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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훈 Apr 28. 2016

#1. 회계일을 시작하시려는 분들께

회계팀 신입사원이 전하는 일이야기

전공이 경영학이라면 회계관련 일을 하시고자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실제로 국내 중견기업에서 회계일을 하고 있다. 이제 신입이라 많은 일을 하지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일단, 회계팀, 재무팀, 재경팀 이름은 다 비슷하다.  기업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다. 회계팀은 말 그대로 회계하는 곳이고 재무팀은 accounting 파트와 finance 파트가 있을 수도 있다. 전자라면 회계일 하는 업무고 후자라면 자금관련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결론부터 말씀드리겠다. 일 힘들다. 물론 그 기업이 어떤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어떤 회계/전산프로그램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일의 강도와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디나 숫자를 다루는 직업은 쉽지 않다. 틀리면 바로 티가 나기 마련이고 정답도 딱히 없다. 신입이고, 경력이고 / 사원이고, 과장이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서 윗선에 보고를 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만큼은 전문가가 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세무업무를 맡고 있다면 세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인가 여부를 국세청에 질의하거나 세무서에 질의하거나 스스로 찾아보고 해마다 바뀌는 세법을 스스로 체득하고 전사에 공유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주도적이고 능동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 만큼 부담도 크고 책임져야 할 일도 많다. 이를 이겨내고 열심히 하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 실제로 이직이 가장 많은 분야가 이 분야이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따라 그 일의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회사 뿐만 아니라 주위에 선배들만 봐도 첫 사회생활은 정말 힘들고 소위 말해서 고생해서 혼자 총대메고 총알 다 맞아가며 시작했는데 대리직급 다는 순간 다른 기업에서 연봉 1.2배로 오퍼가 들어오더란다. 동종업계는 아니고 업종은 다른 분야인데 돈보다 여유있는 생활에 무척 만족해 한다. 넘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서 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향후 이 사람의 몸값은 더욱 오르는 것이다. 



자신이 사원이고 남들보다 적은 월급이라도 일을 배우고 싶고 먼 훗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이 일을 하시라 권하고 싶다. 그 과정을 잘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도 많다. 수요와 공급을 생각해보자. 수요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양질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건 질이다.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이 분야가 사실 많지 않다. 과장직급의 경력사원을 뽑았는데 부가가치세 신고를 잘 못한다고 한탄하시는 모 기업 회계팀장님을 뵌 적이 있다. 자신이 그 업무를 해본 것과는 별개로 부가세 신고를 언제하는지, 필요한 서류 및  절차 등 그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더라며 웃으셨다. 열심히 해야 한다. 일 어렵다. 머리나쁜 보통의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노력과 시간투입과 더불어 회사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보통 기업에서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람이 일을 잘 못하면 그 사람에게만 귀책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일은 회사시스템과 업무플로우가 잘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그냥 고생하면서 때로는 그것이 헛고생이 되는 일이다. 이왕 어렵게 시작한다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업무플로우 더불어 사람들의 의식이 제대로 정립된 기업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의식이라.... 생각보다 이거 참 중요하다. 어느 기업은 회계팀에서 전화하면 즉각 협조하면서 대응해주는 곳이 있고 어떤 곳은 그냥 닥치고 돈이나 제때 주지 뭐 그리 주절대느냐고 회계팀은 말 그대로 후방 부서로 생각하는 곳이 있다. 전자에서 당신이 일을 한다면 남들에게 인정받으며 자신의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후자에서 일을 한다면 신입이라 짬밥안되서 말을 잘 못하고 혼자 속앓이 하면서 끙끙대다가 못해먹겠다며 뛰쳐나올 가능성이 높다. 나는 두 경우를 다 보고 들었다. 우리 회사는 다행히 전자에 속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의식은 하루아침에 그것도 신입으로 입사하는 당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은 리더의 지지와 전사적인 운동이 있어야 가능하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만 터진다. 당신이 이 일을 한다면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현업부서의 협조가 동반되어야 한다. 당신은 잘되었는지 체크하고 점검하고 잘못되었으면 수정을 요청하고 필요한 자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게 참 어렵다. 바쁘다보니 당신의 일은 그 사람에게 그냥 일도 아니다. 뭐 시간이 남아돌아서 네이버 뉴스를 연예면부터 스포츠면까지 다 읽고도 퇴근을 못하고 있다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회계팀 신입사원의 필요한 자료요청은 스팸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높다. 이게... 당신 잘못은 아니다. 회사가 잘못이다. 입사 전 이런 사항을 알아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입사 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운이지 뭐.



그리조 제조업으로 업종을 생각하시면 장단점은 있다. 장점부터 말씀드린다. 연봉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그리고 안정성도 어느정도는 담보한다.  단점은 옆부서 다 퇴근해도 회사에 남아 데이터 뽑고 있을 것이고 결산시즌에는 움직이는 폭도 좁아질 것이다. 뭐 당신의 일이니 이게 단점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냥 다 알고 하는 일이지만 막상 닥치면 참 짜증나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린다. 한마디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무엇을 즐길 여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블로그 보시면 알겠지만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하지만, 보람과 성취도 그 무엇보다 많은 일이다. 그게 자기만족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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