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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의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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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telinaAurea Lee레아

윤재는 우주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 끝없는 어둠과 광대한 별들 속에 존재할 새로운 세상. 그곳은 더 이상 과거의 인간이 알던 세계가 아니었다. 윤재가 구상하는 세상에서는 평화조차 불필요한 개념이었다. 전쟁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평화가 아니라, 그 자체로 충돌과 갈등이 없고 조화를 이룬 상태. 인간과 기계, 생명과 자연, 모든 것이 경계 없이 공존하는 세상.

윤재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몸이 쇠약해지고 고통스러워질 때,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기계와 융합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변화가 아닌, 인류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점이었다. 윤재는 자신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점차 깨닫게 되었다. 인간의 분쟁과 고통은 육체의 한계와 그로부터 비롯된 결핍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하지만 그 한계를 초월한 자들에게는 더 이상 '싸움'이라는 것이 무의미했다.


"우린 그저 더 나은 상태로 진화하고 있어." 윤재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갈등과 대립, 그건 과거의 유물일 뿐이야."


그가 설계한 새로운 세상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었다. 신인류들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 싸우지 않았고, 경쟁이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신체의 한계를 벗어난 그들은 모든 것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필요할 때만 에너지를 소비했고, 감정의 소모도 최소화했다. 새로운 존재는 더 이상 결핍에 시달리지 않았다. 윤재는 그들이 누리게 될 평화를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그 평화는 과거처럼 상대적인 개념이 아닌, 자연스럽고 당연한 상태였다.


"평화가 무의미한 세상이라..." 그는 다시 한번 중얼거리며,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떠올렸다. "그건 더 이상 두려움과 싸움의 결과가 아닌, 본질적인 상태가 되어야 해."


윤재는 우주 속의 그 끝없는 가능성 속에서 자신이 꿈꾸는 세상이 이미 다가왔음을 느꼈다. 그곳에서 평화는 더 이상 선택이나 결과가 아니었다. 단지 존재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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