 아니라고.. 난 네 상사야. 음.. 네 인성에 ... 좀 문제가 있는것같다. 지금 다른사람들도 너에 대해...”

"다른사람들이 너에 대해...”

그의 입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순간, 매번 심장이 마구 뛰며 상당히 위축되는 나를 보았다.

사실 다른 동료들과의 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혹여나, 누군가 나의 작은 행동에 대해 한 마디 뒷말이라도 했던게 있었다면, 그는 그걸 이런 상황에서 늘 요긴하게 활용하는듯했다.


자포자기, 좌절, 분노.. 이 감정을 몇 년간 이고 있다보면 홧병에 걸려 하늘을 보고 분노하는 날 보게된다.

잠깐 스쳐갔던 한 사람의 의견을 마치 다수의 의견인 마냥 가져와서 같은 수법을 수없이 써먹는 그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까지 살 필요는 없겠다. 혹시나 누군가 나를 욕한게 맞다면, 욕먹으면 되겠구나. 굳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사람이 될 필요는 없겠다.’

처음으로 생각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그 면담이 끝난 이후, 내 인생을 바꿀 가치관이 생겨났다.

어딜가나 좋은 인상을 못주면 어떡할까, 적을 만들지 말자, 나를 미워하면 어쩌나, 걱정하여 늘 조심스럽게 상대방을 지극히 높혀주며 살아왔던 내 가치관이 처음으로 깨지는 날이었다.

‘욕 먹는걸 두려워하지 말자’

다만, 원칙을 세워야했다. 막장으로 가는건 내 성향에도 맞지 않았으니까.

‘업무를 할 때, 누군가를 만날 때, 늘 조심스럽게 진심과 최선을 다해 대해주되, 상대가 예의를 갖추지 않거나 몇 번이나 나를 불편하게 한다면 그 때는 따끔하게 강하게 나가자. 혹여나 상대가 어리든 동갑이든 어른이든..’

난 불편하거나 부당한 상황에서는 내 감정을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혹여나 이 단면으로 뒷말이 나온다면 어쩔 수 없는거지. 욕 먹으면 되는거지. 부끄럽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겠다.’

오히려 내 의견을 피력할 때 상대도 예의를 갖추고 한 걸음 물러서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마음속에 불필요한 감정들을 사사건건 담아두지 않게 되자 내 마음이 편해졌다.

강강약약

20대 중반이 될 무렵, 나의 가치관에 새겨진 네 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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