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후배들과의 이야기가 어려워진다. 만나자고 살갑게 다가오는 후배도 있지만,
가까운 거 같으면서 차가운 후배들도 있다. 눈치를 보게 되었다는 건, 꼰대 나이가 됐다는 게 아닐까 싶다.
예전에 라테는, 뭐든 배우려 했다. 하나라도 더 보고 그 선배 베껴보려고 애를 썼던 거 같다.
선배들도 우리가 마냥 이쁘지 만은 안았을 것이다, 사는 게 어려운 프리랜서 직종에 저 인간이
내 자리까지 가져가진 않을까 신경 쓰였을 것이다. 그래도 굳세게 배워 보리라 옆을 떠나지 않았다.
요즘은 어떤 말을 하기가 진짜 어렵다. 말을 해주면 기분 나쁘지 않을까, 꼰대같이 보이진 않을까,
마지막에는 내가 뭐라고 너에게 조언을 하겠니. 하고 자조 섞인 웃음으로 스스로 마무리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이가 조금 더 서먹해지는 것 같다. 꼰대가 아니라 냉대하는 사람이 되어가게 된다.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다. 생각해 보면 마흔 이후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라고 붙여준 나이 같다.
꼰대가 되는 건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아서 아닐까?
내 말이 맞고 너는 틀리다는 말들이 우리를 갈라놓는다. 너는 그런 사람이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것.
나는 너와는 다르지만 이런 사람이야 라고 굳이 어필하고 피력하지 않아도 그래 그렇지라고 서로 받아들이고, 서로 인정하며 나가는 것. 그러면 탈없이 냉대도 꼰대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스스로 꼰대가 되기로 자처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해보니 이거 진짜 좋더라 -
안 해도 되는데 이건 정말 괜찮아라고 어필할 수 있는 것들. 그 순간엔 꼰대가 되어도 좋다.
정말 좋은 것은 가르쳐 주고 싶으니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후배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은 나 역시 배우고,
선배에게 가져갈 것은 쏙쏙 빼먹어도 괜찮다. 아직은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하고 싶은, 그리고 잘 가르쳐 주고 싶은, 사회를 후배보다는 조금 더 잘 아는 그런.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