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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인자

(SF 중편 소설. 2003 미주크리스천 문인협회 소설부문 가작)



1.

-그럼 멘토링의 시간을 가져 볼까?


교수의 말에 훈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매일 밤9시가 되면 무등산 기슭의 좁고 우울한 하숙집 방 한면을 온통 다 차지하는75인치 벽걸이 TV에 연결된 인터넷을 통해 화상 상담을 시작하는 교수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 나쁠 정도로 활기찼기 때문이였다. 훈은 더 이상 교수로 부터 사이버 대학교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푸근했던 첫인상과 포근한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 그동안 학생들의 성적과 졸업후 취직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한다는 주임교수라는 권위를 내세우며 훈에게 저질렀던 온갖 만행(!)들이 생각나 목소리만 들어도 포근해지는 커녕 멘토링이라는 이름으로 가끔씩도 아니라 매일 자기가 감시받는 것 같는 생각이 들어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정부의 방침만 아니라면 이 빌어먹을 멘토링은 당장 때려 칠 수 있을텐데.


남북이 통일하기 전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실시했었다는 [5호담당제]와 별반 차이없는 이 멘토링 제도는 겉으로는 통일 한국 정부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 지친 마음과 영혼을 힐링 회복하기 위한 사회 복지 제도로 발족 되었지만, 정부가 교묘히 모든 젊은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통제 네트워크 시스템이였다는 것은 훈과 같은 요즘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사실이였다. 오늘날의 통일 한국 시대는 어느 한 사람이 멘토가 되면 그 사람이 또 다른사람에게 멘티로 연결 되어 결국 하나의 거대한 다단계 휴먼 피라미드로 통제되어 돌아가는 사회였던 것이다.


-오늘 아침 새벽 사이버 예배는 참석했겠지?

-물론이죠.. 일주일전부터 말씀대로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통일이 되고 국가역량이 상승하여 전세계에서 초일류선진국가로 비약적으로 발달한 한국은 국가기강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미명하에 자유롭게 믿어야 할 종교도 하나로 통폐합 해 버렸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모두 의무적으로 종교기관에 출석하는데 원래 기독교 개신교의 모태 신앙인이였던 훈에겐 되려 그런 종교 통폐합이 신의 존재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


도대체 새벽부터 자신을 반드시 경배하게 소위 뺑뺑이를 돌리는 신이야 말로 조지오웰의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독재자 빅브라더와 마찬가지가 아닌가라는 반발심이 훈의 마음에서 맹렬하게 휘몰아쳤다.  


-훈이는 아침을 자주 거르지? 오늘 아침은 먹었어?


-뭐 그냥 물한잔 마셨죠.


-물한잔을 마시더라도 식사기도는 잊지마.응?


교수는 매사에 집요할 정도로 꼬치꼬치 캐묻고 지적하는 버릇이 있었다.  

 -잘하고 있네. 자네가 영적으로 많이 침체되어 있는걸 보고 내가 걱정 많이 했어.

훈은 교수의 '걱정'이란 말에 하마터면 피식 비웃음이 나올뻔 했다.

이젠 교수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모조리 가식처럼 들렸다.


 '아 왜 내가 경솔하게 저 사람을 멘토로 정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훈은 맨토와 맨티관계를 교수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3월 정도인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의 첫 대국민 취임연설이 있었던 때였던 것 같은데…’


취임연설은 이랬다
 
 

국민여러분.

저는 여태껏 신학神學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 왔습니다. 절대진리가 무슨 연구를 해야 하는 학문처럼 들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민주 자유주의의 보수와 진보의 양날개 아래 평등하게 행복을 누리게 하는 절대진리는 결단코 학문으로는 터득할 수 없습니다. 먼저 믿음을 가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제 밝아오는 통일 정부에서는 그 절대진리가 더 이상 신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깨달아가는 하나의 종교로는 취급되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집중할때 반드시 이 땅위에 낙원같은 국가가 창조될 것 입니다. 그간 몇몇 깨달은 소수의 양심적인 종교인들을 통해 개혁을 거듭해온  우리 조국은 이제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세계속의 초강대국으로 성장되었습니다. 이제 다가오는 새정부는 그런 조물주의 축복이 계속 이어지도록 저는 모든 종교과 사상들을 통합시켜 유일신 사상 아래 하나의 통일국가로 거듭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유일신은 유일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대통령 취임연설이 나가자 비종교인들뿐만 아니라 기성교인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PTCA (이동통신옷, Portable Tele-Communication Apparel: 모든 이동통신 기능이 갖추어진 옷감으로 만든 옷, 이동전화기가 점점 얇아져서 거의 원단두께로 기술이 발달해 이동통신용 의류로 2030년부터 생산된 제품 )를 통해본 그후 새정부의 종교 통폐합 과정은 '학생 운동'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한 파쇼적 정치행보였다.


 완전무장한 정경들이 시내곳곳을 돌아다니며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을 색출하며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혈투극은 장차 목사가 될 훈이 보아도 어이없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훈은 당시 광주 대학에서 목사고시를 패스하고 의사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의학이 발달하여 인체에 병을 유발하는 암세포나 바이러스는 거의 정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발생된 질병은 인류로 부터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하게 되어 목사가 될려는 신학생과 의사가 될려는 의대생들은 반드시 의사고시와 목사고시를 를 동시에 의무적으로 패스해야 메디컬 목사가 될 수 있도록 입법화 되어있었다.
 
 

-신앙을 받아들일 기회는 많이 주어졌었음에도 회심(回心)이 없었어. 안타깝지만 저건 시대의 흐름이야.
 훈이 교수 임용이 되기전에 선배였던 그를 처음 만난것은 학교 도서관 야외 휴식 공간에서 였다. 시험공부를 위해 도서관 밖 벤치에서 머리를 식히면서 PTCA 모니터를 통해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던 훈의 등뒤로 교수는 냉소적인 목소리로 다가왔다.
 
 

-어? 선배님. 언제 오셨어요?


훈은 선후배관계가 철저히 분리된 교풍을 간직한 학교를 다니면서 간간히 보아온 선배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와서 말을 거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어색해서 뒷통수를 만지작 거리며 구부정하게 인사를 했다.


-나도 머리를 식히려고 나왔는데 자네를 보고 저쪽에서부터 불렀는데 대답도 없고 뭘 골똘히 보고 있길레 궁금해서 와봤지. 내가 방해가 되진 않았겠지?
 
