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김정민-슬픈 언약식
세모 지붕 예배당. 갖춰 입은 사람들이 기다란 의자에 산만하게 앉아 있다. 중앙에는 희끗희끗한 반 백발 목사님이 흰 가운을 성스럽게 걸친 채 시선을 아래에 두고 있다. “크흠” 일부러 불러낸 기침 소리에 어수선한 장내는 어느새 고요해진다.
그랜드 피아노가 경건하게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어린 신랑이 씩-웃으며 씩씩하게 걸어온다. 뒤를 이어 새하얀 긴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가 시강.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예상했듯이 애국가보다 긴 주례가 이어지고 남녀노소 골고루 모여진 성가대가 축가로 찬송한다.
“헝헝헝. 헝헝헝.”
젠장.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두 손바닥을 얼굴에 파묻은 채 신나게 울었다. 그나마 앞에 앉은 애리 언니 덕분에 덜 쪽팔렸다.
“크헝헝. 크헝헝.” 시작은 내가 끊었지만 소리나 시간면에서 울음보 대장은 언니 몫이었다. 앞 뒤로 앉은 두 여자는 심지어 딸꾹질까지 하며 눈물의 결혼식장을 만들어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내 베프 애경이의 결혼식. 벌써 육 해가 지났구나. 아들 주원이가 6살이니까.
지금은 너 예뻐 나 예뻐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결혼하기까지 사연도 많고 한숨도 깊다. 그 뭐든 걸 옆에서 지켜봐 왔기에 오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애경이와 인성인 일본 오사카에서 만났다. 친구는 드림컴트루를 위해 유학생활을 했었고, 7살 어린 대학생 청년은 선교 활동을 위해 찾아간 교회에서 예쁜 누나를 만났다. 깊은 신앙만큼 두 사람 심장 속에 싹튼 불씨도 뜨거웠다. 짧았지만 강렬했다. 두 사람 사이에 새 생명이 찾아왔다.(내가 지어준 태명이 그래서, 썬더다)
마땅히 축하받을 일인데, 두 사람은 왜 웃지를 못하니? 애경인 꿈 꾸던 기업에 갓 입사한 상태였고, 인성인 목사님 아버지에게 용돈 받는 학생이었다. 모든 고민을 혼자 안고 가는 애경이가(그래서 섭섭해) 모기 같은 목소리로 “나 어떡하지? 애 어떡하지?”라며 나를 슬프게 했다. 이웃나라지만 먼 나라에 있는 친구에게 날아가, 꽈악 안아주고 싶었다.
직장도 포기하기 힘들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고 싶지도 않고, 애도 지울 수도...있다고 무서운 말을 던졌다.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내 친구를 보며 나라도 정신 차리자, 싶어 이마를 짚었다.
친구야. 사랑하는 애경아.
일은 나중에라도 다시 구할 수 있고, 자식 내리사랑이라고 양가 부모님들도 결국 허락하시고 평생 사랑으로 돌봐주실 거야. 그러면 아이는? 이 아이는 너희에게 찾아온 선물이야. 당장 무섭다고 이 아이를 두고 도망간다면... 넌 평생 지옥에서 살 거야. 넌 그만큼 넘치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아이니까. 후회할 인생 살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자.
내가 전한 진심은 통했고 친구는 그렇게 실마리들을 풀어나가며 가정을 이뤘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남자와 뽀뽀뽀하고 있다. 얼음장이던 시부모님들도 이젠 봄에 일렁이던 아지렁이고, 의젓한 꼬마 신랑은 애경이 마음을 늘 간지럽히는 강아지풀이다.
스무 살 때 만난 애경이를 떠올릴 때면 늘 웃음이 난다. 좋아서, 웃겨서, 고마워서, 애잔해서...
우리 둘에게도 비밀이 있겠지만, 그 비밀은 상대방 입꼬리를 내리게 하는 잠가진 이야기일 거다. 우린 늘 서로 웃기려고 애쓴다.ㅋ
오래오래 사랑을 일궈가며 행복하자. 앰.(서로 부르는 애칭이다)
bgm. 김정민-슬픈 언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