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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삶 Nov 13. 2015

'움푹 파인 길을 따라 물이 흐르듯'


너 자신을 알라.


아마 내가 대학에 다닐 때였던 것 같다.

어느 날 버스 안 라디오에서

나지막한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는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이미 자신은 인생의 모든 해답을

깨달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고.


그래서 마지막에

한 사람이 그렇게 얘기했다.


'너 자신을 알라.'


그 말이 그렇게 오랜 세월 명언으로 불리는 이유는,

아마 그것이 그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이루기 어렵기 때문일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스스로에 대한 무지를 부끄러워하기보다,

나를 천천히 알아가야겠다 생각했다.


어차피 그것은 나만의 무지가 아닐 테니.


- Copyright 김작 (Film: Kodak TMAX 400) -


"그것도 모르니?"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누구나 많이 들었을 법한 질문들.


그것은 아마 질문이 아니라,

어쩌면 답을 내놓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누군가의 충고에 가까울지도.


아마 본인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그 누군가로부터의.


그런 충고가 많은 사회여서일까.


의문을 갖거나 질문을 한다는 것.

답을 알지 못하고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것.


나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참 당연하지 않은 사회에 있다고 느끼며 살아 온 것 같다.


비록 모든 것에서 그럴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마음이 이끄는 그 무언가에서 만큼은

누군가는 이곳에서

누군가는 저곳에서

답을 찾아가는 그런 질문들이

아름답게 느껴졌기에.


- Copyright 김작 (Film: Kodak TMAX 400) -


"왜 그렇게 후배들을 챙기는 거야?"


어느 날

후배들과 있는 나를 보면서

친구가 물었던 질문.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저 후배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 질문을 멈추지 않고

계속 고민하는 사람들을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아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진,

사회에 나가 성공하려면

후배보다는 선배들을 따라다니고 챙겨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그럼 내가 그 후배들을 이끌만한 사람이 되면 되지 뭐."


라고 말했던 기억.


아마 나에게그때나 지금이나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만약 내가 누군가로부터 무언가 배울 수 있다면,

또 각자가 가진 빛을 서로 알아볼 수 있다면,

그곳에 더 이상 나이는 없는 거니까.


'어른 아이.'


스무 살,

어느 책에서 보았던 단어.

끊임없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책을 보며

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 인 것 같아

처음엔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남들만큼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아서.

나는 왜 그렇게 궁금한 것이 많을까 하고.


그리고 어느 구절에서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라는 글을 읽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던 기억.


내가 공평하게 태어날 이유는

원래부터 세상에 없었던 거구나 하고.


- Copyright 김작 (Film: Kodak TMAX 400) -


"누군가에게 베풀면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돌려받더라고."


친구에게 사람과의 만남이 참 어렵다고 얘기하다

내가 그렇게 말했던 기억.


대학 시절

내 주위에 넓게 들어 차있던 사람들의 자리에서

나이를 조금 씩 먹어감에 따라

하나 둘 사람의 빈자리가 보이기 시작하던 때,


결국 관계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힘들었던 시간들이

결국 우연히 나를 위한 결과들로 찾아오듯이.


사람들이 떠나간 상처, 혹은 그 빈자리가

결국 돌고 돌아 소중한 누군가로 다시 채워질 테니.


결국 모든 것을 비워낼 때,
비로소 찾아오는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이 찾아올 때

어머니와 나눈 대화.


오랫동안 간절히 원하고 원하는 것만

따라가다 보면 항상 만나는 고비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기에,

고비 고비마다 견뎌내는 것이 참 힘들게 느껴졌던.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상처들이 남긴 길을 따라

생각지 않게 찾아오는 기회들.


가끔 씩 그런 순간들을 만나면서

나는 생각했다.


결국,


'움푹 파인 길을 따라 물이 흐르듯,


세상에 나만의 삶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거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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