 

-아닙니다
 
 

훈은 인터넷 모드를 이동통신 모드로 컨버트 했다. 옷 팔꿈치 부분에서 소리가 퓨슉하고 나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교수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것봐 아직도 2.8버전을 쓰고있나?

 -예?

 -자네 PTCA말이야

 훈은 자신의 뒷머리를 긁으면서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예.. 주머니 형편때문에.


훈은 나이 여든을 바라보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영성생활 보호대상자였다. 물질적 축복을 신앙의 깊이로 까지 판단하는 세태속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신앙적 문제가 있는 가정이라고 통일정부에서는 그런 가정들을 ‘영성생활 보호 대상자’로 간주하여 정부차원에서 관리보호하였다.

    
 -그런데도 밝게 지내는 자네 모습은 언제나 봐도 보기 좋아.


 교수는 가만히 훈의 어깨에 달린 모니터를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UV 프로텍션 기능이 없는 2.8버전은 언제나 이 모니터가 문제라니까.

 -쓰는데는 별 지장 없어요.

 훈은 교수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데 진정성이 느껴져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의사고시 때는 CT기능까지 갖춘 버전을 써야 공부할 때 무리가 없을텐데 내가 요번에 먼저 의사고시 패스하고 내 껄 빌려주지.

 -아이고. PTCA를 리셋하는데 얼마나 힘든데요..걱정 마세요. 업그레이드 단말기가 마침 학교앞에 나와있으니까 그걸 사면 되요.

교수는 눈살을 찌뿌렸다.  

-옷에다 반창고 같이 생긴 단말기 하나 부치고 다녀봐 얼마나 불편한데... 그러지 말고 내꺼 써! 응?
교수는 훈의 손목을 잡고 자기말을 듣지 않으면 절대 놓지 않겠다는 투로 말했다.

-참! 내가 선배님은 못말린다니까요


훈은 싫지 않는 듯 대답했다.

훈의 대답에 교수는 웃으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교수는 그때부터 훈의 멘토가 되길 자청하였고 물심방면으로 도와주길 시작했다.


그해 겨울, 훈은 교수로부터 PTCA를 물려받았고, 다음해 훈은 의사고시를 지원했으나 그만 낙방하고 말았다.

 -괜찮아. 다시 재시험을 보면 되.

학교앞 한 레스토랑 구석에서 좌절한 듯 고개를 숙인 훈을 바라보며 교수는 진정 어린 목소리로 위로했다. 사실 그 어떤 위로도 훈을 달랠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촉망받는 직업인 메디컬 목사가 되는 길을 사랑하는 후배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교수는 정성어린 충고를 더욱 퍼부었다.


-선배님. 이러지 않으셔도 그 맘 다 압니다. 허지만 좌절 되는 것은 숨기질 못하겠네요.

갑자기 훈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교수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들썩이는 훈의 어깨를 한손으로 꼭 붙잡았다.

-흔들리지 마 응? 참아내야 되! 내가 기도해줄게 응?

순간 훈의 팔위에 위치한 PTCA계기판에서 전화가 온 듯 바이브레이션이 왔다. 원래 교수의 PTCA였던 거라 교수에게 오는 전화들이 훈에게 자주 왔었는데 모니터에 발신자 이름이 [이영희]로 뜬 걸 확인하고 훈은 교수에게 소매를 보여 주었다. 교수는 훈이의 소매에서 PTCA전화모둘을 빼내 영희의 전화를 받았다.

-어.. 영희씨 웬일이야?

영희는 교수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람으로 국립과학처에서 정부주도하에 진행중인 거대 로보트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있었다. 훈은 처음 교수가 수 개월전 자신의 약혼녀라고 소개 시켜준다며 데리고 나온 영희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었다. 특히 많은 공해와 산업폐기물로 인해 여성들도 머리숱이 많이 줄어든 요즈음 보기드물게 단정하고도 풍성한 단발머리와 보고 있으면 빠져버릴듯한 깊은 큰 눈망울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정신이 나갔는지 아니면 긴장했는지 훈은 그날 커피를 바지에 흘리고 말도 더듬거리면서 시쳇말로 완전히 스타일을 구겼었다. 교수는 '침착한 아이가 오늘따라 왜이래' 라며 그외에는 별다른 눈치가 없었지만 영희는 연신 쾌활하게 웃으며 재미있다는 듯 훈을 바라보았었다.
 

-오늘 만나기로 했었잖아.


-아 그런데 영희씨 갑자기 일이 생겨 오늘 만나기 힘들 것 같은데..

교수는 난처하다는 듯 훈을 곁눈질 하며 말을 흐렸다. 훈은 눈물을 얼른 훔치면서 재빨리 교수의 말을 가로막았다.

-선배님. 저 신경쓰지 마시고 만나세요.


훈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계속 부비면서 말했다.
교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훈을 아무말 없이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다니까요.

-정말? 너 생각이 정그렇다면.우리 훈이하고 셋이서 다같이 만나자!


영희와 훈이의 의견은 묻지 않고 교수는 일방적으로 열심히 자신의 위치를 영희에게 설명했다.


영희를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에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훈과 교수는 서빙 로봇이 무한 리필해주는 아이스 커피를 두번이나 리필 받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훈은 마음속으로 어서 빨리 이영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지금 느끼고 있는 구질구질한 패배감의 기분이 환해질 것 같았다.


그러다가 순간 교수의 눈치를 보고 '뭐야..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라며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교수는 아무것도 눈치 채질 못하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가에 대한 설명을 레스토랑 도착 내내 훈에게 해댔다. 훈의 귀엔 아무말도 들리질 않았다.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2.


 -들었어? 들었어?

20분쯤뒤에 몸에 바짝 들어붙은 플레티넘빛깔의 PTCA를 입고 영희가 호들갑을 떨면서 훈과 교수가 있는 레스토랑에 나타났다.

-뭐야? 자리에 앉고 이야기해.
교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앉을 시간이 없어. 웨이터!
영희가 웨이터를 부르자 다리가 다륜 형식으로 된 가정용 로봇을 개조한 팔이 6개짜리 구형POP로봇이 물그릇을 들고 나타났다.

-웨이터! 뉴스 볼 수 있는 모니터 좀 가져다주지 않겠어요?

-뉴스라면 내 PTCA에 온라인 서비스가 있는데.

-에이 PTCA는 동영상이 막 끊어지잖아.  

