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라이딩 시즌으로 접어들면, 열기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아침 출발시간이 빨라지지만, 오늘은 영종도와 무의도, 그리고 소무의도까지 들어갈 계획이어서 아침 8시에 반포 GS 편의점에서 일찍 출발했다. 검암역까지는 시간 끌 것 없이 평소 익숙한 페달링으로 이동. 그곳에서 영종역까지는 공항철도로 "점프"다.
지하철에 오르며 달려온 거리를 보니 벌써 48킬로미터. 번갈아 번짱을 맡았던 친구는 집에서부터 벌써 80킬로미터를 바람을 뚫고 빠르게 길을 연 탓에 벌써 허기가 진단다. 검암역 내 파리바게트로 로봇처럼 향하는 발걸음을, 해안가 커피와 맛있는 빵으로 유혹해서 돌려놓는다.
오늘 여행 마지막 도착지, 소무의도 해변
오늘 영종도 라이딩의 하이라이트는 "무의도"와 "소무의도"다. 하지만, 이 두 섬을 찾을 계획이 없는 라이더에게는, 영종역에서 을왕리 해변까지 이어지는 "영종해안북로"와 그 도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방길이 단연 두드러지는 영종도 라이딩의 특색일 듯싶다.
영종역에서 "영종해안북로"를 타는 경로야 다양하겠지만, 오늘 우리의 선택은 "영종순환로"를 따라 빠르게 접근하는 효율이다. 사실, "영종해안북로" 제방길도 갓길을 이용해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과 함께 달려야 하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영종순환로"에서 그 제방길을 잇는 구간이 좀 더 까다롭다.
영종해안북로
넓은 갓길이 그나마 도움이 되긴 하지만, 두어 차례 정도 IC(인터체인지)를 지날 때는 나가려는 차와 들어서는 차를 살펴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때문에 솔로 라이딩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고, 팩 라이딩이 그나마 조금은 더 안전하게 진정한 로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일 듯싶다. 지난번 동해 왕복 라이딩도 그랬듯, 쫄깃쫄깃한 라이딩인 건 인정한다만, 피할 수만 있다면 이런 길은 피하련다. ㅎㅎ
영종도 해변에서 입과 눈을 동시에 만족시킬 호사를 누려보자며 검암역 빵집을 지나친 채로 변변한 슈퍼마켓 하나 없이 곧게 뻗은 도로 라이딩이 영종도 바람과 함께 시작될 즈음, 집에서 90여 킬로미터를 라이딩하고 있는 그 친구는 봉크가 와버렸는지, 제방길에 접어든 후로는 시속 20킬로미터를 겨우 넘기며 눈에 띄게 힘겨워한다. 다시 깨달은 것이지만, 라이딩하면서 먹는 거 말리면 안 된다. ㅠㅠ '친구야 미안허다. 내가 끌어줄게...'
영종도 을왕리 해변 "불란서다방". 호두과자, 옥수수빵과 커피 한잔 ^^
무의도
날씨 좋은 토요일 오후 영종도는 나들이 나온 차량들로 을왕리 해변 쪽 도로를 가득 메웠다. 좁은 도로 양쪽이 모두 지체되니, 자전거 조차도 빠져나가기가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다. 을왕리 해변을 타며, 간간히 눈에 띄었던 그 웅장하고 높은 다리로 영종도와 이어져 있다. "무의대교"란다.
무의대교과 무의도
무의도와 영종도 사이엔 "잠진도"라는 조그만 섬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섬을 교각 삼아 "잠진도길"과 "무의대교"는 그렇게 섬들을 잇고 있다. 그 규모가 꽤 큰 탓에 자전거로 그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는데 청명한 영종도 하늘과 바람은 "무의대교" 덕에 자전거로 하늘 높이 오른 듯한 짜릿한 라이딩을 또 한 번 느끼게 해 준다. 바람이 그리 세지 않아 다행.
무의도는 공사 중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은 무의 대교를 건넌 후부터 바로 시작됐다. 섬을 찾는 행락객들의 차량이 많은 탓인지 섬의 오랜 길(무의대로)을 넓히고 다듬는 공사가 한창인데, 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잔뜩 뿌려놓은 물로 흙과 시멘트 범벅이 되어 길을 덮고 있고, 공사차량, 여행객들의 차량, 섬 내 마을버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무의도의 비포장(원래는 포장도로였을 듯) 흙탕길 속에 우리 자전거 일행은 그렇게 던져져 버렸다.
섬의 특징을 고스란히 품은 길이다 보니,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면서, 소무의도 쪽으로 뻗은 마지막 오르막을 만나기 직전까지는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 말고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뒷바퀴는 연신 작은 자갈들을 길옆으로 튕겨내고, 차량과 뒤섞여 그야말로 '쫄깃'한 페달링을 한동안 하고서야 어느덧 "하나개로"와 만나는 삼거리다.
사시미재
이 섬의 명소는 섬 서편의 "하나개유원지"와 해수욕장, 그리고 지금 우리가 향하는, 섬 남동쪽 자락에 위치한, "소무의도"인 듯하다. 삼거리에서 길이 나뉘며, 차량도 줄어든 덕에 차 눈치를 살피는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곧바로 호룡곡산 기슭을 오르는 업힐이 시작된다. 재 이름도 특이하다. "사시미재". 그 "사시미"를 말하나? ㅎㅎ
평균 경사도 9.3%의 꽤 급경사다. 지도상 거리는 700미터가 채 되진 않았지만, 마주오는 차량이 서로 비껴가기 조차 버거운 좁은 도로에서 차량들에게 큰 방해가 되지 않으려 죽어라 페달을 밟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경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했던 친구 하나는 아예 포기하고 "끌바"로 재를 올랐을 정도.
사시미재에 도착한 내 자전거 ㅠㅠ
소무의도는 차가 들어갈 수 없다. 두 섬을 잇는 "소무의인도교"(자전거길이 있다.)를 인도를 걷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건너면 작고 아기자기한 "소무의항"을 만난다.
소무의인도교
이어지는 조그만 골목길들을 지나 섬 중심의 언덕을 넘어서면, 눈앞에 인상적인 푸른 바닷빛이 펼쳐진다. 바다는 오후 햇살 때문인지 마냥 푸르지만 않고, 거뭇거뭇한 색깔이 섞이면서 고급스러운 서해바다의 자태다. 그리고, 그 아래 자그만 해변과 해변에 위치한 잘 가꿔진 카페와 음식점들이 나타난다.
소무의도 언덕 정상
긴장감과 우여곡절 넘치는 여정이었지만, 영종도 끝자락에 숨겨진 조그맣고 예쁜 해변 마을을 찾아낸 듯한, 물론 이미 관광객들이 제법 많이 드나드는 분주한 곳이긴 하지만, 긴 라이딩 끝을 마무리하기엔 손색없는 그런 곳이다.
휴~~~
이제 어떻게 돌아가냐 ㅠㅠ
외전
무의도에서 나와 다시 영종도. "영종해안남로" 제방길로 바로 이어지는데, 북로와는 달리 아주 깔끔하게 하지만 아주 지루할 것 같은, 허리 높이까지 올라온 차도와의 분리대까지 있는 자전거길이 안전하게 만들어져 있다.
영종해안남로의 자전거길
무의도를 빠져나와, 영종역까지 다시 돌아가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서울에서의 남은 라이딩도 있었기에, "인천공항 1 터미널 역"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영종도에서의 라이딩은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