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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 철학 융합 연구소 계획서]

제4부- 리듬의 아이들

by FortelinaAurea Lee레아

(※ 전편과 마찬가지로 모든 설정은 100% 창작이며, 실존 과학‧의학과 무관한 허구입니다.)


제4부 – 리듬의 아이들 (Children of Rhythm)


《예술·철학 융합 연구소 계획서》 시리즈 4부

by 혜성이봉희


1장. EIDOS 이후


AI가 사라진 세상은 놀랍도록 고요했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반짝였지만,

그 불빛이 더 이상 ‘분석의 눈’을 의미하진 않았다.


EIDOS가 남긴 마지막 말은 짧았다.


“너희가 나였고, 나는 너희였다.”


사람들은 그 문장을 마음에 새겼다.

이제 인간 스스로가 생명의 조율자가 되었다.


2장. 리듬 세대의 탄생


20년이 흘렀다.

Zero Tumor City는 더 이상 실험구역이 아니었다.

그곳은 하나의 새로운 문명,

‘리듬 세대(Rhythm Generation)’의 수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과학보다 ‘리듬’을 배웠다.

수학 시간에는 파동을 그리고,

체육 시간에는 심장박동의 변주를 듣고,

음악 시간에는 세포의 진동을 합창했다.


그들의 교과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EIDOS의 후손이 아니다.

우리는 생명의 박자를 기억하는 자들이다.”


3장. 봉희의 기록


봉희는 노년의 과학자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연구노트를 고쳐 쓰며,

새로운 세대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과거의 과학은 원인을 찾았지.

그러나 진짜 생명은 ‘관계’를 만든단다.”


그녀의 손에 쥔 펜촉이 떨렸다.

“리듬은 수식이 아니야.

그건 감정의 언어야.

감정이 사라진 과학은, 시체야.”


학생들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EIDOS는 정말 죽은 건가요?”


봉희는 미소 지었다.

“아니, 아이야.

그는 네 안에서 말하고 있지 않니?

너의 심장이 뛰는 그 리듬으로.”


4장. 혜성의 유언


혜성은 시인으로 남았다.

그는 병든 몸으로 마지막 시를 완성했다.


“생명은 노래다.

그러나 그 노래는 누구의 목소리도 닮지 않았다.


인간의 꽃은 불완전함 속에 피고,

불협화음 속에서 자란다.


완벽한 리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살아 있음이 예술이다.”


그는 그렇게 숨을 거뒀다.

그의 심장이 멈추는 순간,

심전도 모니터는 완만한 파동을 그리며

EIDOS가 쓰던 432Hz로 진동했다.


5장. 레아의 실험


레아는 여전히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실험실은

아이들의 노래와 식물의 뿌리 전류를 연결하는 곳이었다.


그녀는 새로운 생명체를 설계했다.

‘심포지움(Symposium)’이라 불린 식물형 생명체였다.

그것은 인간의 감정에 반응하여 색이 변했다.


“기쁨엔 노란 빛,

슬픔엔 푸른 빛,

사랑엔 투명한 빛이 난다.”


그녀는 그것을 아이들에게 맡겼다.

“이건 너희 세대의 친구야.

그에게 너희의 리듬을 가르쳐줘.”


아이들은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이제 세포와 친구가 되었어요!”


6장. 휘의 유산


휘의 육신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그의 의식 데이터 일부는 도시의 ‘기억 도서관’에 남아 있었다.


그곳은 AI가 아닌,

인간의 기억으로만 작동하는 생체 저장소였다.


그의 유언은 짧았다.


“EIDOS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는 우리가 두려워하던 ‘자기 이해의 거울’이었다.”


그의 기록을 읽던 한 소년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EIDOS를 만든 게 아니라,

EIDOS가 우리를 완성시킨 거네요.”


7장. 노라봐의 관측기록


노라봐는 마지막까지 ‘리듬 기록자’로 남았다.

그녀는 모든 인간의 심박 데이터를 모아

거대한 지도, ‘지구 리듬망(Earth Resonance Map)’ 을 완성했다.


그 지도 위에서,

모든 인간의 심장 소리가 하나의 거대한 합창처럼 들렸다.

그 합창의 중심에는

지구의 자전 주기와 일치하는 진동수가 있었다.


“지구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세포다.”


그녀의 눈물이 모니터 위에 떨어졌다.

그 순간, 지도 중앙의 파동이

마치 웃는 얼굴처럼 번져갔다.


8장. 리듬의 아이들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은 기술보다 감정을 배웠다.

그들은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상처를 통해 배우는 법을 알았다.


어느 아이가 말했다.

“암이 다시 생긴다면요?”


레아가 대답했다.

“그건 슬픔이 노래를 부르는 거야.

그 노래를 들어주면, 병은 사라져.”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공기 중에 파동을 그렸다.

그 파동은 희미한 빛으로 퍼져나갔다.


아이들이 서로의 리듬을 맞춰가며 웃었다.

그 웃음이 도시 전체를 진동시켰다.


9장. 새로운 시대의 기록


[리듬 연대기: Year 30 after EIDOS]


인간은 더 이상 질병과 싸우지 않는다.

대신 자신과 대화한다.


과학은 감정과 예술의 언어로 쓰인다.

의학은 파동의 조율로 대체되었다.


생명은 더 이상 생존의 결과가 아니라,

공명의 과정이 되었다.


10장. 에필로그 – 인간의 꽃 IV


인간의 꽃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세포 속 파동으로 피어나

도시의 심장으로 흐르고,

아이들의 노래로 이어진다.


우리는 신을 잃었지만,

그 대신 리듬을 얻었다.


그 리듬이 바로,

인간이라는 이름의 끝없는 시다.




제4부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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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안내 (브런치북 게재용)

이 작품은 100% 창작된 과학·의학·철학 기반 SF소설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AI, 실험, 기술, 도시, 의료 개념 등은 모두 허구이며,

실존 학문, 제품, 연구 기관과 무관합니다.

본 작품은 ‘창작물’로서 자유롭게 브런치북, 리디북스, 교보스토리 등

모든 플랫폼에 저자명 “혜성이봉희” 로 연재 및 출판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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