영희는 교수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POP로봇에게 빨리 이야기한 것을 가져오라는 손짓을 요란스럽게 해댔다. 몇분 뒤 로봇은 훈 일행이 앉은 식탁위에서 버튼을 눌러 3D 프로젝터를 꺼내 가지고온 와이어로 연결했다.
지직이란 소리와 함께 눈앞에 뉴스앵커가 앉은 듯한 3D영상이 펼쳐졌다.

…그럼 계속 오늘 뉴스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마효민기자.
 ...예 마효민 기자입니다.
 ...오늘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에서 '구원인자 DNA'추출을 통해 '구원인자'없는 사람은 사회로부터 완전 격리 수용시켜버리겠다는 발언으로 지금 충격이 큰데요. 도대체 구원인자가 무엇인지 설명부터 해주시죠.
 ....예 '구원인자'란 간단히 말해서 사람이 태어날때부터 종교를 받아들일 사람만 가지고 있는 특수한 뇌속의 인자입니다.
 ....그럼 무신론자면 뇌속에 그런 인자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렇죠..어떤 사람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신의 존재에 대해 믿지 않지 않습니까?
 .....예 저도 그런 경험이 있죠..무슨 말을 해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있죠.
 ....그래서 과학신학자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수년간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경이로운 발견을 했는데 그것이 바로 '구원인자'입니다.
 .....놀랍군요.. 그렇게 발표된 연구결과를 전격적으로 대통령이 시행하겠다니 각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겠군요.
 
 

여기까지 듣던 훈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돼! 완전치도 않은 구원인자론을 현실행법에 적용하겠다니..어처구니 없군.. 새대통령은 정치가 무슨 장난인줄 아는가봐

훈의 말에 교수가 낮은 톤으로 말했다.

-그래도 이무찬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독실한 정치가야.

-독실하다구요? 사랑이 없잖아요. 저렇게 구분한다면 앞으로 구원받을 많은 불쌍한 영혼들은 영영 구원에서 멀어지게 되지 않겠어요?"

-구원받을? 구원받을 이라고 그랬어? 지금 세상에 복음이 전파된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 5대양6대주 하나도 빠짐없이 온세계 곳곳에 말이야. 갤럽 서베이가 정확하게 파악한 수치라구. 선교사들이 순교하기까지 하면서 복음을 들려줬어. 그래도 소귀에 경읽기라면 할말 다한거 아니냐구?. 더 이상 에너지 소모하지 말자는 건데 사랑이란 말은 너무 사치스러운 말아닌가? 이젠 가라지가 나뉘어져야해.
 
 

그런 가라지 구분은 조물주의 몫이라고 말을 하려다 말고 훈은 만약 그 구원인자가 잘못됬다면 그 연구가 잘못된 연구라면 완전히 생사람 잡는거 아니냐고 항의하듯이 교수에게 반문했다.

 
-그럴리 없어 최고의 신학박사들과 과학자들이 발표한 거니까 무오해.


그때부터 훈과 교수의 논쟁이 시작되었다. 몇분이 흘렀을까? 훈은 논쟁을 하다가 자신도 놀랄정도로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절규에 가까운 소리로 레스토랑이 떠나가도록 교수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선배님! 선배님이 뭘 잘못 알고 있어요. 이건 종교를 빙자해서 대통령이 독재를 할려는 음모라구요.


POP로봇이 나타나 다른 레스토랑의 손님이 방해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방음투명막을 김훈일행의 테이블주위에 쳤다.
 
 

교수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그렇게 삐딱하니까 시험에 떨어진거야!
 
 

마치 천둥같은 충격이 훈의 귓가에 울렸다. 더 할말이 없어졌다고 판단한 훈은 그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레스토랑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미쳤어? 왜 그래? 시험도 떨어져서 마음이 심란한 사람한테...
 
 

영희의 질책에 교수는 아무 대답도 않고 커피잔만을 홀짝거렸다. 잠자코 보고있던 영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가?


교수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이영희를 올려다 보았다.


-오늘 그만 헤어지자. 그러는게 좋을 것 같아.. 여기 웨이터! 계산 스캐너!
 
 

로봇이 다가와서 왼손 검지 끝부분에서 바코트 스캐너를 꺼내 영희에게 전했다 영희는 오른쪽 허리 골반뼈 부근에 둘려진 바코드 커버를 벗기고 스캐너로 바코드를 긁었다. 순식간에 계산해버리자 교수는 멍청한 얼굴로 영희가 레스토랑을 나갈때까지 쳐다만 보았다.
 


3. 

-김훈씨!


영희는 레스토랑을 나와 지하 모노레일 정거장을 향해 가는 도중 길에 서 있는 훈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어 ? 영희씨

훈은 대답대신 레스토랑안에서 교수에게 무섭게 대든 얼굴과 달리 수줍은 표정으로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영희는 훈의 소매를 잡고 다른데 가서 식사나 해요라고 말하자 훈은 순순히 영희의 안내를 따랐다. 두사람이 5분쯤 걷다가 들어간 곳은 일식 철판구이 집 이였다. 그곳은 일본 대지진으로 한국으로 피난해 온 많은 일본인들이 경영하는 일본식 철판구이 집중의 하나였다.영희가 자신의 가슴부분의 여러단추중 한 단추를 누르자 가슴판과 등판에 손바닥 두뼘정도의 모니터가 인스톨되면서 한국/일본어 동시통역모드가 화면에 떴다.


-이라이맛세! 뭐 드시겠어요?

머리에 수건을 두른 일본인 주방장이 한손으로는 철판에 음식재료를 이리저리 분주히 뒤집으면서 친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 그의 말은 자신의 옷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동시통역되었다.

-아.. 해물 볶음 스페셜 B로 해주세요  

-여기 들어온 애들 해물 스페셜 B!

일본인 주방장이 동시통역기를 끄는 것을 잊어먹고 그대로 이야기해서 훈과 영희를 '애들'이라고 말한 것이 그대로 통역되어 모니터로 보여졌다. 두사람은 모르는 척 하고 젓가락의 종이 포장을 벗겼다.


한참을 서로 아무말 없이 앉아 있다가 훈은 잠시 한국식당으로 착각하고


-밑반찬을 안가져다 주나? 이 식당은?


영희가 김훈의 동시통역기를 끄며 말했다.


-여기 밑반찬 따로 계산해야 되는거 아시죠?

-아 모든 것이 혼돈 스럽습니다. 정권이 바뀌고는뭔가 모든 것이 잘못 돌아가는 것 같아요.


