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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vsigner 비타민찌 May 09. 2020

0. 기술이 먼저? 컨텐츠가 먼저?

기술이 있있기에 존재하는 콘텐츠 일까? 콘텐츠를 위해 개발된 기술일까?



닭이 먼저인가, 계란이 먼저인가? 라는 질문이

오늘날 기술이 먼저인가, 컨텐츠가 먼저인가? 라는 질문으로 바뀐것에 대해여.






|   1. 기술이 있었기에, 새로운 콘텐츠가 보였다.


 영화 '프로메테우스',

 큰 AI 기업의 회장은 자신을 창조한 신 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 외계행성에 자신이 창조한 AI 로봇들을 보낸다. 이 AI로봇은 죽지않고, 끝없는 학습이 가능해 몇십년이 걸리는 먼 행성까지 가며 외계어를 학습하고 외계행성에서 외계인을 만나 능숙하게 외계어로 외계인과 소통한다.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이런 시나리오를 상상이나 할 수나 있었을까.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16년, 인간이 학습시킨 것을 넘어 창의적인 바둑의 '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공지능 알파고를 보고 많은 사람이 충격에 휩싸였다. 창의성은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님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우리곁에 스며든 블록체인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은 터져나오는 4차 산업혁명 화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금융업계, 부동산 시장, 유통, 헬스케어 등 하루가 멀다고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결합하여,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지능화된 스마트폰은 개개인의 수요와 공급을 원활하게 결합해 효율적인 자원분배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얻고, 맞춤형 상품을 구매하며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이로인해 더욱 쉽게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더욱 편하게 '나'를 표현 가능함에 따라 개개인의 힘이 강화되었다. 여기서 강력한 중앙권력이 없다는 인터넷 공간의 특징 때문에 가짜뉴스라는 하나의 단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예시를 볼까. 2015년 9월 예일대학교의 컴퓨터 공학자가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 '쿨리타'는 사람이 작곡한 음악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작곡이 되어, 인공지능이 음악의 창작 영역에 도전했다며 크게 화제가 되었다. '쿨리타'의 등장 이후로 인공지능을 통한 음악창작의 시도는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클래식 분야에서는 'AIVA'가 인공지능으로 창작한 클래식 음반을 내놓고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소니의 컴퓨터과학 연구소에서는 '플로우 머신'이라는 인공지능으로 작곡을 한 두 곡의 팝송을 공개했다. (이전까지 인공지능이 음악을 창작하는 것은 주로 클래식 분야에 한정되어 있었고 상업적인 성공을 위한 작곡이 아닌 실험적 작곡이었기에 작곡한 음악이 대중들에게 소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고려되지 않았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소니는 인공지능이 작곡한 팝송을 실제 유명 뮤지션과 협업으로 음반까지 내며  이제는 인공지능 음악이 대중들의 선택을 받고, 사람이 만든 음악들과 경쟁까지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를 만든 것이다.)

잇다라 인공지능의 작곡 능력으로 보다 더 많은 음악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디지털 음악에 맞는 음악을 작곡해 주는 인공지능 음악 창작 사업도 생겨났다. '쥬크덱' 이라는 회사는 음원 저작권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게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상업적 단계에 올라서면서 더욱 대중적인 이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공지능이 결합된 콘텐츠는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   2. 원천은 콘텐츠였다.


   그런데, 이러한 인공지능은 어떻게 탄생된 것인가?

인공지능이란 人工知能, 한마디로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기계로 구현하는 것.

1943년, 워렌 맥클록(Warren McCulloch)과 윌터 피츠(Walter Pitts)가 처음 인공 신경망이라는 모델을 제안하며, 인공신경을 그물망형태로 구현하면 인간의 뇌에서 동작하는 간단한 기능을 흉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인공지능의 시초를 탄생시켰다. 인간이, 인간과 비슷한 것을 만들고자 하는 창조본능이 인공지능의 근본적 콘텐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이전에, 가상을 구현하는 것 또한 인간의 욕망 중 하나이다.

인간이 제작하는 책, 그림,영화 또한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만약 내가 최초의 인간이고, 이런 내가 지금 눈 앞에 보이는 폭포를 구현하여 타인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폭포라는 개념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쉽게 표현하진 못했을 것이다. 처음엔 언어가 탄생하여 말로 설명하기 시작하고, 이후엔 벽화, 연필 등 그리는 기술이 생겨서 그림을 통해 폭포의 형태를 보일 수 있었다. 이는 발전하여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에 그래픽처리까지 하게 되었다. 더 생생하게 보이기 위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도 탄생 하였다. 여기서 기술은 언어, 연필, 컴퓨터, VR로 이는 점점 발전되고 이것들은 우리의 상상을 최대한 정밀하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폭포라는 원관념인 콘텐츠가 있었지만, 결국 세련되게 표현을 하고 사람들이 이를 보고 공감체험을 하며 진정한 콘텐츠에 이르는 것이다. 가상현실을 뜻하는 'Virtual Reality' 라는 단어는 프랑스 극작가인 앙토냉 아르토가 
1932년 발표한 'Theatre son Double'이라는 저서에서 극장을 묘사하며 탄생했다. 이 후 VR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기술을 겸비한 VR기기의 탄생은 1968년, '다모클래스의 칼'이다. 투구형 3차원 디스플레이라는 논물을 통해 HMD (Head-Mounted display) 를 바탕으로 최초의 VR기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천장에 고정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외관을 띄고 있었다.







|      3.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렇다면 여기서 기술 하나 없는, 앙토냉이 처음 생각했던 'Virtual Reality'를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 완벽하진 않아도 어느정도 기술이 겸비되어 타인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다모클래스의 칼'은 콘텐츠가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전자만 콘텐츠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후자도 콘텐츠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폭포라는 원관념인 콘텐츠에, 타인에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겸비되며 비로소 콘텐츠 다워진다. 사람들이 이를 보고 매력을 느낄수록 더 완벽한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포켓몬' 이라는 콘텐츠만 있는것이 아니라, '포켓몬GO'도 콘텐츠다. 기술과 콘텐츠를 나눠서 생각하기보단 두가지의 교집합을 진정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3-1. 

