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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28. 2015

부르고뉴의 심장 끌로 드 부조

 Clos de Vougeot

프랑스 부르고뉴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역이 어디인지 묻는다면, 그 곳은 바로 부조(Vougeot)마을일 것입니다.  부조(Vougeot)는 본 로마네마을과 샹볼 뮤지니 마을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마을 전체 포도밭이 모두 크뤼 등급을 가지고있는 부조마을은 특별함을 지니고 있으며, 지금의 부르고뉴 와인은 바로 이 부조마을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부르고뉴의 와인은 수도원의 수도승들에 의해 본격적인 고품질의 와인이 탄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서기 910년 베네딕트파가 부르고뉴의 클뤼니에 수도원을 지은 후적극적으로 양질의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했고, 십자군 전쟁을 떠나는 기사들이 수도원에 땅을 헌납하면서수도원의 포도원은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와인생산으로 막대한 부를 누리게 된 수도원장들은 무절제한 음주와 부로 인해 타락했고, 기존 수도원과 결별을 선언한 시또(Citeaux)수도회는 1112년 부르고뉴의 시토(Citeaux)에 베네딕틴 수도원을 짓고 노동의 신성함과 열정을 추구하였습니다. 이들은 토양과 기후, 포도 재배와 와인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크뤼’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특정 포도밭의 포도로 빚은 와인은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며 아주 가까운 곳이더라도 포도밭의 위치에 따라 와인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포도밭들을 구분하기 위해 구획화한 포도밭을 돌담으로 둘러쌓았고 이렇게 담으로 싸인 포도밭을 ‘끌로’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끌로 드 부조’는 ‘돌담으로 싸인 부조 포도밭’이란 뜻이며 와인이름이자 수도원 이름이기도 합니다. 시또회에서 만든 와인이 어찌나 유명했던지 사람들은 포도밭을헌납했고, 국가는 이 와인에 특혜를 내렸습니다. 1171년교황 알렉산더 3세는 포도에 대해서는 십일조를 면해주었고, 루이 7세는 와인의 수송과 판매에 따르는 세금을 면제해주기도 했습니다. 교황과 왕, 귀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끌로 드 부조는 수백 년 동안 수도원 소유였다가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1889년 나폴레옹의 교회 재산 세속화 정책에 따라 사유화되었습니다. 수도원은 여섯 명의 이 지역 와인상인에게 팔렸고 포도밭은 6개 구역으로 쪼개졌습니다. 현재는 80명의 땅 주인이 있어 80여종의 끌로 드 부조가 생산됩니다. 부조마을의 포도밭 사이를 걷다 보면 웅장한 기운을 가진 건물이 한 눈에 들어오는 데 이는 바로 샤또 뒤 끌로 드 부조(Châteaudu Clos de Vougeot) 입니다. 

1100여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이샤또는 시또 수도회의 수도승들의 와인생산에 대한 헌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습니다.  샤또 뒤 끌로 드 부조는 1791년까지시또 수도원의 소유였다가 1793년 국유화되었고 그 이후 팔려서 여러 소유자를 거쳐 따뜨 방 기사 클럽(The Confrerie des Chevaliers du Tastevin)이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1949년에 프랑스 국보로 지정되어 일반인에게 오픈되어 연중 내내 언제든 방문할 수 있게 되어있어 바쁜 수확철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샤또에는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압착기 4대가 보관되어 있으며 매해 이 중 하나를 작동시켜 수확기 모임에 초대된손님들에게 큰 기쁨을 준다고 합니다. 혼자 방문했지만 10명남짓한 단체관광객들도 꽤 많아 그들 틈에 끼어 가이드의 설명을 좀 들어보았습니다. 설명하는 관광가이드의 어투에서도 샤또 뒤 끌로 드 부조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꽤나 묻어있는 듯 했습니다. 르네상스시대의 개성과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건물내부, 와인양조에 쓰여졌던 거대한 압착기와 포도확, 전통기법의 양조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양조기계들, 시또 수도원의수도승들이 함께 식사와 와인을 나누었던 소박한 식당 등을 둘러보니 하느님이 만드신 창조물인 포도와 와인을 가꾸고 만드는 데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한수도승들의 헌신과 땀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무엇이든 온 마음을 다하고 온 정성을 다하면 최고의 작품이 탄생하게 되지요. 최고의 포도밭 가운데 우뚝 선 샤또 뒤 끌로 드 부조. 고행과 노동을 통해 하늘의 뜻을 추구했던 그들의 기도소리와 땀냄새를 와인 한 잔 속에서 느껴볼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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