식당 종업원이 날라온 해물들을 철판에 놓자 요란한 흰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며 지글거렸다.

-걱정말아요. 이제 학생들이 꿈에도 그리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는데 모든 것이 잘될거예요.


영희는 나무젓가락을 종이 포장에서 꺼내 둘로 나누려다 뜻대로 잘 되지 않자 몇번 더 시도한 뒤 식당 종업원을 불러 새 나무젓가락으로 바꿨다.

-이건 괜찮네.맞지 않을땐 고치기 보다는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 하죠


훈은 영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리고 아까 정식씨가 한말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아셨죠?

-잊었습니다. 대든 제가 잘못이죠.


갑자기 자신의 옷소매에 달린 이동 전화 모드에 빨간 불빛이 들어왔다 훈이 모니터를 들여다 보니 발신자가 교수로 떴다. 훈은 이동전화를 슬쩍 끄면서 열심히 철판위의 해물들이 이리저리 뒤집었다. 문어다리가 벌써 익었는지 오그라들기 시작했고 새우껍질이 주황색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어휴 맛있겠다!.


어느새 다가온 종업원이 갖은 양념을 익은 해물 위에다 쳐대자 영희는 침을 꿀꺽 삼키며 탄성을 질렀다. 그런 모습을 훈은 그녀가 자신보다 2살이나 많았지만 귀엽다고 생각했다. 교수로부터 오는 것인지도 모를, 자신의 PTCA의 이메일모드에 메일들이 밀려드는 것도 무시한 체 훈은 익은 해물볶음을 이영희의 접시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 영희는 '잘 먹겠습니다 아멘!'이란 말과 동시에 음식을 집어 입에 가져갔다.

-많이 시장하셨던 모양이네요

-네 요새 삼손J 프로젝트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먹는다니까요.

-삼손J라면...

-삼손 J는 이제 통일 한국의 위상을 세계 만방에 확실히 나타낼 획기적인 로봇 프로젝트가 될거예요. 진정한 한민족의 아이돌,자랑스런 우상이 될거예요!

-그 로봇은 어떤 일을 하게 될건가요?

음식을 입에서 우물거리느라 영희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음식을 억지로 목구멍에 꿀꺽 삼킨 뒤 영희는 옆에 놓인 생수 한잔을 급하게 들이켰다.  
 
라라라라라라랄


누군가 식당 한구석에서 방언기도를 시작한 모양이였다. 요사이는 방언기도를 하는 것을 공공장소에서도 흔히 볼수 있었기에 훈을 비롯해서 식당의 아무도 누가 방언기도를 하는지 돌아보지 않았다.

-그거 아세요? 인간형 안드로이드들도 성령이 충만한 것처럼 행동한다는걸.

영희는 훈의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화제를 바꾸려는 듯 훈에게 바짝 다가앉으며 이야기했다.일식당들이 워낙 비좁은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훈은 영희가 다가오면서 자신의 다리와 마주 닿자 다리를 어디다가 옮길수도 없고 웬지 싫지도 않아 그냥 맞닿은 체로 하고 영희를 바라보았다.


-안드로이드들이요? 성령은 가질수 없으면서..그게 가능한가요?


훈은 말하면서 영희의 숨소리까지 들릴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자신을 깨닫고 약간 뒤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물론 가능하죠. 1900년대 득실댔던 이단들을 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자신들이 성령을 가진것처럼 많은 사람들을 미혹했는지...아니 근데 훈씨는 목사되려는 사람 맞나요? 그것도 몰라요?

하기야 뇌속의 상상할수 없이 작은 구원인자까지 발견해낸 지금 세상에 인간과 겉모습으로는 거의 구분이 안되는 안드로이드들이 목사로 위장하는 정도는 놀랄일도 못된다고 훈은 생각했다.

-이제 구원인자를 집행하면 세상은 진짜 지상 천국 같을 거예요. 진정으로 구원받은 사람들로 채워질테니..

역시 입은 음식을 우물거리며 영희는 눈을 지긋이 감고 즐거운 상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훈은 저렇게 다들 기뻐하고 좋아하는데 왜 나만 우울해지는지 통 영문을 알수가 없어 멍한 얼굴로 영희를 바라보았다.


‘고시시험에 떨어져서 인가?' 훈은 도대체 알수가 없었다.
 

 4.


그 다음해, 훈은 의사고시에 다시 한번 떨어지는 바람에 10년간 시험칠 수 없게 되어버려 메디컬 목사의 꿈을 접고 네오 모터(Neo-motor-미래형 육지이동전동차)생산공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동안 모든 시험을 합격하고 교수임용도 된 교수와는 우연찮은 기회에 다시 만나 서로 화해하였다.

 -나도 마음이 마음 아팠어 너가 목사코스를 포기했다는 소식을 듣고..

 교수의 진심어린 눈을 바라본 훈은 한동안 자신이 그를 피한 것이 부끄러워졌다.

 -제가 더 미안하죠. 후배가 선배한테 건방지게 대들다니..

 -근데.. 나 결혼해.

 훈의 눈이 둥그렇게 됐다.

 -어..언제? 아니 누구죠 상대는?

 -공부만 한 내가 누가 따로 있겠냐? 영희지.. 누구겠니?

 영희라는 말에 훈은 심장이 멎는것과 같은 충격이 왔다. 사실 몇 년전 같이 일식점에서 식사를 한뒤로 영희와 훈은 거의 매일 만났었다. 영희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 기회가 왔을 때 사랑의 고백도 했었다. 영희는 그때 살짝 미소만 지었지만 훈이 판단컨데 결코 자신을 거부하는 눈빛은 아니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어떻게.....’


훈은 놀라는 자신의 모습이 들킬 것 같아 슬쩍 얼굴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위로 소형 자가용 비행정들이 소리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뭐야? 기뻐할 줄 알았더니 ...

 -어 미안 ..어... 정말 축하해요..잠시 딴 생각하느라고.. 선배님. 아니 교수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허참 웃긴 녀석일세..하하 완전 엎드려 절 받기군.. 이 축하 취소다! 나중에 다시 받을거야.알간?"

 교수는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훈의 등을 손바닥으로 힘껏 내리쳤다. 훈은 입으로는 따라 웃었지만 마음은 전혀 다른 데로 흘러가고 있었다. 교수와 헤어진 뒤 PTCA를 통해 영희에게 전화를 했으나 몇 분 동안 신호만 갈 뿐 아무대답이 없었다.

