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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Oct 01. 2015

여유와 자유로움이 있는 와인과 치즈 천국, 클래시파이드

홍콩의 거리에서 전세계의 치즈와 와인을 만나다

홍콩은 오랫동안 아시아의 음식 문화를 선도하는 곳으로 홍보해왔고 수 세대에 걸쳐 그들의 음식을 전 세계에 홍보한 덕택에 홍콩은 식도락의 천국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홍콩은 금융의 허브 역할을 함과 동시에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 이로 인해 국제적인 요리 명소로 성장하여 화려한 스타 레스토랑에서부터 고어 부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위기에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2009년 처음으로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에 등장해 최고의 점수 별 세 개를 받은 레스토랑들이 생겨나면서 홍콩의 요식업계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홍콩 요식업계가 이렇게 빠르고 발전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한 것은 홍콩 정부가 2008년 와인 수입세를 철폐한 것이었다. '와인에 면세'가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전 세계 와인 수입업자들이 홍콩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홍콩의 신흥 부호들은 엄청난 속도로 고급 와인을 소비하기 시작했고 이들에겐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 필요했다. 이로 인해 와인에 연계된 레스토랑 비즈니스도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이제 홍콩에서는 와인을 마시는 문화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아 하나의 문화적 습관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70%에 육박하는 높은 주류세 및 유통마진으로 와인을 비싼 가격을 주고 마실  수밖에 없는 한국 소비자들이 홍콩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저가항공사들의 출현으로 제주도 가는 것만큼이나 저렴해진 항공료로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다녀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희귀 빈티지의 고급 와인을 구입할 수 있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우리나라 샵 가격 정도밖에 안되는 가격으로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와인 마니아들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인해 일 년에 한두 번은 홍콩을 찾게 되는데 매번 홍콩을 방문할 때마다 와인도 와인이지만 이번엔 어떤 맛집을 발견하게 될까 하는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곤 한다. 얼마 전 홍콩을 출장차 방문했을 때 바른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IFC 몰이나 퍼시픽 몰 같은 대형 몰에 가면 근사한 인테리어에 널찍한 고급 레스토랑들도 많지만 필자는 좀 더 사람 냄새가 나는 흥겨운 곳을 선호한다. 특 히 소호 거리나 할리우드 로드에는 그런 동네찻집 같은 작은 카페와 아담한 식당, 와인바들이 많이 있다. 저녁이 되면 그런 식당이나 바에는 사람들이 넘쳐나 아예 노상에 서서 친구들끼리 담소를 나누며 와인이나 칵테일을 즐기기도 한다. 내가 홍콩을 자주 찾는 이유도 바로 이런 자유스러운 거리의 분위기가 일종의 해방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클래시파이드(Classified)도 바로 그런 곳이다. 클래시파이드는 '동네 이웃집 카페'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지향하는 유럽 스타일의 브런치까페 겸 와인바이다. 

 클래시파이드는 2006년 홍콩에 새로운 다이닝 컨셉을 만들겠다는 목표하에 만들어졌다. 클래시파이드의 소유주는 프레스룸 그룹(Pressroom Group)으로 더 폰(The Pawn)과 프레스룸(Pressroom), SMI, News Room 등 수십 개의 레스토랑을 소유한 홍콩에서도 몇 번째로 꼽히는 큰 회사이다. 그들은 특별한 개성이 없는 쇼핑몰에 입점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활기찬 거리에 매장을 내어 거리에서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2006년 셩완의 할리우드 거리에 처음 매장을 낼 때만 해도 분위기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전통적인 중국식 거리였기 때문에 유럽 스타일의 까페가 과인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었다고 한다. 하지만 홍콩의 미식가들은 장인정신을 가진 셰프들이 만들어낸 홈메이드 스타일의 음식들에 환호했고 프레스코 스타일의 매장 인테리어는 홍콩에 사는 유럽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현대적인 디자인에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부띠끄 와인, 갓 내린 퀄리티 좋은 커피와 매장에서 직접 구워내는 수제 브래드, 다양한 종류의 특별한 치즈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클래시파이드는 점차 더 많은 매장을 오픈했고 폭넓은 고객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제는 홍콩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한 번쯤 꼭 들러야 하는 핫 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이들은 거리에 캐주얼 아웃도어 다이닝 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셩완지역의 외식문화를 재창조했다. 그 후 이제는 홍콩 내 완차이에서 리펄스베이까지 총 10개의 매장과 자카르타의 매장까지 총 11개의 매장으로 늘어났으며 많은 여행자와 미식가들 및 지역주민들이 클래시파이드를 찾고 있다. 

