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식업에서 배우는 교훈 ❶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일본❯
1. 코로나를 겪고 난 후의 일본 외식업이 변하고 있다.
이를 오사카에서 공부한 어떤 분이 경박단소(輕薄短小)라는 말로 표현했다.
한마디로 가볍고 짧고 얇고 작아졌다는 의미이다.
현지에서 공부하는 젊은 외식인의 안목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분명 일본외식업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뭔가 부족한 것은 맞다.
그러나 디테일과 새로운 흐름은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
2. 겉만 보기보단 내면을 바라보는 기회가 되게끔 작년과 올해 2년째 다녀온 일본 벤치마킹에서 다녔던 일본식당들에서 느꼈던 얘기를 하고 싶다.
일단 관광이 주 목적이었고 나머지 일정은 코로나 이후 일본 외식업이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보고 싶었다.
최근 일본을 다녀온 여러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만 못하다고들 한다.
변한 게 없고 정체되어 있다고.
믿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3. 코로나 전에 다녀왔던 일본과 최근 몇 년의 일본의 모습은 많이 달라 보였으니까.
도쿄 갓파바시 시장을 둘러보면서 더욱 그랬다.
조용한 것이야 워낙에 일본사람들의 특징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한적하다 못해 시장 전체가 죽은 느낌이 들었다.
고급진 일본이 아닌 싸구려 일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 이렇게 바뀐거지?
4. 이런 느낌은 저녁에 중저가 야키니쿠 무한리필 집을 갔을 때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중저가라도 해도 1인당 65,000원 정도면 적은 비용은 아니다.
고기의 품질은 형편없었고 서비스도 엄청 느리고 발 빠른 접객이라곤 1도 없었다..
냉동된 고기가 채 해동되지도 못한 채 서빙되기가 바쁘고 20년 전에나 나올만한 반찬들이 차려지다니 과연 여기가 일본인지 라오스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5. 다음 날 아침 7:30분에 일찍 ‘히키니쿠토고메’ 예약을 하러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탔다.
당일 예약을 오전9시부터 현장에서 직접 받는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가야했다.
20분 정도 택시를 타는데 3만원 가까이 나왔다.
그니까 식당 예약을 하기 위해 왕복 택시비로 60,000원을 지출했다.
그러고 보니 도쿄에서 출퇴근 시간에도 택시 타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서울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빈 택시가 넘쳐 났다.
교통비가 서민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비싸다는 증거일 것이다.
6. 다행히 오전 시간대로 예약을 할 수 있었고 우리들은 점심식사를 겸한 벤치마킹을 했다.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제의 경험으론 일본을 왔으니까 한번 가보자 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된 반전이 일어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도착해보니 미리 예약한 손님들도 와있고 그냥 무작정 찾아온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입구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은 만석입니다.’
이미 오픈하기 전에 하루 종일 풀로 다 찼다는 말이다.
7. 히키니쿠도고메는 함박스테이크를 숯불에 구워서 다찌에 앉은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우리 식으로 보면 떡갈비를 숯불에 구워 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개인 소스들과 1인 다찌가 주는 테이블 세팅도 꼼꼼했지만 무엇보다 구운 함박스테이크를 식지 않고 먹으려고 개인별로 조그마한 온열 숯 화로를 놔 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계신 안방에는 추운 겨울이 되면 숯을 담은 조그마한 난로가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느낌을 주었다.
8. 함박을 만드려고 미리 반죽을 해놓은 패치를 손으로 돌려가면서 치대는 모습과 그것이 중앙의 숯불구이판에서 구워지는 시즐감이 꽤나 좋았다.
그렇게 고기가 익길 기다리면서 가게 안을 들러보니 1인 다찌가 모두 25석이고 대략 15분 정도 준비와 함박스테이크를 만드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게끔 기획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모습이 일본의 디테일이 아닐까.
9. 겉은 탔지만 이 정도는 태워줘야 먹을 만 하다는 생각에 한 입 먹는데 헉! 육즙이 팡팡 터진는데 맛이 장난 아니었다.
적당히 간이 되어 있는데다 일본은 고기를 먹을 때 날계란을 풀어 거기에 찍먹.
갓 지은 쌀밥에 올려 먹는 맛이 참 좋았다.
함께 간 우리 회원들도 어머! 어머! 하면서 먹방 찍방 하기 바빴지.
양파의 단맛과 고기의 식감이 잘 어우러져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 떡갈비를 이런 스타일을 응용해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일본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토록 섬세하고 디테일에 강한 모습은 다이나믹하고 빨리빨리한 한국과는 너무나 달랐다.
천 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사무라이 문화 때문일까?
마음대로 이동을 할 수 없는 신분제 사회에서 100년 200년 가업을 승계해야만 하는 기다림과 인내의 문화가 다름과 차이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 것일까?
11. 일본의 민낯을 다 접하진 못했지만 경박단소한 일본의 특징을 느낄 수 있었다.
참 경박단소(輕薄短小)함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 가벼워지고
- 조식강화
- 해산물보다 야키니쿠
- 디테일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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