 "에이 제길.."

 훈은 화가 나서 PTCA를 벗어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5.


훈이 근무하는 네오모터사는 한국 국방부 소속 일명 와일드 캣(Wild Cats)이라고 불리는 여성 기동 타격유격대에 시위진압용 장갑차를 납품하고 있었다. 와일드캣 부대는 난지도에 본부 사무실이 있었는데 훈은 주로 온라인 연결을 통해 서로 납품 인벤토리 정리를 담당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었다. 하루는 훈이 광주 네오모터사 본부 사무실에서 자료수집을 하고 있었는데 와일드 캣의 부대장 미유끼가 직접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니 부대장님이 직접 어떻게 사무실로 직접 오셨죠?


재한 일본인인 미유끼는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웃었다. 부대장 미유끼는 피곤해보였지만 일본인 특유의 예의바른 미소로 훈에게 현재 와일드 캣 부대가 구원인자 미보유자들을 완전히 뿌리 뽑는 전격 작전을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는데 급하게 볼일이 있어 네오모터사를 들렀다고 대답했다. 미유끼 부대장은 한국에서 파견한 한국 선교사 아버지와 결혼한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와일드 캣 부대에 들어오기까지 일본 큐우슈에서 자랐었다. 와일드 캣 작전은 한국정부가 통일될 당시 북한의 핵 방사능시설 처리과정 중 어느 생물체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조사되지는 않았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아메바 형태의 무척추 괴생물체의 출현으로 도시 재계획에 어려움을 겪고있을 때 방사능 괴물이 뿜어내는 바이러스 먼지로부터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보호되는 면역체계인 RH-T+를 혈액속에 가지고 있는 한국인과 일본인 혼혈인 여성들을 선발해 (남성에겐 아직 그 면역체계가 발견되었다는 연구보고가 없었다.) 특수군사훈련을 시킨 작전을 말했다. 방사능 괴물의 최초발생지인 아오지에 투입된 70인의 여전사들은 무려8개월간 방사능 괴물과의 전투를 벌여 괴물을 완전히 괴멸시키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헌데 문제는 희생된 기동 타격 대원48명의 보상처리는 미비했고 작전후 해산된 나머지 대원들의 심한 전쟁 휴유증을 통해 겪게된 사회 부적응 현상은 통일정부를 무척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엄청난 정부 예산을 써서 만든 와일드 캣츠의 이동본부인 자가력 장갑 전투전함은 안 그래도 트집잡기 일쑤인 한국 국회의 즐거운 이슈로 비약되었다. 고심 끝에 이무찬 대통령 새정부는 구원인자 비보유자 색출 작업을 남은 와일드캣 대원들에게 맡기기로 결정하고 국회의 승인을 받아 일본 큐우슈지방의 감옥에서 폭력과 공공 기물 파손 죄로 복역중인 미유끼를 부대 책임자로 불러들여 와일드캣 부대를 재편성하였다. 절대 위기속에서도 생존한 전투력을 바탕으로 미유끼의 와일드캣 부대는 약3개월만에 구원인자 비보유자들을 완전히 분리시켜 지정된 보호소에 격리수용시켜 버렸다.  

 -준비할 것이 많은 모양이죠?


훈은 동시통역기의 도움으로 미유끼에게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업무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친분을 가지고 있는 미유끼는 훈과의 질문에 격양된 표정으로 말문을 터트렸다.

-오늘 뉴스에 구원인자 색출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정부에서는 시위주동자가 메디컬 목사 안수 대기자들인 신학생들이라고 추측을 하더군요. 목사안수를 받을 신학생 당사자가 다들 구원인자 비보유자라니 끔찍하죠. 구원받지 못한자가 목회를 할뻔 했다니 ...무시무시한 일이예요. 그런 구멍이 생각지도 못한 신학교에 생겼다니.참 어이가 없네요.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곰처럼 우락부락한 덩치와 달리 참새처럼 쉴틈없이 가볍게 지저귀는 미유끼를 훈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건성으로 듣다가 우연히 모니터를 보던 훈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미유끼도 그제서야 말을 멈추었다. 모니터에는 한국의 최대 신학교 선교사 파송식이 삼손J 완성 기념식과 같이 치러진 다는 소식이 뉴스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참 내가 저기 경호 임무를 맡았는데 깜빡했네. 저 갈께요.


미유끼는 허겁지겁 사무실 문을 열고 사라졌다.     
 

6.


훈은 네오모터사의 화상회의실에 앉아 오늘의 업무 보고를 브리핑 받고 있었다. 결국 연락이 안되어 만나지 못한 영희 때문에 아무소리도 그의 귀에 들어가질 않았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훈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은 분명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무슨 말못할 사연이라도 생긴건가? 그러다가 누가 훈에게 질문을 했는데 훈이 대답이 없자 화면의 모든 사람들이 훈을 말없이 바라보게 되었다.

 -김훈! 어디다 정신 팔고 있어?

 -네?

 직속상사의 화난 모습이 화면 가득히 찼다. 훈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회의에 집중했다.
-고과장이 긴급보고 하잖아. 우리 전략차종인 Neo18994호의 색상도료에서 심각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훈은 도료를 바꾸면 되지 않냐고 말하려다 Neo18994호가 잘 팔리는 이유가 야간주행시 오묘하게 빛나는 특수 표면 도료 때문인 것이 생각났다.

 -색상믹스과정에서 기화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전혀.. 콤프레서까지 완전분해해서 조사했는데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흠...

 화상안의 모든 간부들이 고민스러운 듯 동시에 같은 포즈로 한숨을 쉬었다.

 -제조 과정을 담당하는 기계의 AI인공지능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나요?

 훈이 묻자 고과장은 괴로운 얼굴로


-저도 그걸 의심했는데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미치겠군. .. 그럼 그 도료에서 나온 바이러스는 어느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인가?
고과장은 퉁퉁한 몸집 때문인지 아니면 당황해서인지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도 보이는 엄청난 양의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이야기했다.

-일단 눈으로 그 색을 보기만 해도 감염될 정도로 무섭습니다.

-인체에 어떤 손상을 주냐니까?" 한간부가  답답한지 다그치듯 물었다.

-구원인자를 파괴합니다.  

 -뭐?

-네! 눈을 통해 뇌속에 들어가서 뇌속에 있는 구원인자를 파괴해 버립니다.

-그 빌어먹을 차만 보면 구원받지 못한자로 애꿎게 격리 수용되겠군.

