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을 꿈꾸며 이성적으로
이틀 동안 집 밖에 나오지 않았다. J지만 아무 계획 없이 시간을 낭비했다. 새벽에 깨어나 어제 배달시킨 김밥을 먹고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 8화를 이어보기 했다.
오전 8시 30분. 와인이 땡겨서 그러기로 했다. 셀러를 열어 대충 맨 윗 칸에 누워있는 이탈리아 몬테풀치아노를 땄다.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벌써 빈 병. 곁들여 먹은 스모크치즈와 샌드위치도 싹 비었다. 약간 나른해서 침대로 가서 누웠다. 에어컨 제습모드 24도. 취기가 돌아 세상 천국이 따로 없다.
눈을 뜨니 오후 1시. 블라인드 사이로 빛줄기가 쏟아졌다. 다시 쪼르르 와인 셀러로 갔다. 손을 뻗어 잡힌 녀석은 프랑스 샤또 몽투스. 하몽과 샌드위치를 품에 안고 안효섭과 전여빈을 다시 마주했다. 몽투스만으로 심심해 싱글몰츠 위스키 발베니 언더락을 퐁당퐁당 마셨다. 마시다가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당겨 팥빙수를 주문했다. 취기가 올라올 때쯤 다시 침대로 퐁당.
눈뜨면 마시고 먹고 자고.
깨면 다시 와인을 따고 취하면 자고.
이틀 연속 한량놀이를 했다.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먹고 뛰고 마시던 루틴을 깨고 흥청망청 놀다 보니 몸이 무거워졌고 마음이 불편했다. 고민 없이 한바탕 뒹굴었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오빠는 돈 많이 벌어서 나와 행복하게 살려고 열심히 산다고.(명상 유튜브 영상을 함께 보냈다.)
혹자는 살아있으니까 살고 있다. 인생이 너무 피로해서 사는 게 귀찮다고 느껴질 때도 많았다
태어남에도 선택권이 없고 그만 사는 데도 선택권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운명에 몸을 맡기며 숨 쉬고 있다.
태어났으니 사는 이유를 찾아 사는 수밖에 없다.
이상을 꿈꾸며 이성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해장을 하고 욕실 청소를 했다. 이틀 동안 꼼짝 마해서 힘이 남아돌았는지 샤워를 하고 운동화를 신었다. 선선한 동튼 공기를 가로질러 전기자전거를 윙~ 헬스장에 와서 천국의 계단에 올랐다.
오늘부터 다시 테니스도 배운다. 추진력 하나는 진짜 알짜다. 책 한 권을 마감하고 나면 다시 글감이 생겨 계속 쓸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자만이고 오산이었다. 굳이 억지로 쓰고 싶지 않다.
이왕 태어난 김에.
이상을 꿈꾸며 이성적으로.
운동을 하고 잘 먹고 잘 자면 기특한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