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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Aug 16. 2020

'최소한'의 교육에서 '최대한'의 교육으로

학습 격차 논의는 현 상황을 점검하는 것에서부터...

2020년 1학기 갑작스럽게 시작된 원격 수업에 대한 주요 논의는 '우리는 어떤 대처를 했다'였다. 

'우리 학교에서는 쌍방향 수업을 하기 위해 팀즈나 구글을 도입했어요.'

'유튜브를 활용하여 영어 온라인 콘서트를 했어요.'

'기기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기기를 확보해서 대여해줬어요.'

'우리 시도는 원격수업 지원단을 운영하여 현장을 지원해요.'

각 학교에서는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안전과 어느 정도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발 빠른 대처를 하였다. 오프라인 수업의 효과만큼은 못하겠지만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교육기회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1학기가 마무리되는 현시점에서 '학습 격차'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학습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AI와 같은 새로운 대안을 도입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의 원격수업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에 따른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 동료 교사 눈치보기, 하향 평준화되는 원격수업

원격수업의 형태는 통상적으로 같은 동학년 또는 학교 전체가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 한 학교에서 여러 형태의 원격수업이 이루어질 경우 학생들이 접속에 어려움을 겪거나 테크놀로지 활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러 교사들의 수업이 비교될 수 있다. A교사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학습의 효과를 높이고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하는데,  B교사는 그렇지 못할 경우 학생과 학부모는 B교사의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이는 개인 역량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학교 차원의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교사 협의회를 통해 원격수업의 형태를 결정하게 된다. 교사 협의회에서 논의의 중심은 '어떤 형태의 원격수업이 학습자에게 적합하고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여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모두가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둔다. 이 때문에 원격수업의 형태는 최소한의 역량을 갖춘 교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물론 상향 평준화되는 학교도 있다). 학교에서 XX 방식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면, 일부 교사들의 튀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동영상을 별도로 제작하거나 실시간 수업을 하면 옆반 교사가 문제 제기를 한다(나대지 말라). 최소한의 기준에 맞추어졌기 때문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원격수업에 대해 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즉, 원격수업의 질적인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2. 원격수업 플랫폼(콘텐츠 제공형)에만 의존, '학습'보다는 이수율에 초점

온라인 개학 전과 후에 원격수업 플랫폼은 원격수업을 처음 맞이하는 교사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교사들은 원격수업 플랫폼을 중심으로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학생들과 상호작용하였다. 원격수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메신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활용하여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며 학습의 효과를 높이는 교사들이 많다. 한편, 원격수업 플랫폼(콘텐츠 제공형)에만 의존하는 교사(학교)도 많다. 교사는 원격수업 플랫폼에서 콘텐츠만 선택하여 잘 나열하고 학생들의 이수 여부만 확인하면 끝난다(심지어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제공되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재구성조차 안 해도 된다). 학생들과 유일한 상호작용은 '몇 차시 이수하라'는 독촉 문자 또는 전화뿐이다. 전달된 내용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학습되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교사는 학습 효과에 대해 불안감은 있지만 학생들이 집에 있어 교사는 이 부분은 도와줄 수 없다고 자기 위로한다. 대부분의 학교가 1~2일 등교하고 나머지 날은 원격수업이 이루어진다. 콘텐츠 제공형의 경우 원격수업 플랫폼에 접속하여 한 시간 정도 학습하면 하루 학습이 끝난다. 학습에 대해서 활발한 피드백을 주는 학교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도 많다(한차례의 피드백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 점이 무척 아쉽다. 학부모들이 1학기는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참았다. 만일 2학기도 그런 식으로 한다면 무척 화날 것 같다. 


3. 원격수업과 테크놀로지 역량을 키우지 않는 교사

일반적으로 교사의 역량은 모두가 등교한, 오프라인 수업에 맞추어 도출되었다. 이 때문에 일부 교사들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불편하고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빨리 상황이 수습되고 정상으로 돌아가길 고대하며 원격수업을 임시방편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격수업과 테크놀로지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 다른 교사가 만든 자료에 의존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부탁한다. 테크놀로지에 대해 특별히 배울 의지가 없다. 다른 교사가 자신보다 더 특별한 원격수업을 하면 보고 배우려는 생각보다는 그 행동을 제지한다(물론 일부 상황이다). 이는 교사 간 갈등을 유발하고, 원격수업의 질적 성장을 저해한다. 뉴 노멀의 시대이다. 앞으로 재난, 재해, 질병 등으로 인해 원격수업과 같은 상황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원격수업에서 테크놀로지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교사와 학생을 연결하여 학습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테크놀로지에 얼마나 능숙하고 잘 활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학습의 질이 결정된다. 


