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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우 Nov 27. 2015

원형탈모-문화마케터 분투기

34살에 원형탈모라니…  

지금 나의 정수리는 검은 머리카락으로 빼곡히(물론 내 기준에서다) 들어차 있지만, 그 당시 훤한 머리를 발견했을 때는 ‘정말 너도 고생이 심했구나’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뜬금없는 원형탈모 고백으로 시작했지만, 이 고백의 시작점은 내가 문화마케터의 길로  들어서게 한 시발점이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당시 A카드의 간판 프로모션을 공연으로 채워보고자 제안을 했다.  

당시, 일개 공연기획사에서 일하는 나는 담당자를 만나는 것부터가 도전이었다. 건너 건너, 물어 물어 담당자를 찾았다. 가까스로 통화가 되어도 무미건조한 말투로 ‘검토해  보죠’.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렇게 지난 시간이 3개월, 전화하는 사람도  전화받는 사람이나 민망한 상황이었다.  

결국, 용기를 내어서 회사로 찾아갔다. 물론 사전에 연락은 하지 않았다.  

‘A차장님, B입니다. 근처에 다른 일이 있어서 온 김에 잠시 들렸는데 뵐 수 있을까요?’  

‘B씨,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죄송합니다. 잠시만 뵙고 인사드리고 가겠습니다.’  

‘휴….. 네..’  

그렇게 처음 만남이 시작되었다.  

다른 일이 있어 잠시 들렸다는 알리바이는 금방 들통 났다. 잠시 얼굴만 비추고 되돌려 보내려고 했던 A차장님은 칼라로 출력된 제안서와 준비된 멘트에 이내 속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3개월간의 울분을 토하고 A차장님은 그 울분을 1시간 동안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개운했다. 할 말은 다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말과 함께 헤어졌다.    

며칠 뒤, A차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B씨, 접니다’  

‘A차장님 어떻게 되었나요?’   

급한 마음에 인사는 뒷전이고 결과부터 물었다.   

‘한번 해보시죠, 그런데 검증이 안되어서 걱정이긴 한데 실망시키면 안 됩니다. 이번 주 계약할 테니 준비하세요’  

‘넵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진감래는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원형탈모의 전주가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의기양양해진 나는 진심으로 최고의 프로모션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모든 영업력을 동원해서 최고의 공연으로 준비를 했다.   

‘B팀장님, 공연들이 아주 좋은데요. 진짜 이 가격에 팔 수 있는 건가요?’  

‘씨’에서 ‘팀장’으로 승격되었다.  

‘당연하죠. 아마 이 가격에 아무도 못 살 겁니다. A카드 단독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A카드 공연 편’이 얼굴을 드러냈다. 이내 고객들의 엄청난 예매가 줄을 이었다. 매일 예매자를 보고하는 것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그 해는 공연계가 정말 어려웠나 보다. 공연기획사가 속속 망하기 시작하더니,  내가 섭외했던 공연도 취소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예매 시스템을 생각하면 취소가 뭔 대수인가 하겠지만, 혈혈단신으로 시작한 나는 예매 시스템은 사치였다. 기획사에서 전화로  예매받고 장부로 예매자를  관리했다.  

‘B씨,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이게 말이 돼요?’  

‘죄송합니다…’ 이 단어가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이거 어떻게 책임 지실 겁니다. 단 한 건이라도 고객 컴플레인이 나온다면,  그때는 손해배상 청구할 겁니다. 당장 해결하세요.’ 망연자실…    

고객이 언제 전화할지 몰라, 망한 기획사에 말해 내 핸드폰으로 모두 착신을 걸었다. 그리고 500여 명의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다. 차진 욕과 무시무시한 협박….   

그때부터인가 보다.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그러나 빠진 머리칼보다 더 많은 욕을 들었다.  

문제는 전화번호가 틀리거나 전화를 안 받는 사람들이었다. 공연 보러 갔다가 헛걸음을 한다면 … 뻔히 보이는 일이다. 아는 한 모든 공연기획사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초대권을 얻었다. (흔쾌히 초대권을 건네준 그분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초대권을 들고 공연장 앞에서 기다렸다.  

헛걸음 한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초대권을 전했다. 유세장의 국회의원보다 더 많이 허리를 구부렸을 것이다. 그렇게 2주 동안 공연장을 지키며 고객을 맞이(?)했다.    

‘B씨, 어떻게 했어요? 고객들 컴플레인이 하나도 없네요’  

정말 하나도 없었다.  이후에 말했지만 고객 컴플레인을 예상해 고객센터를 대비시켰다고 한다.  

‘아 다행입니다.’ 눈물이 났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프로모션도 끝이 났다. 기나긴 시간이었다.  

나의 문화마케팅 첫 프로젝트는 이렇게 끝이 났다.    

신념: [명사] 굳게 믿는 마음.  

실행: [명사] 실제로 행함    

지금 생각하니 사실 신념보다는 버티기였고, 치열한 실행보다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나의 경험을 비추어 곱씹어 보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신념: [동사] 나의 믿음으로 다른 사람도 믿게 한다.   

실행: [동사] 신념이 생겼다면 이 모든 걸 내가 책임진다. 믿음을 져버리지 않도록…    

A차장님이 불렀다. 사람을  소개시켜 주겠단다.  

‘C부장님, 이 사람이 B팀장입니다. 일은 스마트하게 하지는 않는데, 책임은 확실하게 지니깐 B팀장 하고 계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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