 특히 이곳이 필자 같은 와인 마니아들에게 꼭 다시 가고 싶은 식당으로 꼽히는 이유는 벽장 가득 진열된 합리적인 가격의 부띠끄 와인과 전 세계에서 공수해온 다양한 치즈들 때문일 것이다. 클래시파이드는 타임 매거진의 '치즈 애호가들을 위한 TOP 5 레스토랑'에도 선정되었을 정도로 치즈애호가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곳이다. 클래시파이드의 대부분의 매장들이 저온저장실 장치가 되어있는 치즈저장고를 따로 보유하고 있어 고객들이 직접 들어와서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 등 전 세계에서 수입한 50가지가 넘는 수제 치즈를 맛볼 수 있다. 짚풀 위에 얹은 큰 치즈 덩어리들이 전시된 치즈 저장고들과 작게 잘라진 치즈들이 들어있는 치즈 냉장고들은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게 한다. 고객들은 원하는 치즈를 골라 치즈 플레이트를 구성하여 와인과 함께 마시기도 하며 주부들은 원하는 만큼 치즈를 잘라 그날 만든 빵과 같이 사서 집으로 가기도 한다. 각자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타입으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치즈는 때로는 피자 위에 가득 올려져 나와 사람들의 입맛을 중독시킨다.  파니니와 스파게티 등 간단한 브런치 이외에도 그리 많이 무겁지 않은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어 이미 한국에도 홍콩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현재 홍콩에서는 확실하게 자리 잡은 선도적인 트렌드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요즘엔 겉치레나 장식을 많이 걷어내고 기본에 충실한 단순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클래시파이드의 음식을 먹어보면 역시 이러한 분윅를 선도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찾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지점들이 매장의 규모가 크지 않고 거리에 있어 사람들은 활짝 오픈된 매장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낮에는 브런치를 먹거나 갓 내린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밤에는 벽장 가득 진열된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을 선택하여 자신들이 좋아하는 치즈들로 만든 치즈 플래터와 먹음직스러운 요리들과 함께 와인잔을 기울인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 서양인들이 많아 마치 유럽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나처럼 혼자 여행하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혼술, 혼식 등 혼자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술 마시는 트렌드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 홍콩은 이미 그런 문화가 예전부터 자리 잡혀 있어 혼자만의 시간을 편안한하게 즐길 수 있다. 물론 큰 테이블에 함께 합석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이 또한 자연스러운 분위기이다. 나무벽장을 가득 채운 부띠끄 와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다. 앉아서 마시지 않고 사서 가져가는 사람들에겐 무조건 100$씩 할인해주니 마셔보고 맛이 괜찮으면 한 병 더 사서 가져갈 수도 있다. 동네 이웃 같은 친근한 느낌의 클래시파이드는 많은 단골을 창출한다. 소호나 윈햄 거리의 번잡함이 싫은 프랑스인들과 유럽인들은 완차이나 셩완 거리의 조용한 클래시파이드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10월 말 할로윈데이에 이어 11월 'Wine & Food Festival'이 열릴 시기에 다시 한번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볼 생각이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를 즐기고 싶을 때, 하루 종일 홍콩 거리를 걷다 지치고 배고플 때, 맛있는 치즈가 가득 올려진 피자와 부띠끄 와인으로 홍콩의 밤을 즐길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특히 50가지가 넘는 치즈들의 향이 코끝에 아른거리는 듯하다. 여행의 추억은 이렇게 인생에 또 하나의 기대감을 안겨주며 마음을 설레게 한다. www.classifiedf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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