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케터로 일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면 한번쯤은 부딫혀야 했을 일인데
나는 국내에서 나고자란, 그 흔한 해외 연수 혹은 해외 인턴 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올해 4년차 주니어 콘텐츠 마케터이다. 예술 전공에서 디지털 마케팅으로 진로를 틀 때, 내가 향후 5년간의 내 커리어 설계에 가장 큰 방점을 찍었던 것은 '글로벌 마케터'가 되는 것이었다.
예술 전공에서 디지털 마케팅으로 커리어 설계를 트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기에, 국내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경력을 쌓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인하우스로 이직하며 간간히 외국계 기업 면접을 보기로 마음먹었고, 차근 차근 준비해왔던 것 같다.
말이 차근차근이지, 정말 너무 바빴고, 치열했고, 매일의 끝없는 야근 혹은 주말 출근으로 사실 입사지원서를 몰두하고 쓸 수 있는 환경이나 포트폴리오를 각잡고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못되었다. 영어 이력서도 정말 부랴부랴 작성, 영문 포트폴리오까지는 완성하지 못하고 이력서를 넣었다.
첫 면접부터 최근의 면접까지, 여러번 그래도 경험을 하다보니 쌓이는 데이터들이 아까워, 그 정보들을 내가 아는 선에서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같은 실수, 혹은 오해를 줄이려고 한다.
링크드인을 통해 지원했고, 링크드인을 통해 면접 일정을 잡았다. 이후 화상면접으로 진행될 줄 알았으나, 목소리만으로만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1-5분간은 자기소개와 함께 리쿠르트가 인터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영어로 소개시켜줬고, 이후 인도계 영국인으로 추정되는 CEO님과 함께 내 경험에 기반된 질문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 당황했던 것은, 100% 영어로 진행되는 면접은 익숙하지 않았기에 오는 당황스러움이었는데, 특히 그냥 영국 악센트도 듣기 어려운데, 거기에 인도 악센트까지 더해져 더욱 대화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기를 쓰고 들으니 어떻게 들리긴 하더라. 하지만 이부분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마음을 먹었다면 덜 당황했을텐데 사시나무 떨듯이 떨던게 아직도 부끄럽다.
추가로 힘들었던 점은, 내 경험을 묻는 면접인줄 알았는데,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 심도깊게 물어서 놀랐기도 했고, 거기서 내 부족함이나 한계를 많이 느꼈다. 면접관님이 물어봤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Catherine, 우리는 너가 경험한 것들이 마음에 들어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은 IT 분야에 관심이 있고,
그런 클라이언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특히 소프트웨어 쪽 분야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어떤 브랜드이든 상관없으니,
그들이 펼치고 있는 디지털 마케팅 전략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겠어?
이 두개의 질문이 사실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고, 두 질문 모두 내가 자신없는 분야였지만 그래도 마케팅은 꼭 관심이 있는 분야만 맡게 되는게 아니라는 식으로 자신감 있게 설명해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첫번째 질문에는 "이전에 마케팅 에이전시에서도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클라이언트만 맡을 수 없었다. 내가 맡았던 클라이언트도 그들의 기술력을 브랜드화 시켜서 오가닉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했다. 나는 그들이 나에게 주는 소수의 자료들 그리고 인터넷에서 내가 추가로 찾아낸 자료들을 활용해 어떻게서든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마케터가 그 고객의 브랜드와 그들의 기술력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느냐이고, 나는 그 부분을 가장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해갔다. 나의 이러한 경험으로 내가 만약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고 있는 클라이언트를 맡게 된다면 그 경험과 동일하게 잘 해낼 수 있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이때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말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두번째 질문에는 나이키의 예시를 들었는데, 사실 소셜 콘텐츠에 대한 전략만 이야기했을뿐 브랜드 전략은 완전하게 들여다본적이 없어서 완전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렇게 길었던 1시간 여의 인터뷰가 끝났고, 나는 스스로 되돌아봤을때 그냥 잘했다... 싶은 수준의 면접이었다. 나쁘진 않았던 경험이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모든 마케팅 경험들과 업무들을 '영어로 말할 수 있는가'를 내가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업무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영어' 하나인 에이전시에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피라이팅이든 제안서이든 무조건 영어 작성을 해야하는 것도 나는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다.
