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면 취업도 잘되고 돈도 더 번다고요?
[논문강독] 이 글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정책연구실 이영임 연구위원이 관련 논문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일종의 '연구 해설서'입니다.
[참고논문] Rooth, D. O. (2011). Work out or out of work—The labor market return to physical fitness and leisure sports activities. Labour Economics, 18(3), 399-409.
체력이 좋으면 노동시장에서 돈을 더 벌 수 있을까요? 노동경제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을 고민해왔습니다. 이 매력적인 주제와 관련하여 노동경제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Mincer(1974)가 제안한 임금방정식을 활용합니다. 노동자의 임금은 주로 학력과 경력이 좌우한다는 내용이 골자죠. 한 마디로, ‘가방끈 길고, 짬이 될수록 돈 많이 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 주장에 대해선 의문이 듭니다. 과연 가방끈(학력)과 짬(경력)이라는 요인 외에, 다른 매력적인 요인은 없을까?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경제학자들은 Mincer의 임금방정식을 변형하여 다양한 변수들을 대입하며 노동자들의 임금 결정원리를 찾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스포츠 프리미엄: 체력과 임금의 관계
스웨덴 경제학자 Rooth는 흥미로운 변수 하나를 생각합니다. Mincer의 임금방정식에 체력(physical fitness)을 넣어본 것이죠. 또 하나, ‘스포츠 참여’가 취업확률을 높여줄까, 라는 가설도 테스트해봅니다. 언뜻 보면, 노동시장과 스포츠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이러한 시도가 황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노동경제학에서는 이와 유사한 연구가 상당수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임금 프리미엄’ 연구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 종사자가 중소기업 종사자보다 임금이 높다는 대기업 임금 프리미엄,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근로자가 비수도권 근로자보다 임금이 높다는 수도권 대학 프리미엄, 심지어는 키가 1cm 클수록 시간당 임금이 1.5%씩 상승한다는 신장 프리미엄에 대한 연구까지 있죠.
그렇다면 과연 ‘스포츠 프리미엄’은 가능할까요?
1. 첫 번째 스포츠 프리미엄: 체력이 좋은 사람이 돈을 더 버는가?
Rooth는 체력과 임금의 관계를 밝히고자 다음과 같은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먼저, 1984년에서 1997년 사이에 군에 입대한 경험이 있고, 1999년 현재 스웨덴에 살고 있는 남성들의 자료를 확보합니다. 이 기간은 스웨덴이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던 시기여서 대규모의 자료 확보가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이들 중 이민족과 관련된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서 스웨덴 출신 부모를 둔 스웨덴 남성만을 연구대상자로 한정하고, 그 중 연간 수입이 존재하는 446,930명을 최종적으로 포함시킵니다. 또한, 가족 효과를 통제하기 위해 형제가 모두 대상자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 144,671명도 별도로 구성해 두었습니다. 가족은 동일한 부모 아래 유사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므로, 이들이 가지는 측정하기 힘든 여러 공통점들이 임금에 미치는 효과를 통제하는 것은 일리가 있습니다.
위의 그림을 보시죠. 임금이 높을수록 체력도 좋다는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X축이 체력, Y축이 임금). 그렇다면 이것을 스포츠 프리미엄(또는 체력 프리미엄)의 증거로 삼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임금과 체력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일 뿐, 인과관계가 아니기 때문이죠. 즉, 인지 능력이나 신체적 조건, 연령 등 임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체력이 좋으면 임금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죠. Rooth는 다른 영향요인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여러 변수들을 모형에 하나씩 투입하며 그 효과를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시죠.
위의 ‘해독하기 난해한’ 표를 보시죠. 설명하자면, 연령 효과만을 통제했을 때 체력으로 인한 프리미엄은 7.4%로 추정되었고, 관찰 불가능한 가족효과까지 고려한다면 프리미엄은 4.1%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1년의 추가 교육 또는 1.3년의 추가 경력이 있는 것과 대등한 효과입니다. 키, 인지 기술, 비인지 기술의 효과까지 모두 통제한다면 체력으로 인한 프리미엄은 1.7%까지 하락하지만, 변함없는 결과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체력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2. 두 번째 스포츠 프리미엄: 스포츠 참여는 구직 활동에 도움이 되는가?
위의 결과에서 나타난 체력 프리미엄, 즉 ‘체력이 좋은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사실’은 일견 납득이 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체력이 좋으면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양호할 것이며, 생산성도 높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구직자가 스포츠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단지 지원서에 명시하는 것만으로 취업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요?
Rooth는 2007년 3월부터 11월 사이에 스웨덴 전역의 고용주 3,821명에게 8,466건의 지원서를 이메일로 보내는 실험을 했습니다. 직종은 다양했습니다. 컴퓨터 전문가부터 회계사, 간호사, 미화원, 교사 등 13개 직종이 포함되었지요. 8,466건의 지원서 중 3,188건의 지원서에는 스포츠가 아닌 영화감상, 전시회 관람 등의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거나, 아무 내용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278건의 지원서에는 구직자가 축구, 농구 등의 팀 스포츠나 테니스, 골프, 수영, 조깅 등의 개인 스포츠에 참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지요.
“저는 여가시간에 테니스를 치는 것을 즐깁니다. 테니스는 사회화 및 건강 유지에 탁월한 운동입니다.”
“저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스포츠에 참여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여름철에는 콜펜(Korpen)에서 축구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스포츠 활동 참여에 대한 내용을 지원서에 기재하는 것이 면접 요청 확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분석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이전 직장 경력, 성별, 민족 등 다른 영향 요소를 통제하여 스포츠 참여의 순수한 효과만을 측정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스포츠 참여 사실 명시만으로 면접 요청이 올 확률이 2% 가량 상승한 것입니다. 이는 직장 경력 1.5년이 주는 효과와 동등한 것입니다. 특히 건설업이나 음식점 종업원, 미화원, 간호사 등 체력이 중요한 직종에 지원한 결과만을 따로 분석한 경우 이 확률은 4.8%로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스포츠 참여의 ‘자본’ 효과
이런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Rooth는 구직자의 스포츠 참여가 고용주에게는 높은 생산성과 사회성에 대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 즉, 스포츠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동기부여나 경쟁력 측면에서 다른 지원자들보다 더 우수하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은 하나의 실험 결과일 뿐이며, 그 실험 자체도 완벽하진 않기에 일반화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적용하기 더더욱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 스포츠 프리미엄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실증적 증거를 제시한 것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연구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