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k에서 내려올 때...
유튜브 또는 방송을 통해서 로이스 김(한국명 정김경숙)의 인터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꾀나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요는 구글에서 임원까지 했는데 갑자기 해고를 당하고 그 이후의 삶을 미국에서 마트 직원 또는 스타벅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는 내용이었다.
가끔 이런 스토리를 듣는다. 최초로 접한 사례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예전 삼미그룹 서상록 부회장의 이야기였다. 대학 시절 호텔 수업에서 특강을 해주셨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때 꽤 깊은 인상이 있었다. 요는 삼미그룹(당시 재계 20위권)에서 부회장까지 올라갔는데 IMF 때 삼미그룹이 부도가 나고 당연 본인이 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나와 롯데호텔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한다는 사연이었다. 본인이 영어도 잘하고 여러 경력도 있었지만, 아파트 경비원 채용 인터뷰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최종 롯데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후 그는 외국어 대학교 대학원 부총장도 역임하여 정치권에도 발을 들여 흔히 말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2014년 작고하셨다. 그리고 그의 부고 기사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웨이터' 경력이었다.
다시 로이스 김으로 돌아가면, 한국 대기업에선 보통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에 커리어의 피크를 찍고 (운이 좋으면 임원을 달고) 내려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행히 그간 자식 교육을 마쳤거나 재테크를 잘해서 노후 준비를 해놨으면 나름 내려오는 길이 수월하겠지만 불행히도 대다수는 그러지 못하다. 그리고 재취업을 시도해서 같은 업종 혹은 더 나은 직업을 구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즉, 어느 정도 눈높이를 조정해야 재취업도 가능하고 그랬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간의 가락?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윗 사례들처럼 대기업을 그만두고 마트직원 혹은 웨이터처럼 육체노동으로 전직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혹은 했으나 이를 알리고 싶지 않아 내가 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상기 두 사례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알려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사는 이야기이다. 머 둘 다 모두가 선망하는 멋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오늘 알토스 한킴 대표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로이스 김의 인터뷰 기사를 포스팅하며 커리어 어드바이스로 이만한 것이 없다고 극찬을 했다. 나도 읽어보고 상당 부분 공감이 있어 인터뷰 내용과 느낌을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1. '행복을 채워주는 건 명함이 아닌 하루의 성실함' 제목 잘 뽑았다. 나는 1년 간의 재수 생활을 하며 작은 꾸준함의 힘을 몸소 깨닫고 믿고 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밤새워 최대의 노력을 다해 성과를 내는 것보다 장기간 작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투자하여 얻는 성과가 훨씬 크고 단단하다는 것을 난 재수할 때 깨달았고 이를 직장인 시절에 적용하여 꽤 큰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내 아들들에게도 전파하려 하지만 이게 잘되지 않는다. 이러한 충고는 휘발되게 마련이며 나아가 잔소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많은 것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여 깨달아야만 한다. 이러기에 경험이 중요하다. 책과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많은 간접 경험을 얻지만 이 또한 본인이 직접 찾아내어 접해야만 그 간접 경험 또한 유효하다. 남이 던져준 정보와 지혜는 그냥 스팸에 불과할지 모른다.
