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엄청 기발하지?
언젠가 꿈을 이루겠다고
한국에서 부단히 노력하던 한 미국인 친구가
어느 영화의 예고편을 보여주며 하던 말.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고
모든 감정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행복해지듯,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이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머리 안에서 각자 움직이며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는 이야기.
어떤 이는 아이들이 보는 만화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결국 마지막에 눈물을 찔끔 흘려버린.
"여행 좀 다녀올게요."
처음 참여했던 단체 사진전이 끝나고,
동물들이 한 번 보고 싶다면서 홀로 떠났던 여행.
갯벌이 있어 갈매기가 많다는 작은 섬.
비록 멀리 해외는 가지 못하더라도,
카메라만 있다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섬으로 가는 배위에 올라
갈매기들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던 모습들.
그래서인지 살이 포동포동 올라서,
배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리던 녀석들.
그렇게 꼭 다문 입으로 날렵하게
배 주위를 날아다니던.
"선착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선창장 근처에서 버스를 올라타
어느 길 한가운데에서 내리고 나니,
한참을 지도를 보며 걸어가야 찾았던 숙소.
그렇게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 슈퍼에서 저녁에 먹을 반찬거리를 사두고
카메라와 함께 다시 숙소를 나선 기억.
그런데
나는 숙소에서 바다까지 걸어서
40분 이상 걸리는 것을
잘 알지 못한 채로
계속 지나치는 차들을 보면서도,
무작정 지도만 보고 계속 걸었다.
한 참을 걷다
저 멀리 보이던 언덕을
올라 마침내 도착했던 갯벌.
연인, 가족들로 가득 찬
그 곳에서
잠시 외로움에 잠기게 한 곳.
'그래. 내가 너희들을 보려고 여기 왔구나.'
물이 아직 차오르지 않은 갯벌에서,
마음 껏 웃으며 거니는 사람들 틈으로.
가끔은 내 위로 날아다니며,
그렇게 나에게 작은 웃음이 되어준 녀석들.
그렇게 노을이 지고,
어둑해지는 바다를 뒤로 하고
다시 쓸쓸히 걸어간 길.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건강해진 몸으로,
처음 떠난 여행이기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깊은 잠에 빠진.
"근처에 절이 하나 있어."
다음 날 새벽,
그냥 바로 일어나 서울로 돌아갈까 하다
근처에 절이 있다는 주인 아저씨의 말에,
결국 선착장 반대로 가는 버스 올라탄.
그렇게 종점에 다다랐을 때,
작은 언덕을 올라 아름다운 봄과 마주친 곳.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덩이 위로
나도 작은 소망 하나를 올려놓고
그렇게 여유 있게 주위를 돌아다니다,
"야옹."
우연히 높은 계단에서 마주친 고양이 한 마리.
너 여기서 뭐하고 있어?
내가 말을 걸자,
아무 말없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 조용히 서있는.
"얘가 다친 것 같아요."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쯤
학교 가던 길,
차 아래 숨어서 나오지 않고 한참을
나를 쳐다보던 녀석.
아무래도 다리를 다친 것 같아
내 몸집 만한 뚱뚱한 길 고양이를 데려다 놓은
집 마당.
결국 윗 층에 사는
간호사 분께서
얼마 동안 함께 다리를 고쳐주기 위해
내게 보여주신 주사기.
"죄송합니다. 우리 고양이가 담을 넘었어요."
가끔 어딘가로 사라져
친구와 함께 찾아다녀야 했던 녀석.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완전히 사라진 녀석 때문에
조금은 씁쓸했지만
'이제 다 나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얼마나 지났을 까.
우연히 친구 집을 놀리다가
줄지어 주택가 담을 넘어 다니던 길고양이들 중에
마지막 한 마리가
나를 잠시 가만히 바라보고 서있었던.
"너구나."
그렇게 말없이 나를 보다가
다시 친구들을 뒤따라갔던 녀석.
그렇게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고양이 덕분에
문득 추억과 함께 떠오른 생각.
만약,
'소리 없이 마음을 볼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