:: After : 이후 그 에이전시에서는 나에게 과제를 주었는데, 두번째 질문에서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그 질문을 그대로 과제로 주었고, 나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 그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다.
Check list & What I learnt
Q. 영어로 브랜드 마케팅 전략과 내가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가?
A. 당장 설명할 수 없어도, 내가 가진 이력을 최대한 어필하고 자신감있게 말하는게 중요하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겠지만, 막상 면접에 들어서서 마케팅 핵심을 묻는 질문에 이 과정을 순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기도 하면서, 내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던 질문이었다.
역시 링크드인을 통해 지원했고,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이 왔다. 이후 화상면접을 통해 화면으로 얼굴을 보며 1시간 가량 이야기 했다.
유럽인으로 보이는 분이었고, 악센트로 미뤄봤을때는 독일인..같기도 했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역시나 영어 알아듣기가 익숙하지 않아서 식은땀을 내며 영어 듣기를 했다는 것..
이 회사가 특이했던 점은 나에게 묻는 질문이 일반 에이전시들과는 조금 달랐다는 점이다. 내 경험을 묻는 질문을 초반에 한 10분 정도 했고, 이후에는 나의 성격이나 성향을 묻는 질문을 했었다. 하지만 되게 재미없게 묻는 회사들과는 다르게, 나한테는 조금 신선하게 물어봤던 것 같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너가 가장 최근에 도전했던 건 뭐고, 거기서 얻은 것과 리스크는 무엇이야?
쉬는 시간에는 어떤 일을 하고, 그것은 너한테 어떤 의미야?
사람들은 믿지 않지만 너는 믿고 있는 어떤것에 대해 설명해 줄수 있니?
(이 질문은 진짜 좀 특이함)
ㄴ여기서 내가 이 질문이 어떤 의도인지 다시한번 설명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봐서, 그분 대답으로는 왜 그런거 있잖아 컬트 같은거나 외계인 같은 그런것들. 재밌어보이는 가쉽거리도 괜찮으니까 너가 믿고 있는 것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없으면 없다고 해도 좋다고 했다.
이렇게가 내가 들은 가장 특이한 질문들이었던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에 한차례 또 당황을 타서.. 이런저런 지금은 기억도 잘 안나는 대답을 한것 같다. 아마도 내 예상으로는 이 사람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인지, 그리고 성향은 진지한지 아니면 유연한 사람인지 이런것들을 보려고 하는 질문 같아 보였다.
:: After : 이후에 나에게 과제를 이메일로 전달해주었고, 미국 비데 브랜드와 관련된 클라이언트 콘텐츠를 어떻게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짤 것인지에 대한 것을 설명해달라고 과제가 왔다. 사실 경력직이 되서 과제제출을 하기가 너무 부담스럽고, 시간 소요가 너무 많은 일이라서..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도 일단 보류했던 게 기억이 남는다.
Check list & What I learnt
Q. 창의적인 질문들이 이어질 때, 내 스스로 어떻게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평소 직업적인 내 이면 외에 취미, 취향 등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질문인 동시에, 회사 문화나 마케팅이라는 직업 혹은 크리에이티브한 업무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질문으로 보였다.
Check list & What I learnt Check list & What learnt
외국계 면접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던 나로서는 100% 영어, 특히 현지인들하고 하는 인터뷰 연습에 큰 경험이 되었던 면접이었다. 영국에서 추후 잡을 갖게 되더라도 조금은 덜 당황할 수 있는 기반을 지금부터 계속 마련해놓고 있다.
자꾸 익숙해져야 한다. 영어로부터. 새로운 사람들로부터. 문화로부터.
그리고 자꾸 부딪혀야 한다. 숨지말고, 도망가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