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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Oct 01. 2015

부르고뉴 전통 치즈공장  Gaugry

Gaugry Fromagerie

부르고뉴 지방을 여행하면서 절대 빼놓아서는 안되는 것 중 하나가 부르고뉴 와인과 전통 치즈를 맛보는 것이다. 와인에 있어서 보르도와 부르고뉴를 비교한다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지만, 치즈에 있어서만은 단연 부르고뉴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부르고뉴 지방의 전통치즈를 경험한 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필자에게 치즈란 단단히 작정한 다이어트 결심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가장 위험하면서도 유혹적인 존재이다. 살균처리가 되지 않은 치즈는 수입이 금지되어 있어 결코 국내에서 맛볼 수 없는 정말 제대로 숙성된 꼬리꼬리한 삭힌 홍어 내지는  노숙자들의 발냄새에 가까운 향의 치즈들(얘기만 들어도 코를 쥐고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을 말도 안되는 저렴한 금액에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르고뉴 지방은 여행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필자에게 부르고뉴는 천국과 지옥을 함께 경험하는 곳이었다. 저녁엔 우리나라의 1/5도 안되는 가격에 치즈와 와인을 마시며 천국을 경험하고 그 다음날엔 보름달이 된 얼굴과 불룩 나온 배를 보며 하루종일 열심히 걸어야 하는 지옥을 경험하는 것이다. 부르고뉴 어느 치즈상점을 가더라도, 마트의 수백 가지에 달하는 치즈코너를가도 항상 발견할 수 있는 이름이 있다. 

고그리 프로마쥬(GaugryFromagerie). 디종 지역에서 수세기 동안 수도사들과 농부들에 의해 생산되어왔던 부르고뉴 전통 치즈들을 이제는 고그리(Gaugry) 공장에서 만날 수 있다. 고그리 프로마쥬(Gaugry Fromagerie)는 생우유로 에뿌아스(Epoisses)’치즈를만드는 곳 중에서 유일한 상업적인 치즈공장이다. 치즈공장 투어는 디종지역에서 빠지지 않는 좋은 볼거리 투어이다. ‘치즈계의 두리안’이라 일컬어지는 부르고뉴 별미치즈인 ‘에뿌아스(Epoisses)’가 생우유상태에서 단계별로 만들어지는 것을 전부 관찰할 수 있고 비디오를 통해 치즈의 공정과정을 더 자세하게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치즈 생산과정의견학이 끝나면 고그리(Gaugry)에서 생산된 다양한 치즈들을 치즈샵에서 만날 수 있는데 치즈 샵 옆에 있는 바에서는 1인당 약 6.5유로를 내면 6가지의 치즈와 글라스 와인 한 잔을 맛볼 수 있다. 

에뿌아스(Epoisses)와, 수만쁘랑 (Soumainfrain), 지브리 샹베르탱(Givry Chambertin), 샤블리(Chablis) 지방의 AOC 치즈, 표면이 잿가루로 덮여있는 독특한 질감의 생뜨르 드 베르지(Centré de Vergy)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감과 향을 가진 치즈들을 맛볼 수 있었다. 마치 삭힌 홍어 냄새처럼 코를 찌르는 겉표면과는 달리 너무나 부드럽고 크리미한 속을 가진 에뿌아스(Epoiss)는 처음에는 먹기 어렵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중독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정말 꼬리한 발 냄새를 풍기는 치즈들도 웬만큼 다 먹을 수 있는 필자에게도 잿가루가 뿌려진 치즈만큼은 쉽지 않았다. 입안에서 씹히는 잿가루를 즐길 수 있으려면 아마도 많은 경험과 시간을 필요로 할  듯했다. 

만약 필자처럼 혼자서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서 방문한다면 굳이 6.5유로씩이나 내고 테이스팅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마음에 드는 치즈를 조금씩 잘라서 사서 맛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만약 6명이 테이스팅을 한다면 시식비가 거의 40유로 정도나 되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웬만한 맛난 치즈를 아주 다양하게 원하는 만큼만 사서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공장 견학에서 빼놓지 말고 꼭 사서 맛보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치즈 케익이다. 

평범한 비주얼과는 사뭇 달리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촉촉한 식감의 부드러운 치즈 케익. 그다지 케익을 좋아하지 않지만 치즈공장에서 만들었으니 한번 맛보겠다는 생각으로 아주 얇게 잘라달라고 해서 사서 맛보았는데 하마터면 한판을 통째로 사서 먹을 뻔했다. 세상에 이렇게 촉촉하고 맛있는 치즈케잌이 있었던 말인가. 다른 건 몰라도 고그리의 치즈케익만은 반드시 맛보아야 한다. 이렇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공장에서 나오는 치즈들은 부르고뉴 각 지방의 작은 치즈상점들로 팔려져 나가 매일 부르고뉴 지방 사람들의 식탁에 오른다. 얼마나 걸릴진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식품 수입허가기준이 바뀌어 살균되지 않은 꼬린내 작렬하는 치즈들을 국내에서도 보다 저렴하게 맛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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