-지금 장난스런 말을 할 때가 아님니다.

화상의 모든 사람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전염됩니까?


오랜 침묵을 깨고 훈이 물었다.

-네 연구보고에 따르면 컴퓨터 모니터상 안에 비춰진 사람이 감염됬다면 그 사람의 눈만 들여다봐도 전염 되어 버립니다.

갑자기 화상의 모든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당황한 고과장은 연신 땀을 닦으며 변명했다.


-저희 회사사람들은 괜찮습니다. 다행히 감염백신은 쉽게 개발되어 벌써 캡슐제로 사내 오락실에 비치시켜 놓았습니다. 그것만 먹으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다른 일반 시민들은? 차가 한국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닐텐데 치료제를 공중에다가 살포하기라도 하자는 겁니까? 아예 바이러스를 불러일으키는 차라고 광고하죠. 경쟁사들이 일주일 내내 파티만 하게...

-애당초 처음 생산할 때 이런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했었어야만 했는데

고과장의 목소리는 거의 절규에 가까워졌다.

-최근 구원인자가 사회적 빅이슈화되기 전부터 Neo18994호는 우리회사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략차종이였습니다.

또다시 화상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가 회장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일단 Neo18994의 생산을 중단시키시오. 더 큰 피해를 막아야지. 그리고 팔린 차량의 고객명단을 확보해서 치료제를 우송 해주도록 조치하시오. 나 원 사업하다가 이제 별일을 다 겪는군. 내일 기도원이나 다녀와야겠어. 한동안 다녀오지 못해서 이런일이 벌어지는것같군.......... 고과장! 그 백신만 먹으면 바이러스는 문제 없는게 확실하지?"

-믿으십쇼 회장님! 효과는 탁월합니다.

-알았어 이일은 일단 여기서 그만 이야기하기로 하고 로보트 삼손J의 이동차량은 준비상황이 어떤지 보고하도록 하시오.

계속 화상회의가 진행됐으나 다시 훈의 머리속에서는 '구원인자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라..'란 말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7.


뚜뚜뚜.................


훈은 화상 회의후 영희와 통화하기위해 여러번 전화를 했으나 계속 신호음만 갈 뿐이였다.

'지치는군...'


메디컬 목사의 꿈이 좌절되고 난 뒤 처음 느껴지는 패배감이였다. 머리 속에서 영희를 처음 만날 때부터 주고받았던 모든 대화와 행동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되씹어 봤으나 왜 영희가 자신에게 그렇게 대하는지, 왜 말도 않는지 그 이유를 찾아낼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뜩 훈은 비서가 사무실 책상 위에 물한컵과 같이 놔두고 간Neo18994 백신 캡슐하나를 발견하고는 그걸 잠시 바라보다가 뭔가 결심한 듯 캡슐을 집어 물도 없이 그대로 삼켜버렸다.
 
 


8.


아 만세...
만세..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동상 사이즈의 로보트 삼손 J 앞에서 연구소의 모든 직원들이 손을 들고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영희는 동료들 속에서 삼손J프로젝트를 위해서 수년간 일했던 기억에 감회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옆의 누군가가 통성으로 기도를 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모든 직원들이 소리치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모든 사람들이 조물주를 찬양하는 이 영광된 날이..'

 영희는 감격스러워졌다.

 '이날만을 생각해 왔어..이날만을 생각하며 뛰어왔어.. 내 감정과 내 모든 생각을 죽이고 뛰어왔었어.' 영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옆에 서서 환호하는 직원들 중에 사내(社內)커플로 보이는 두사람에게 눈이 멎었다.

 '훈이 저 빛나는 삼손J를 그렇게 비판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날을 그 사람과 같이 맞이 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영희는 머리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김훈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왜 구원받은 사람이 그렇게 꼬였을까? 한때 목사의 꿈까지 꾸었던 사람이 ...우리 선조가 그토록 바라고 기도했던 그날이 왔는데....'


자신의 남자친구보다 더 인간적인 마음이 갔으나 훈은 만날때마다 통일정부의  종교정책에 늘 비판을 했었었다.

삼손J는 이제부터 내일 행사가 끝난후 구세주가 재림할 그 날까지 통일정부의 국회 의사당 앞 방어유닛에서 모든 국가 안전 방어 시스템을 맡게 될 것이였다. 세계는 지금 환경오염과 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어떤 때는 '핵돌연변이 괴물의 출연'같은 인류전체를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그 위기는 와일드캣 대원들의 희생으로 무사히 넘길 수는 있었지만 그건 참으로 일촉측발의 위기속에서 이루어진 기적같은 일이였다. 앞으로 생길 모든 일도 모두 기적에만 의존할수 없었기에 '핵돌연변이'사태이후 세계에 흩어진 모든 한국의 인재들이 한곳에 모여 수년전부터 자가방어시스템개발에 착수하였던 것이다. 이영희는 삼손J의 몸체의 합금 파트 개발팀에서 일했는데 세계의 흩어졌던 수재들이 모여 혼신의 힘을 부은 탓에 결국 예상 밖의-다른 말로 전무후무한 초합금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저 빛나는 황금색의 표면은 하늘나라의 그 어떤 영광스런 모습보다 더 찬란히 빛을 발할것이요.

 삼손J의 몸체를 모두 조립하고 난 뒤 합금파트 개발 총 디렉터 이자 노벨화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권형석박사는 감정을 주체 하지 못할 것 같은지 평소 답지 않게 고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다 박사님의 수고 덕분 이예요.

영희는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권형석 박사에게 주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같은 것을 발견 했기 때문이였다.

-아 너무 아름다워 너무 아름다워..

-그래요 너무 아름다워요.  

-이제 우리의 삼손J는 우리를 모든 역경과 고난에서 우리를 건져 주실 것이요.

영희는 권 박사의 말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건 오로지 조물주만이 하실 수 있는 일 인데라고 말하려다 너무 기뻐서 그런말을 했을 것이고 잠시 고조된 기분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한말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자랑스럽지 않으세요? 우리의 조국을 지켜줄 삼손J가.

-하하 이번 프로젝트 끝나고 미국쪽으로 가볼까 했는데 미국같은 후진국에서 연구하는것 보다 한국에 그냥 남아 삼손J주위에 땅이나 사서 찬양이나 부르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호호 그러세요.