4. 학습자의 상이한 학습환경, 소외계층 학생에 대한 지원 부족

원격수업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학습 환경 변인은 무척이나 큰 영향을 미친다. 모두가 서로 다른 테크놀로지, 부모의 지원,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어 가장 해결이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다.  특히, 다자녀, 다문화, 저소득층, 특수교육 대상자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학생들의 학습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까지 기기 지원 정도는 이루어졌지만, 여기서 '어떻게 학습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가'에 대한 지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학생들은 기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자기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아침에 일어나 학습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습 중 게임, 도박, 성인물 등 각종 상황에 노출된다. 이때 적절한 인지적 지원과 정서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들 소외계층의 학습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위 학교에서 이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한다면 교육청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1. 원격수업의 형태는 운영의 편의가 아닌 학습 효과에 맞추어 결정하라. 

1학기 원격수업의 성과는 어떠했는가? 많은 학교에 질문하고 싶다. 교사 중심의 성찰이 아닌 학생, 학부모 모두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를 반영하여 1학기에 부족한 부분을 찾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체계적인 성과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원격수업의 다양한 유형 중 어떤 부분이 가장 학습 효과가 클 것인가를 분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2학기는 운영의 편의만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학교가 원격수업에 대한 체계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테크놀로지 도입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계 원리 등의 지원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2. 사회적 실재감을 높이기 위한 교수학습과 상호작용을 고민하라. 

나랑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나오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피드백 없는 과제물...학생들에게 흥미가 있을까? 테크놀로지를 통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인식하고 공존감을 느끼는 사회적 실재감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많은 연수원에서 줌을 활용하여 실시간 쌍방향 연수를 진행한다. 이러인 콘텐츠가 많은 데 실시간 쌍방향 연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회적 실재감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한 공간에서 학습하고 있고, 수강생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원격수업 플랫폼의 지원, 교사의 교수학습 전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의 원격수업 플랫폼은 콘텐츠 전달 위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화상수업, 채팅, 협업 도구 등 다양한 기능을 결합하여 원격수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교사들은 테크놀로지가 매개된 상황에서 학습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수업에 필요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익힘으로써 교수내용 지식과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3. 원격수업과 테크놀로지 활용 역량은 이제 교사의 기본 역량이다. 

원격수업 시대이다. 잠시 스쳐가는 원격수업이 아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할 것이다. 교사는 자신의 전문성 개발을 위해 원격수업과 테크놀로지 활용 역량을 부단히 신장시켜야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매우 뛰어난 수업을 하는 교사일지라도 원격수업에서 테크놀로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는 효과적인 수업이 불가능하다. 테크놀로지의 이해, 다양한 테크놀로지 활용 방법, TPACK, 기술적 지원 등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4.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하라. 

학교에 나오지 않는 소외계층은 학생들은 가정에서 방치되고 더 소외된다. 물리적, 정서적 소외감은 큰 학습 결손을 유발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기 지원뿐만 아니라 학습에 대한 인지적 지원과 정서적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지원은 일회성이 그치면 안 된다.  일회성 지원은 '건수'만 채울 뿐 그 학생의 성장에 아무런 도움을 제공하지 못한다. 먼저 학교의 담임교사 또는 교과 교사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 교사와 외부 인력의 연계를 통해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성이 확보되는가에 따라 학습격차 대응의 성패가 결정된다.  


원격수업을 정말 열심히 하는 교사들이 많다. 어제 열린 스마트교육 학회에서 발표하는 선생님들이 자신의 수업 사례를 흥분에 차서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현장에 있었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교사가 온전히 교수학습과 학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도 시대 변화에 따라 자신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신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1학기는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걸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지만, 2학기는 그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다양한 주체로부터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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