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속촌의 콘텐츠 마케팅
하릴없이 유튜브를 뒤적거리다가 재미있는 영상을 보았다. 그 영상의 출처는 한국민속촌이다. 조선시대의 생활풍습을 보여주는 박물관 정도로만 여겨지던 한국민속촌과 유튜브.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이루어진 영상은 한국민속촌의 고정관념을 깼다. 그리고 영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 가족을 대동하여 찾아가기까지 했다. 관심을 참여로 이끈 그 영상은 이미 SNS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언론에서는 한국민속촌의 새로운 전성기가 왔다고 한다. 과거의 전통을 현재의 경험으로 만든 한국민속촌의 콘텐츠가 궁금해졌다.
콘텐츠의 홍수시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야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쉽게 소비할 수 있어서 분명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급자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서 인기를 얻을만하면 경쟁자는 이내 카피를 하여 뒤쫓아 온다. 같은 업계의 경쟁자까지 갈 것도 없이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고객에게 알리기 조차 힘들다. 과거에는 새롭거나 유니크하다면 고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새로움도 유니크함도 잠깐 갖는 혜택일 뿐 금세 평범해진다.
물론 새로운 것이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관심을 넘어 고객의 시간을 뺏고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새로운 것이 관심의 동인이라면 관심을 높이는 것은 콘텐츠가 가진 힘이다.
그럼 콘텐츠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무엇일까?
스토리텔링, 잊을 수 없는 이야기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는 수 년동안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다. 진부할지 몰라도 여전히 스토리는 콘텐츠에 강력한 힘을 불어넣는다.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보다 쉽게 이해를 시키고, 좀 더 재미있게 소통하여 상품에 감성과 브랜드의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그러나 고객에게 스토리를 들려준다고 하더라도 이런 것들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기승전결, 갈등, 재미, 주연과 조연 등 스토리 구성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내가 가진 것에 끼워 맞추어 전달한다면 지루한 정보전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우를 범하는 이유는 내가 고객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를 정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먼저 어떻게 전달하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민속촌에서는 조선시대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들이 있다.
갑대감은 요즘 사회의 갑질을 풍자한 ‘양반’을 묘사한 캐릭터이다. 갑대 감은 찾아온 고객을 수레를 끄는 머슴으로 전락시켜 노비 체험을 시키고, 길가던 거지의 동냥 바구니를 착취하기도 한다. 또한 구경하던 고객의 먹거리를 뺏어서 먹기도 하며, 아부를 하는 고객에게는 동전 몇 푼을 쥐어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부패한 양반의 전형을 희화화하여 고객에게 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에가 가서는 갑대 감의 부패한 행실에 대해서 사또에게 곤장을 맞으며 권선징악으로 마무리한다. 한국민속촌은 조선시대의 신분을 캐릭터로 묘사하였다.
가옥과 풍경, 그 시대의 의상과 소품 그리고 관습 재현한 캐릭터와 함께 역할극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참여한 고객의 반응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스토리를 통해 고객으로 하여금 색다른 체험을 하게 하며 스토리 안으로 고객을 끌어들여 고객들마저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 낸다.
마치 하나의 드라마로 구성되어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있는 스토리텔링을 하였다. 한국민속촌의 시대적인 환경과 개성 있는 캐릭터와 고객이 만들어가는 스토리. 이러한 스토리를 경험한 고객이 과연 잊을 수 있을까? 아마도 두고두고 주위 사람에게 말할 것이다.
전할 메시지는 한정되어 있지만 전달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기에 경쟁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AdFAW3w4Xo
고객을 작가로, 같이 만들어가는 스토리
잊을만 하면 나오는 레퍼토리. 군대 이야기.
게다가 했던 이야기를 처음 한다는 듯이 재미있게 해댄다. 그 이유는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는 관심을 넘어서 자기화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에 고객의 이야기를 담는다면 어떨까? 스토리를 같이 만들어 간다면? 요즘에는 의지만 있다면 쉬운 일이다. SNS의 발달로 고객과 상호 소통이 가능해졌다. 한국민속촌 하면 SNS을 잘 활용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고객과 소통을 잘 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SNS을 고객과 소통채널로 사용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없애지도 못하고 유지하기도 힘든 계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많이 본다. 고객과 소통을 목적으로 개설했지만 일방향으로 정보만을 전달함으로써 고객의 외면을 받거나 고객의 불만 접수처로 이용되기도 한다. 소통이란 이름으로 가장한 광고판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한국민속촌은 고객의 목소리를 담는데 SNS을 아주 잘 활용한다.
