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전서를 읽고
처음에는 학부시절 당시 복학해서 함께 공부했던 일환이형님이 엮은 책이기에 ‘의리’로 책을 펼쳤다. 형님의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특유의 글투와 강조를 위해 찍혀있는 쉼표와 마침표가 눈에 들어왔다. 한 장, 두 장 책을 넘길 때마다 누구나 생각해본, 누구나 고민해본 질문들이 한 가득 나열되어 있었다. 그에 대한 답변들도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책을 펼친 순간 서론에 기록되어있는 3시간 남짓의 평균완독시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책을 완독했다.(1시간 30분 소요)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첫째, 카타르시스가 있다. 기존에 부사역자로서 담임목사님 혹 목회선배님들에게 질문할 수 없는 부분을 시원하게 질문해주었다. 그것도 정답은 아니더라도 ‘답’을 얻을 때까지 집요하게 물어주었다. 현실의 목회구조 안에서 부사역자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었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둘째, 개척, 설교, 심방. 목회의 세 가지 요소에서 숨은 고수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숨은 고수를 만나는 즐거움은 그분들의 ‘목회 철학’을 마주하는 지점에서 왔다. 어느 하나 쉬운 분야 없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분야에 대해서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 ‘내공’이 있으려면 ‘철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노트를 꺼내들고 나에게 허락된 ‘특수성’에 기초하여 합리적으로 목회철학을 기록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셋째, 지구력에 대한 도전이 있다. 누구나 합리적인 생각을 말하기는 쉽다. 그리고 목회철학을 멋들어지게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철학을 일관적으로 지켜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목회지구력’일 것이다. 작년 베스트셀러였던 GRIT이 생각난다. GRIT은 단순한 지구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지구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목회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목회지구력’이 단련된 사람이라는 교훈을 얻는다.
넷째, 30대를 마주하고 있는 나에게 큰 ‘공감’이 되는 내용이 있다. 특별히 <개척>부분에서 안민호 목사님의 고민이 비슷한 우리 또래들에게 많은 공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트타임에서 풀타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명확하게 집어준다는 느낌이 있다. 특별히 전임부사역자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착각도 시원하게 집어주었다.
완독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막 새로운 것을 얻지는 않는다. 하지만 ‘리마인드’를 위해서 그리고 파편화되어 있는 것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잊혀졌던 질문들과 답변들을 회복하기 위해서 책표지를 펼쳐보기를 권한다.
신학교과서에서는 얻기 힘든 귀한 ‘답’들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