     '기술과 콘텐츠, 어느 하나만을 중요시 해서는 안된다.'



   물론, 둘 중 어느하나만을 앞세우는 것을 옳지않다. 앞서 말했듯 어떠한 개념이 만들어지고 이론이 증명되더라도 그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 그 의미는 단순한 상상에 불과하다.

또 반대로, 빈약한 콘텐츠에 기술만이 강조된 경우는 대체로 그 생명주기가 짧다.

 그에 따른 예시로, 지금껏 수많은 -방, -장이 유행해 왔는데, 그 방들 중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해 온 것이 몇개나 있는가. 최근 여기저기에 VR테마파크가 생겼다. 이런 신흥 기술을 사용한 사업은 초기에 인기몰이를 하지 않기 힘들다. 그러나 초반의 그 열기와 매출을 유지하는 곳은 몇 군데 없다.
 모두가 알고 있는 '포켓몬GO'는 포켓몬 게임에 증강현실과 GPS기술을 도입한 것만으로 흥행을 이끌었다. 이를 따라, 국내 AR기업 소셜네트워크는 뽀로로제작사 아이코닉스와 파트너쉽으로 '뽀로로GO'를 개발했지만 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람
들은 그저 AR콘텐츠, 즉 기술이 흥미롭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보자. 한때 3D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영화 아바타에 전세계가 들썩거렸었다. 한동안 국내외의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3D에 투자했었다. 그러나 지금 3D시장은 사장이다. 아바타가 대단한 이유는 단지 3D 영화임이 아니라, 3D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제대로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영화 상영 도중 소이탄이 날아올때 움찔거렸던 사람들이 기억 나는가. 영화 스크린 밖 여기저기로 소이탄이 날아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3D기술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영화 '아바타'는 기획만 14년 걸린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대작이었다.

 문제는 이 이후의 작품들이다. 3D붐이 계속 타오르기 위해선 이 이상의 체험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후의 작품들은 그저 일부 장면에 공간감을 주는, 3D기술만을 보여주는 영화 이상을 낳지 못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들게 했고, 제작이 위축되었으며 결과적으로 3D콘텐츠의 결핍으로 이어졌다. 
 시대를 더 거슬러 내려가서, 모션센서 예시도 빼놓을 수 없다. 닌텐도 Wii의 대히트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키넥트, 소니에서 무브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역시 이 둘도 체험을 이끄는 방향을 잡지 못했다. 앞서 말했듯 3D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튀어나오는 것이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시켜주느냐,다. 키넥트는 기껏 춤추는 게임을 모션인식으로 할 수 있음을 보였고, 소니는 그냥 조이스틱보다 불편하다는 인식만 남겼다.


 




|    4. 컨텐츠는 결과물의 근간이다.


 컨텐츠가 근간이 된 결과물은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씨뮬라씨옹에 대입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결과물은 씨뮬라크르에 대입할 수 있겠다. 이러한 대입이 철학적 측면에서는 완벽하게 부합하진 않을 수 있지만, 씨뮬라씨옹이 '의미가 담긴 실재', 씨뮬라크르는 '그것의 복제'를 나타낸다는 측면에서는 적절하다. 
 먼저 씨뮬라시옹은 원본 즉, 진정한 가치를 의미한다. 앞서말한 '포켓몬GO'와 '아바타'의 예와 같이 컨텐츠와 기술이 적절히 조합되어 그 의미가 살아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 사례들을 씨뮬라씨옹에 대입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시뮬라크르는 복제품, 끝없는 복제로 가치는 사라지고 그 형식만 찍어내 원본의 흉내만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뽀로로GO' 를 포함하여 투자대비 성공하지 못한 AR 게임들, 그리고 영화 '디 워' 와 같이 기술만이 강조된 영화를 이에 대입할 수 있겠다.
 이처럼, 좋은 컨텐츠는 기술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누구도 진정으로 복제할 수 없는 원본(씨뮬라씨옹)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이와 다르다. 
어떠한 서비스가 좋은 컨텐츠와 기술을 잘 접목 시켜 성공하면, 너도나도 기술만을 카피해서 비슷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무의미한 복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원본(씨뮬라씨옹)에 대한 무의미한 복제가 지속될 경우에는 짧은 생명주기 서비스, 오래가지 못하는 서비스들만이 즐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머지않아 사회 전반적으로 허무주의가 자리 잡을 것이며, '이번에도 얼마 못가', '역시 한국형 XXX' 등의 논란과 함께 비관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컨텐츠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탄탄한 컨텐츠를 가진 결과물은 씨뮬라씨옹으로써 특별한 가치를 생산해 낼것이고, 이 상황이 반복되어 선순환이 자리잡게 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껍데기가 아닌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결과물들이 계속해서 생산 될 수 있을 것이다.






p.s.

2018년에 썼던 글,

이제는 에일리언을 생각해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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