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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레타 ] (끝)

6장: 어둠 속에서 빛을 부르는 자 (10편)

by 혜성 이봉희 Feb 19. 2025

6장: 어둠 속에서 빛을 부르는 자 (10편)



페레는 깊은 어둠 속에 빠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가 누구인지조차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누구지?"


그녀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떠도, 같은 어둠이었다.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는 밤 속을 헤매는 기분.


그러나 그 순간, 어딘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레타."


그녀는 움찔했다.


그건 그녀가 잊어버리려 했던,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일어나."


빛이 보였다.



페레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그녀의 앞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이든.


그는 조용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든…?”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분명 그는 사라진 존재였다. 하지만 이든은 마치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평온하게 말했다.


“넌 지금 잊히고 있어.”


페레는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머릿속이 흐려지고 있었다.


“이든, 도와줘… 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려 했다. 하지만 입술이 굳어졌다.


이든은 천천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네 이름을 불러.”


“… 내 이름?”


“그래. 넌 누구지?”


페레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손끝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그녀를 조금씩 깨웠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 나는... 페... 레... 타....”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부드러운 빛이 피어났다. 마치 얼어붙었던 겨울이 녹아내리듯.


그리고 어둠이 갈라졌다.



페레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눈앞에는 검은 망토를 두른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당황한 듯 물러섰다.


“말도 안 돼… 넌 이미 지워졌어야 해.”


페레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사라지지 않아. 봄은… 다시 돌아와.”


그녀의 발밑에서 싹이 돋아났다. 희미한 봄의 기운이 퍼지며, 마을을 덮고 있던 어둠을 밀어냈다.


남자는 이를 악물었다.


“… 흥.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그는 검은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페레타는 이제 두렵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한,

자신의 빛을 잃지 않는 한,


그녀는 봄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 끝.


*매년, 매해 새로운 해가 시작될 즈음에는 봄이 찾아온다네.

그러나, 인간에 의해 환경이 피폐해지고, 점점 계절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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