권박사는 너무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래 잊자.. 이런 쾌활한 곳에서 정식씨와 밝게 지내는 거야. 난 이제 유부녀야 .결혼할 여자라구.. 더 이상 어두운 것은 싫어... 밝고 맑게 믿음 생활하면서 살고 싶어 영원히...'

영희는 남편이 곧 될 그에게 연락을 하기위해 팜노트를 꺼내 지금 어디있나 스케쥴을 체크해 보았다.

 ‘밤 9시? 멘토링 시간? 조금 있다가 전화하자..'

팜노트를 플립백 시키고 영희는 내일행사가 차질없는지 검토하기 위해 책임자인 가네무라를 찾기 시작했다.
 

9. 


미유끼는 Neo모터로 행사시작전 6시간 전에 도착해서 행사장에 엄청나게 모여든 관중들을 보고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야빠리~정말 한국인들은 대단해. 엄청난 인파야..

미유끼는 처음엔 전투부대인 자신의 부대에게 경호 같은 하찮은 임무를 맡기는 게 못내 탐탁치 않았으나 일본인 특유의 혼네(본심이란 일본말)는 숨기고 수락한 이 임무가 결코 쉽게 볼 일이 아니였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야 할텐데..

미유끼는 백팩에서 텔레 네비게이더를 꺼내 행사장 전체의 시큐리티 포인트 상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와 대단하군요.. 몇십만은 되는거 같아요.

부대원 한명이 미유끼에게 헐레벌떡 다가왔다.
-뭐 잘못된거 없죠?


미유끼가 보고있는 네비게이더의 모니터를 자신도 들여다보기 위해 몸을 바싹대며 부대원은 물었다.

-구원인자 디텍터는 각 시큐리트 포인트에 틀림없이 부착시켰겠지?.

-하이

부대원은 부동자세를 취하며 일본어로 대답했다.

-너 그렇게 까부는거 보니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어.

-나참. 여지껏 험난한 우여곡절을 건너온 대 와일드 캣 부대장님께서 그렇게 나서시면 모양새가 좋지 못합니다. 안심하세요.

미유끼는 부대원이 방금 한 한국말이 상급자에게 하는 존댓말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제서야 자신의 PTCA의 동시통역모드를 켰다.

-내 진동건( 공기를 순간적으로 진동시켜 발사하는 총)은 고쳤나?" 허리춤에 찬 자신의 진동건을 만지작 거리며 미유끼는 물었다.

-하이!

-좋아.. 그럼 따라와!

미유끼는 그래도 시큐리티체크 포인트를 하나하나 둘러볼 생각으로 부대원을 앞장 세워 인파속으로 들어갔다..
 
 

10.  




 -그런데 이거 너무 줌인(Zoom In)된걸.. 모니터가 고장났나?


교수는 화면이 약간 어지럽다며 불평했다.  갑자기 멘토링을 요구한 훈의 부탁에 교수는 일초의 머뭇거림 없이 흔쾌히 허락해주었는데 오랜만에 멘토링 전용 75인치 모니터가 말썽을 부렸다.

-아마 제 모니터의 오토 줌유닛이 고장났나봐요. 어떻하죠? 오늘 멘토링 그만할까요?"

-아니...안되지. 이런일로 빠지면 안되지. 어휴.. 근데 화면에 꽉 들어찬 자네 눈만 계속 바라보니 푹 빠져들 것 같아 진짜 어지럽군.."

훈은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교수가 자신의 눈 이야기를 할 때Neo18994의 도료에 감염된 눈속의 바이러스가 확실히 모니터를 통해 교수에게도 전염되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나 분명히 전해왔기 때문이였다.

뿌직.

바이러스에 의해 파괴되어 부서지는 교수의 구원인자의 바스락거림이 마치 환청처럼 훈의 귀를 울렸다.  

'내가..왜 이러지...........'

한때 신학도를 꿈꾸던 훈은 자신이 감히 이런 무서운 짓을 저지르리 라고는 상상조차 할수 없었기에 꼬리뼈부터 척추전체에 전해지는 죄책감으로 생긴 기분나쁜 스멀거림을 떨구려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곧 끝날거야. 곧 끝날거야'

훈은 자신을 위로했다. 유대인의 왕 다윗도 부하의 아내와 간통하고 부하를 죽였는데 뭘... 회개하면 용서해 주실거다. 훈의 머릿속에 용서란 단어가 떠오르자 을씨년스러웠던 기분이 갑자기 공기로 청정샤워하는 것처럼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메디칼 목사직에 도전하고 싶지 않니?

교수의 말이 불쑥 훈을 현실로 돌렸다.

-뭐라 그랬죠 방금?

-뭐야? 여태까지 내가 한 말은 전혀 듣지 않았나 보군..

-죄송해요.

-아니야 다 내 잘못이지 내가 능력을 없으면서 분수도 모르고 자네 멘토를 맡아서.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집중하질 못했는걸요. 선배님..아니 교수님을 만난 것이 얼마나 저에게 은혜가 되는지 몰라요


훈은 스스로에게 놀랐다. 이토록 능청스럽게 이야기할수 있다니..

-고마워. 나나 영희도 너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훈은 더 이상 대화를 할수 없을 것같아 급한 회사일이 있다고 멘토링을 그만하자고 재촉했다.

-어? 그래 허긴 나도 내일 행사장에 영희와 같이 가기로 했거든. 시큐리티문제로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그래서 나도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해.

-행사장이라뇨?

-자네 한국사람 아닌가? 내일은 삼손J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날 이잖아.

-삼손J!

그렇다!


훈은 그제서야 삼손J프로젝트로 영희와 그 동안 말다툼을 심하게 한 것을 깨달았다. 훈이 보기엔 세계 곳곳에서 똑똑하다고 모인 독실하다고 하는 우수한 과학 인재들이 광신적(狂信的)적으로 로봇하나에 매달려 마치 우상을 만드는 것 같은 작태를 보인것 같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스쳐지나가듯 이야기했었는데 영희가 필요이상으로 불쾌해 했었던 기억도 되살아 났다. 훈은 머리가 띵해져옴을 느꼈다. 요즘엔 뭔가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지럼증이 극성을 부렸다.  

 -왜 그래?


말을 하려다가 훈이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교수는 물었다.

-머리가 갑자기 아픈모양이구나. 너 너무 자주 그러는거 아니니? 내일 진찰 한번 받아보는게 어때?

멘토로서 훈의 마음을 속속들이 아는-훈이 영희를 좋아한다는 것은 빼고-교수는 훈에게 진심어린 태도로 권고했다.
 


