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서지원-내 눈물 모아
방금 사촌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잠시 앞이 흐릿해졌고 네? 네? 만 애써 조그맣게 반복했다. 홍범아... 뭐가 그렇게 힘들었니... 도대체 뭐가 널 그렇게 어리석게 만든 거니...
홍범이는 작은 아빠 엄마 둘째이자 막내아들이다. 나보다 한살이나 어린 남동생은 어렸을 적 자꾸 까불어서 자주 팼다. 방학 때마다 인겸, 홍겸, 홍범과 할머니 댁에서 뭉쳤다. 충청남도 당진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우리는 세상 히어로가 됐다. 옆집 시골 꼬마 하나 꼬셔서 독수리 오형제가 됐다가 빨주노초파 후레쉬맨도 됐다.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어 서로에게 겨눴고 추수한 후 쌓아놓은 짚더미에 불붙은 성냥 깨비를 넣어 큰 불을 낸 적도 있다. 장화 신은 소방관 아저씨를 처음 영접한 영광스러운 날로 기억된다.
막내 홍범이는 개구리 잡기를 좋아했다. 개울가에 가서 잡혀온 팔자 사나운 청개구리는 종일 그 녀석과 놀아줬다. 항상 베개 옆에 개구리를 놓고 잠이 들었던, 귀여운 동생이었다. “김경미!” “야!” 단 한 번도 누나라고 불렀던 적 없던 괘씸한 동생이었다.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간판을 바꿀 때쯤 작은 아빠네는 이민을 갔다.
성인이 되어 만난 홍범이는 생애 처음으로 누나라고 말해줬다. 다 커서 만나서 쭈볏쭈볏 어색했는데 누나라고 하니까 더 멀어진 기분이었다. 180 키다리로 자라난 홍범이 인생은 평범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술 잘 사 주는 누나랑 결혼을, 그리고 예쁜 아가까지. 마지막으로 본 건 재작년 홍겸 오빠 결혼식에서다. 순간 생각이 났다. 어른이 돼버린 홍범이는 웃는데 슬퍼 보였던 적이 종종 있었던 걸.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지만 시선은 땅바닥에 뒀던 걸.
홍범아.
김홍범...
다음 생애는 포기하지 마. 살자.
누나가 지금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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