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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 May 26. 2024

미루는 삶

아! 오늘도, 또!

무수히 많은 자기개발서들 사이에, 이런 글도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는다.

글을 작성하기 앞서 구글에 검색을 해본다.


[미루는 습관.]


'연구들에 의하면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덜 건강한 편이고 스트레스 수준도 높으며, 금전적인 문제를 더 많이 겪는 편이다.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 또한 비교적 낮다. 물론 거꾸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덜 건강하고 좋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미루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미루는 행동으로 인해 하루 전 벼락치기 같이 식은땀 나는 행동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등의 경험을 우리는 이미 많이 해 보았다...'


이럴 수가! 몇 줄 안 되는 글에 내 모든 걸 간파당한 기분이다.


오늘만 해도 떠오르는 미뤄둔 일들이 열 가지가 넘는다.

먼저, 실효된 실비보험 부활.. 아 이거는 연체될수록 연체금이 붙는데 왜 안 했지?

위의 '금적적인 문제를 더 많이 겪는 편'이라는 문구가 눈에 박힌다.


그리고, 30분이라도 운동할 것.

퇴근하고 집에 와, 딱 30분만 눕고 운동하려고 했는데 그게 30분에서 3시간이 된 건 눈 깜짝할 새 였다.

위의 '육체적으로나 - 덜 건강한 편.'이라는 문구가 눈에 박힌다.


또.. 일기 쓰기.

하루가 늘 만족스럽지 않기에 일기로 기록해야 과거와 현재에 머물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기에, 

일기는 가능한 매일 적으려고 했는데 안 한 지 벌써 3개월째다.

위의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편.'이라는 문구와 '삶의 만족도 또 한 비교적 낮다.'가 또 눈에..


실비보험 부활, 운동, 일기, 명상, 독서, 영어단어 30개 암기, 브이로그 편집, 밀린 카톡 답장,

정산할 돈 정리, 도시락 주문, 이스타 신청 등등. 

(습관이 되면 일상이 되겠지만, 아직은 해야 할 일들로 분류되는 것들이 많아서인지

미루는 일들도 점점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그 외로, 벼락치기로 안 한 식은땀 나는 행동,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등의 경험은

너무너무너무 많이 해봤다.

불과 한 달 전에도 해봤다!

결과가 좋을 때도 있고, 기대 이상일 때도 있고 하지만 실패도 많았고 기대보다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했다.


아 그런데 말이지,

왜 아직도 미루고 있냐면....


그 실패를 잘 잊어버린다는 것.


정신적으로는 덜 건강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는 좀 적은 미루는 인간인 걸까..?


뭐 무튼,

빈번하게 실패를 겪고, 종종 모든 걸 미루기에 놓치는 일도 많고, 기대에 비해 만족도는 낮지만!

그래도 내 삶을 잘 아끼고 보듬으며 살고 있는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적어보고 싶다.


물론, 자기 전에 늘 외치긴 한다.


"아! 오늘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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