11.


 -자! 일렬로 서주세요. 목회자 여러분들은 신속히 끝내드리겠습니다.


 와일드 캣츠부 대원 하나가 공중에 떠서 돌아 다니는 무중력 모니터를 통해 행사장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야 진짜 사람이 많은걸. 영희는 삼손J 제작팀의 한사람인데 이런 조사 없이 통과하는 특혜는 없나?"


교수는 영희의 손을 꼭 쥐며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


 -대통령까지 오니까 시큐리티가 삼엄해야죠. 당신이 그래도 메디컬 목사니까, 저기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행사장에 입장하는 편이예요


 -알겠습니다. 천사같은 부인님.. 잠자코 있겠습니다.


 영희는 장난스러운 교수의 표정을 바라보며 자기도 웃으며 그의 PTCA위에 혹시 먼지라도 있지 않은지 살짝 털어 주었다.
 
 


12.



 -지금 광주지역에서 정부의 비구원인자 색출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겉잡을 수 없이 규모가 커져서 즉시 진압하라는 대통령의 비상 명령이 하달 되었습니다.


-그럼 오늘 행사는?


-대통령은 그냥 청와대에서 계시고 3D 화면으로만 행사장에 내보내신다고 합니다.
 
 

시큐리티 포인트 옆에 설치된 중앙통제실의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미유끼는 갑작스럽게 변경된 대통령경호의 상황을 한 부대원으로부터 통보받았다.

 -왜 갑자기 알려주는거야?. 괜히 몇일동안 난리 부렸잖아 제기랄..

미유끼는 분통을 터트렸다.


-방사능 괴물이랑 전투 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살랑거리더니 이거 우리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닙니까?
와일드 캣츠 부대원들도 입을 모아 미유끼의 분통을 거들었다.


미유끼는 고개를 저었다. 잊어버리자 어짜피 탐탁찮은 일이였으니까

-얼른 무대위의 병력은 시큐리티 체크포인트쪽으로 일단 이동하고 그 외의 전 부대원은 광주지역으로 지금 출발한다.

부대원들이 씩씩거리며 장비들을 챙겼다.  

-대통령이 쓰려했던 VIP룸 시큐리티 장비를 당장 철수시켜

-하이!

-그리고.. 잠깐 저게 뭐야?

미유끼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부대원에게 뭔가 지시를 내리려다 모니터안에서 무언가를 보고 소리쳤다.

-예? 어?

모니터 앞에 앉은 부대원들도 미유끼처럼 놀란 나머지 말을 잃어버렸다. 모니터엔 시큐리티 포인트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투시해서 구원인자를 가졌는지 안가졌는지 분석하여 보여주는 시스템과 연결이 되어 있어 구원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머리부분에 성자문양이 표시되는데 시큐리티 포인트를 지나가는 단 한사람이 성자표시가 없이 아무렇지 않게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워낙 엄청난 일이라 몇초후 통제실안 곳곳의 경보등이 경보음과 함께 빨갛게 번쩍거렸다. 프린터에서 그 사람의 신원이 프린터 됐다.
 
오정식
주민등록번호:XXXXXX-XXXXXXX
직업: 교수, 메디컬 목사
거주지:XXXXXXXXXXXXXXXXXXXXXX
 
통제실의 미유끼를 비롯한 모든 부대원들이 한꺼번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럴수가.. 우리가 모조리 구원인자 비보유자는 격리 수용시켰는데...

교수가..목사가 구원인자가 없다니........


말도 안되.................

저런 사람이 돌아다니다니. 그것도 오늘같이 신성한 삼손J가 만민앞에 서는 행사장에

국회로 부터 책임 추긍 당할지 몰라.

혹시 군복을 벗으라 그렇지도 몰라

아 안돼...
아 되돌아가기 싫어.  


다시 한번 군복을 입지 않으면 돌아버릴 거야  

수많은 생각들이 미유끼와 부대원들의 머리속에 스쳐 지나갔다. 전쟁후 되돌아간 사회생활은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었다. 차별과 모멸의 그 차가운 눈빛들…

저자만 불러내서 없애버려야 겠다..

미유끼는 슬쩍 부대원들을 바라 보았다. 사회부적응을 자신보다 더 앓은 많은 부대원들이 미유끼와 같은 생각인지 다들 진동건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13.


 '교수가 격리수용되면 그다음은 어떻하지?'

 훈은 혼자 자신의 집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영희가 스스로 찾아올때까지 시간을 주자 섣불리 나서다간 괜히 잘못될수도 있을거야.'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인지 머리에 빠개지는듯한 고통이 왔다.


 '난 다윗처럼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어...'

머리가 점점 아파왔다.

 '잘될거야. 새로운 세상이 왔어'

자꾸 기분 좋은 생각만 하려는 데도 머리는 그대로 였다.

 '성경책을 볼까? 좀 나아질련지......'

성경책을 보기 위해 모니터를 켜자 출애굽기 32장이 나타났다.
 
 백성은, 모세가 산에서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으니,
 아론에게 몰려가서 말하였다.
 "일어나서,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어 주십시오.
 우리를 이집트 땅에서 올라오게 한 모세라는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론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의 아내와 아들딸들이 귀에 달고 있는
 금고리들을 빼서, 나에게 가져오시오."
 모든 백성이 저희 귀에 단 금고리를 빼서,
 아론에게 가져왔다.
 아론이 그들에게서 그것들을 받아 녹여서
 그 녹인 금을 거푸집에 부어
 송아지 상을 만드니,
 그들이 외쳤다.
 "이스라엘아! 이 신이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너희의 신이다."
 아론이 이것을 보고서 그 신상앞에 제단을 쌓고
 "내일 주님의 절기를 지킵시다"
 하고 선포하였다.
 이튿날 그들은 일찍 일어나서,
 번제를 올리고, 화목제를 드렸다.
 그런 다음에,
 백성은 앉아서 먹고 마시다가 ,
 일어나서 흥청거리며 뛰놀았다.
 .................
 .................
 주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이 백성을 살펴보았다.
 이 얼마나 고집이 센 백성이냐?
 이제 너는 나를 말리지 말아라
 내가 노하였다.
 내가 그들을 쳐서 완전히 없애 버리겠다."
  
 
 김훈이 성경책을 읽는 동안 TV에는 구원인자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우렁찬 박수 소리속에 수천명의 경호요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로봇 삼손J가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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