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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호 Aug 11. 2021

자기다움을 이루는 연금술

파울루 코넬료의 연금술사를 읽고

나에게는 두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반복적인 일상이 있다. 가벼운 볼륨펌을 위해 미용실을 방문하는 일이다. 생머리인데 모발이 얇아서 펌을 하지 않으면 헤어스타일 참 빈약해보인다. 남자는 머리빨이라고 하지 않나….. 펌을 하기 위해서 미용실에서 두시간 남짓 시간을 보낸다. 미용실 한 켠에는 지루해하는 고객들을 위해 몇 권의 도서가 늘 비치되어 있는데, 무려 4개월 동안 두 번의 펌을 진행하면서 갈 때마다 뒤적이다가 다읽지 못한 책이 있다. 바로 파울루 코넬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이다.


이야기 주인공 이름은 산티아고이다. 산티아고는 스페인사람인데, 그의 이름을 보자마자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 생각난다. 실제로 펼쳐지는 이야기도 그런 이야기다. 산티아고는 본래 신학생이었는데, 지루한 신학교에서 신을 찾는 삶에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이내 넓은 세상에서 아름다움과 신비를 찾겠노라 결심하며 신학교에서 벗어나 양치기가 되었다. 일탈하는 신학생의 이야기라….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였지만, 펌을 하는 시간 내에 모든 이야기를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가오는 여름휴가기간 정독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산티아고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피라미드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꿈을 두 번이나 꾼다. 해몽을 위해 사람을 찾다가, 멜기세덱이라는 살렘의 왕을 만나게 된다. 그로부터 표지를 좇아 피라미드로 가면 보물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언약을 받고 피라미드를 향해 가는 에피소드이다. 가는 과정 중에 위기와 기회가 반복되는데, 마치 성경에 나오는 요셉이야기와 같다. 전재산을 강도 맞았다가, 잠깐 일해준 크리스탈 가게가 잘 되어 다시 돈을 많이 번다. 사막을 힘겹게 걷다가도, 오아시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한 부족을 침입위기에서 구해주어 부자가 되기도 한다.


위기의 순간마다 피라미드로 향해 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들이 열린다. 그러나 동시에 기회마다 내면의 갈등을 심하게 겪고 힘들어한다. 그는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양을 구매하여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유혹, 사랑하는 사람과 그 마을에 주저앉아 살고싶은 유혹 등, 현실에 안주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다시 찾은 일상의 안전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는 마음들이며, 익숙한 삶으로 회귀하고싶은 본성이다. 우리의 실존적인 고민들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우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목숨이나 농사일처럼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을 잃는 일이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역사가 다같이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단숨에 사라지는 거라오.”(130p)


산티아고의 마음은 늘 흔들리지만, 사막가운데에서 만난 연금술사의 도움으로 다시 피라미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연금술사는 자신의 연금술을 단순히 납을 금으로 만드는 기술이나 마술정도로 소개하지 않는다. 연금술은 만물의 언어를 듣고 자연과 세계를 깨닫는 것이라고 소개한다.(227p) 산티아고는 그에게서 연금술을 배운다. 납을 금으로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과 마음의 소리를 듣고 표지를 따라 꿈을 쫓아가는 인생을 배운다.


삶과 생명을 사랑하고, 꿈을 사랑하는 인생은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이 듣지 못하고 보지못하는 표지를 포착한다. 표지는 인생을 다양한 불안의 요소로 밀어넣고 몰아가지만, 동시에 감당할  있도록 용기를 준다. 표지를 쫓아간 산티아고는 매일 다른 자신을 마주한다. 과거로 회귀하는 자아가 아닌, 새로운 미지의 자기를 마주한다. 이것이 연금술이다. 생과 삶을 사랑하는 인생이,  열정으로 이전에 없던 고유한 인생과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연금술은 납이 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알이 새가되는 것이다. 연금술은 세상의 이치속에 숨겨진 신비이다.


어느정도 예상가능하듯이, 산티아고는 피라미드 아무런 보물을 발견하지 못하고 고향 스페인으로 돌아온다.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  산티아고는 피라미드를 경험해보지 않았던 산티아고와는 다른 존재이다. 산티아고는  이상 현실의 안전을 위협하는 두려움 앞에서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에 압도당해서 진리의 표지를 보고듣지 못하는 인생이 아닐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온 삶은  깊이 뿌리내려 단단해지고 의연해졌다. 그의 인생에 연금술이 펼쳐졌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커다란 현실의 벽앞에서 무력하게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일상이지만, 이 속에서도 별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인생, 사랑으로 충만한 일상을 꿈꾸는 사람은 영적인 표지를 보고 듣는다. 표지의 발견은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인생에게 주는 신의 격려이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인생에게 신이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운명적인 사건이다. 이것은 삶에 설레임과 기분좋은 떨림을 회복시키며, 그 순간 우리는 자기존재의 충일함과 자기다움의 자유함을 향유한다. 진정한 연금술은 염려 가득한 삶에서 자기다움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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