‘한국민속촌의 대표 이벤트로 500 어름 땡이 있다. 지금은 단 몇 분만에 매진되는 인기 이벤트이기도 하다. 술래잡기를 모티브로 한 이 이벤트가 고객이 제안하고 한국민속촌이 만든 이벤트이다. 고객이 제안을 파격적으로 수용하면서 SNS을 타고 일파만파로 알려지게 되고 참여가 줄을 이었다. 이벤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행사 진행을 위한 고객의 재능기부가 줄을 이으며, 후원사가 되기 위해서 오디션까지 치르는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따로 없다. 500 어름 땡은 한국민속촌에서 주최하지만 고객이 직접 만드는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예로 캐릭터 오디션을 들 수가 있다. ‘조선에서 온 그대’라는 이름의 공개 오디션은 한국민속촌 아르바이트생을 뽑기 위한 행사다.모습은 아르바이트생을 뽑기 위한 오디션이지만 실제 효과는 그 이상이다. 이미 화재가 된 스타 캐릭터가 누가 될지 벌써부터 고객들의 관심사가 모인다. 캐릭터 또한 정해져 있지 않다. 오디션 참여자가 개성 있는 캐릭터로 참여를 하면 된다. 이렇게 뽑힌 캐릭터 역시 고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은 캐릭터, 기존에는 없었던 참신한 캐릭터,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하는 캐릭터 등 하나의 캐릭터가 생기기까지 고객이 모두 참여하여 지켜보고 있다. 혹은 우연적으로 무명 연극배우가 캐릭터를 통해 매스컴을 타고 연극무대에 오르는 드라마 같은 일도 일어난다.
이렇게 탄생된 캐릭터는 ‘거지’,’ 양반’,’ 화가’ 등 특징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모델같이 생긴 거지, 요즘 세태를 반영한 갑질 하는 양반, 그림을 못 그리는 화가 등 캐릭터가 되기까지의 스토리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특별한? 캐릭터로 인식이 된다.
이러한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야 말로 생명을 불어넣는 의식이다.
공감으로 콘텐츠에 감성을...
상품을 의인화하여 인격체로 대해 본 적이 있는가? 자신에 자동차에 애칭을 붙여준다거나, 아버지가 물려주신 시계를 보면서 회상에 잠긴다거나, 혹은 특정 기업의 상품을 모은다거나 하는 등, 상품의 원래 기능보다 자신의 감정을 실어서 대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누구는 충성도가 높다고 말하기도 하고, 누구는 오타쿠라는 말로 폄훼하기도 한다.
그럼 이러한 현상을 개인의 특성으로 치부할 것인가? 모든 기업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고객이다.
생명이 없는 상품에 감성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공통된 분모가 있을 때 가능하다.
상품을 사용했을 때의 좋았던 감정, 혹은 그것으로 인해 있었던 추억거리 등 상품을 매개로 좋은 기억들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감성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인터폰이 없던 시절 벨을 눌러 문을 열러 나오게 해서 골탕 먹이기 위한 놀이가 있다. 일명 '벨튀'
이를 ‘90년대에는 어린이들이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놀이가 유행했습니다.’ 라고 서사적으로 풀어놓으면 공감이 갈까?
한국 민속촌에 유명한 캐릭터 중 ‘이놈 아저씨’가 있다고객이 벨을 누르고 도망을 가면 이 놈 아저씨가 쫒아가서 잡아서 혼을 낸다. 고객이 벨을 누르고 이 놈 아저씨가 나오자 시치미를 뗀다. 혹은 다른 사람이 잡혀서 혼이 나기도 하나. 어떤 고객은 모퉁이에 숨어서 잡지 못해 화가 난 이 놈 아저씨를 보며 즐거워한다. 고객들은 이놈아저씨의 캐릭터를 통해 자신이 했던 과거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해 본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에게도 노하우?를 전수한다. 추억이 그대로 재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놈아저씨가 마치 어린 시절의 동네 아저씨인 양 감정이 이입된다.
강한 콘텐츠는 새롭거나 유니크한 것보다
고객의 관심도를 얼마나 배분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고객의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효과적인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고객이 스토리의 일부가 되어야 하며,
공감과 감성으로 콘텐츠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