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문 II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제22편. 경고문 II


숨이 막힌다.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아니다. 자유는 빼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오래전에 실종됐다. 된다 하는 것보다, 안된다 하는 게 더 많고, 타인의 시선을 생각해야 하고, 보기 좋은 떡으로 만들어야 한다.

유교적 규제와, 종교적 규제와, 그 나라의 법률적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그러므로, 규제만 찾는 규제 속에 한정되어야 하는 예술은 없다. 아니, 예술은 오래전에 죽었다.


예술가들의 내면에서 터져 나온 “진실의 선언”

앞선 경고문이 외부의 검열과 행정적 억압에 맞서서 그 모든 억압을 견디다 못해 예술가 자신이 세상에 붙이는 경고문입니다.


경고문 II


벽 한가운데,

하얀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전시는 중단됩니다.”

짧은 문장 하나가 전시장의 공기를 갈랐다.

아무 설명도, 서명도, 날짜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 문장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등을 돌렸다.

그러나 작가 민정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문장은 누군가의 손으로 쓴 공지이자,

그녀의 심장에 찍힌 낙인이었으니까.


그녀는 벽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이번에도 벽에 걸리지 못했네.”


밤이 되자, 민정은 아무도 없는 전시장으로 돌아왔다.

불 꺼진 공간 안에서 작품들이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그 경고문을 떼어내 손에 쥐었다.

잉크가 번지고, 종이는 습기를 머금어 손끝에 찢어졌다.


그녀는 그 종이 뒷면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건 변명도, 항의문도 아닌, 예술가의 생존 선언문이었다.


“이곳에 붙은 경고는 내게 향한 협박이 아니라,

당신들의 양심에 붙인 경고다.”


삭제된 작품들...


며칠 전, 심의위원회의 메일이 도착했다.

“작품 일부는 사회적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관람객의 정서를 고려해 조정 바랍니다.”


그 ‘정서’라는 말이 민정에겐 가장 잔인했다.

그녀의 그림 속에는 가난한 예술가,

쓰레기통 옆의 조각상,

빚 독촉장을 말아 붓으로 만든 풍경이 있었다.


그것이 불편했을까?

그녀는 그들의 “정서” 속에 들어가지 못한 채,

전시의 일부가 잘려나갔다.


침묵의 전시...


전시 개막날,

민정의 자리에는 빈 벽이 서 있었다.

캔버스는 사라졌고, 대신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본 작품은 내부 사정으로 전시되지 않습니다.”


그 문장은 예술의 죽음이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왜 사라졌는지,

무엇이 ‘내부 사정’이었는지.


사람들은 와인잔을 들고, 음악에 맞춰 웃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요즘 작가들은 너무 예민해.”


민정은 그 말 뒤에 숨어 있던 세 단어를 보았다.

‘너무 진실해.’


예술의 죄목...


그녀는 다시 펜을 들었다.

종이 위에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갔다.


“예술은 때로 혐오로 오해받고,

진실은 불온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우리가 침묵하는 순간,

거짓은 예술의 이름으로 팔리게 된다.”


그녀의 글씨는 점점 굵어졌고,

손끝에서 피가 번졌다.

그 피가 잉크처럼 스며들었다.


민정은 새벽이 되자 전시장 문 앞에 갔다.

사람들이 오기 전,

그녀는 자신의 글을 벽 한가운데에 붙였다.

종이는 구겨져 있었지만, 문장은 또렷했다.


“이 벽은 검열의 벽이 아니다.

예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벽이다.

예술은 허락받지 않아도 된다.

예술은 존재 그 자체로 이유가 된다.”


그녀는 뒤로 물러서서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천장을 타고 들어왔다.

벽에 붙은 종이 위로 금빛 먼지가 흩날렸다.


누군가는 그 종이를 떼어버릴 것이고,

누군가는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릴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진짜 경고는 벽 위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양심 속에 남는 것이라는 걸.


그날 오후, 전시는 다시 열렸다.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걸리지 않았지만,

벽에는 누군가 새로 붙인 포스트잇이 있었다.


“나는 그 경고를 보았다.

그리고 나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민정은 조용히 웃었다.

그건 예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펜을 들어,

자신의 손등 위에 작게 썼다.


“예술은 살아 있다.”


그리고 그 문장을 손으로 지우지 않았다.

그건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존재의 선언이었다.


— 끝 (제22편)



'윤리적 진심으로 그대들에게 묻는다.

예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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