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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 읽기 Apr 04. 2019

응원의 힘

축구경기에서의 홈 어드밴티지는 존재하는가?

[이영임 박사의 스포츠경제학 산책-3] 과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닐까? 스포츠 베팅에 나타나는 '요기 베라 편향(Yogi Berra Bias)' https://brunch.co.kr/@bruncht7ac/69


이 글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정책연구실 이영임 박사의 네 번째 글로서, 스포츠 경기에서의 홈 어드밴티지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를 풀이한 것입니다. 


[참고논문] Ponzo, M., & Scoppa, V. (2018). Does the home advantage depend on crowd support? Evidence from same-stadium derbies. Journal of Sports Economics, 19(4), 562-582.


스포츠 경기에서의 홈 어드밴티지


우리는 스포츠 경기에서 홈 어드밴티지(home advantage)를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홈경기를 할 때 이동 거리, 경기장 친숙도, 응원, 심판 판정 등이 원정팀보다 홈팀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향, 이른바 ‘안방 효과’가 존재하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올림픽 개최국이 해당 올림픽에서 메달을 최대 3배까지 더 획득한다는 연구 결과나, 월드컵 개최국은 최소 16강전에는 진출한다는 속설(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등은 홈 어드밴티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죠.


홈 어드밴티지는 종목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육상이나 역도 등 심판의 영향력이 작은 종목(주로 기록경기)은 홈 어드밴티지를 거의 누릴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심판의 영향력이 큰 종목인 축구나 야구, 경기장마다 모양이 달라 홈 경기장의 이점을 크게 누릴 수 있는 썰매 종목 등은 홈 어드밴티지를 기대하게 됩니다. 


이렇듯 홈 어드밴티지는 단순히 특정 요인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의 판정이나 지리적 이점, 관중 응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축구에서의 홈 어드밴티지는 어떤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줄까요?  기후가 전혀 다른 먼 나라에 원정 경기를 가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동에 따른 피로와 현지 적응력이, 붉은 악마의 응원을 생각하면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 지지가, 원정경기에서 억울한 판정으로 내가 응원하는 팀이 패배하는 경기를 떠올린다면 심판의 판정을 그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 중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요? 아니, 그 이전에 저 효과들을 구분해 내는 것이 가능은 할까요?


홈 어드밴티지우리는 같은 홈구장 쓰는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Ponzo와 Scoppa는 관중들의 응원이 홈 어드밴티지에 기여하는지 분석하기 위하여 재미있는 모형을 설계합니다. 즉, 홈 어드밴티지 중에서 홈구장에 대한 익숙함이나 원거리 이동으로 인한 피로 등의 요소를 배제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낸 것이죠.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바로, 같은 홈구장을 공유하는 팀들의 경기(same stadium derbies)를 별도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보자면 잠실야구장을 함께 쓰는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 쯤 되겠네요.


이들의 경기는 동일한 홈구장을 공유하기 때문에 경기장에 대한 친숙도나 원정 이동으로 인한 피로 등의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자연스럽게 이러한 변수들이 통제가 되는 것이죠. 홈팀인지 아닌지에 따른 차이점은 오직 각 팀의 서포터들의 비율 뿐입니다. 홈팀의 시즌권 소지자를 위해 많은 수의 좌석이 배정되어 있고, 남은 좌석 역시 홈팀이 티켓 판매를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분석에 쓰인 자료는 1991-92 시즌부터 2012-13 시즌까지의 이탈리아 세리에 A(Serie A) 리그에서 열린 모든 경기(7,398경기)와 그 중 동일 경기장 더비 매치(128경기) 입니다. 여기에는 밀라노 더비라 불리는 데르비 델라 마돈니나(AC 밀란 vs.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로마 더비인 데르비 델라 카피탈레(AS 로마 vs. SS 라치오), 데르비 델라 몰레(유벤투스 FC vs. 토리노 FC), 데르비 델라 란테르나(제노아 CFC vs. UC 삼프도리아), 데르비 델라 스칼라(베로나 vs. 키에보베로나) 등 같은 홈구장을 공유하는 팀들의 경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 결과는 어땠을까요? 다음의 표를 보시고 설명을 이어가보죠.



먼저, 전체 경기에 대한 분석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위의 표는 홈경기의 획득 포인트(승리=3, 무승부=1, 패배=0)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살펴본 것입니다. 포인트 차이(전체 경기, 최근 4경기, 최근 8경기), 랭킹 차이 등의 실력 차를 고려하더라도 홈 어드밴티지를 뜻하는 변수인 “Home”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숫자는 마지막 줄의 한계효과(marginal effect)인데, 이것은 홈에서 경기하는 경우 승리 확률이 몇 %p 높아지는가를 추정한 것입니다. 위에서 이 효과는 0.2351~0.2647 정도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것은 두 팀에 대한 실력 차이를 어떻게 고려하더라도 홈에서 경기를 한다면 원정 경기보다 승리 확률이 약 23~26%p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즉, 이 크기가 바로 홈 어드밴티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분석은 홈 어드밴티지 자체의 크기를 측정한 것일 뿐, 관중들의 응원에 의한 요인만을 별도로 분석한 것은 아닙니다. 이것을 따로 보기 위해서 아까 설명 드린 것과 같이 동일 홈구장을 공유하는 더비 매치들을 같은 방법으로 다시 분석해서 홈 어드밴티지의 크기를 추정해 보았습니다.



위의 표에서 한계효과는 15~16%p 정도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의 홈 어드밴티지는 동일한 홈구장을 공유하는 팀들 간의 경기만을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오직 관중의 응원 차이만을 반영한 홈 어드밴티지라 할 수 있죠. 결론적으로, 홈 어드밴티지의 전체 크기인 약 25%p 중에서 관중들의 응원이 15%p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체 홈 어드밴티지에서 관중의 응원이 기여하는 정도는 15/25 이니까 거의 60%나 되는 셈입니다. 놀라운 결과죠.


그렇다면 홈팬들의 응원 때문에 심판들이 홈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효과도 존재할까요? 연구자들은 다시 동일 홈구장을 공유하는 팀들의 경기를 대상으로 이러한 가설도 추가로 검정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심판은 홈팀보다 원정팀에게 옐로카드나 레드카드, 패널티를 더 많이 주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즉, 심판들의 홈팀 편향(home bias)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아낸 것입니다.


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안방 1열보다는 경기장으로

 

이 글에서 소개된 논문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연구들이 홈 어드밴티지의 존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홈 어드밴티지 중에서도 관중들의 응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라고 생각됩니다. 


2019년, 또다시 봄이 돌아오면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 프로 스포츠 시즌도 개막되었습니다. 올해에는 그동안 사수해왔던 안방 1열에서 벗어나 경기장으로 달려가서, 이 연구 결과를 스스로 증명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열정적인 함성이 내 응원팀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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