2. '이렇게 마트 아줌마가 되는 건가?' 로이스 김은 동네 마트 직원으로 한 번쯤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해고를 당한 뒤 3일 만에 이를 실행한다. 사실 나도 약간의 육체노동에 대한 로망, 환상, 매력, 호기심, 아니 경험의 욕망이 있다. 물론 나는 그 장소가 빵집이긴 하다. 그녀는 1년 넘게 트레이더 조에서 일을 했고 파트타임으로 시작하여 6 개월 만에 섹션 리드, 또다시 6개월이 지난 다음 매니저가 되었다고 했다. 역시 그 가락?이 있었던 것일까? 나름 성공한 육체노동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녀는 트레이더 조 뿐 아니라 트레이더 조 일이 끝나면 스타벅스에 가서 저녁 8시까지 일했다고 한다.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다. 그리고 그녀도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는 해고 후에도 여전히 내 몫을 해내는 사람임을 증명하고 싶었고 실제 이렇게 바쁘게 일하면서 해고의 상처를 금세 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역시 육체노동이 자발적 선택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3. '트레이더 조에서 교훈을 얻다' 트레이더 조는 정말 연구해 볼 만한 곳이라 한다. 요즘과 같은 인터넷, AI 시대에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고 그 흔한 셀프 계산대도 없으며, 미디어 마케팅, 대중 광고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여러 마트 중 단위면적 당 매출이 1위라고 한다. 그 비결은 손님을 '팬'으로 만드는 것이라 하는 데 나도 종종 트레이더 조를 가지만 확실히 타 마트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으나 그것이 트레이더 조의 진정한 경쟁력일까라는 의문은 있다. 하지만 나 역시 그리고 아내의 원픽 마트는 여전히 트레이더 조이긴 하다. 이뿐 아니라 트레이더 조에서는 아직도 직원 근무표를 수기로 작성한다 하고 이는 매니저들이 손으로 일일이 적은 덕분에 위기가 있을 때 대응이 빠르고 문제해결도 더 뛰어났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힘은 여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아날로그의 힘을 어떻게 활용하고 그 조직은 더 단단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국가 정보원 화재 소식을 접하면서 아닐로그의 힘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디지털이라는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인간이 아니 사람이 아날로그인 이상 그 아날로그의 힘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 '용기는 체력에서 나온다' 가장 공감 가는 말 중 하나다. 과거 학창 시설 '체력은 국력'이라는 프로파간다를 많이 접한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체력도 실력'이란 말을 많이 들었고 또 했던 기억이 있다. 역시나 위기가 오면 마지막에 승부를 보는 것은 바로 체력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체력은 단기간 밤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하루하루의 성실함에서 나오는 능력이다. 이는 나도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영역이긴 하나 역시나 지. 덕. 체의 균형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현재까지 회자되는 옛말들은 그냥 진리인 것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잊히지 않고 바로 지금까지 회자된다면 그것이 바로 그 문장들에 대한 증명이 아닌가 싶다.
5. '3개월에 100명 만나기' 아 이건 쉽지 않다. 물론 사람에 성격 상 이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한 때 나도 이렇게 여러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을 즐겼을 때가 있던 것도 같은 데 현재는 그렇지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나의 MBTI가 E에서 I로 바뀐 것이 이를 증명한다. 로이스 김 본인도 본인은 트리플 A형 극도로 소심한 성격이라 한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런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나를 하기 위해선 내가 싫어하는 일 열 가지를 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선천적인 약점을 정말 피나는 노력을 통해사 이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과 스토리를 보고 우리는 이를 선망하고 동경한다. 하지만, 인생의 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굳이 그래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든다. 인생 초반을 그리 살았다면 나머지 인생의 반은 그냥 태어난 데로 주어진 데로 그 삶과 운명에 순응하며 그 안에서 행복과 성취를 이루어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찌 됐던 그녀 로이스 김은 현재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헤드헌터를 통해 구직 중이며, 동시에 Between Jobs라는 모임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속에서 권고사직을 당하는 경우 이들에 대한 위로가 가족이나 동료보다는 먼저 경험하고 이를 극복한 선배에서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모임을 조직했고, 실제 SNS를 통해 이러한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역시나 한번 바쁘게 살았던 사람은 그 바쁨에서 나오기가 쉽지 않다. 혹은 이를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역시나 그 가락?이 중요하다. 누구는 이를 관성이라 또는 습관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가락'이란 단어가 나에게 잘 와닿는다. 사람은 그 가락을 언제 어떻게 어떤 가락을 만들고 습득하냐가 그 인생을 좌우하는 것 같다.
그 가락 또다시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