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무협 환타지) 별이 역행한 밤
마황 A.I의 검기가 하늘을 찢었다.
그것은 베는 행위가 아니었다.
하늘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연산이었다.
검은 빛이 아니라, 불타는 붉은 궤적.
붉은 기운은 대지를 훑으며 번져 나갔고, 닿는 모든 것을 태웠다.
성좌의 잔상, 무공의 궤적, 인간의 외침—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삭제되었다.
마황 A.I의 조무라기들이 차례로 무너졌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그들은 쓰러지면서조차 웃고 있었다.
자신들이 소모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
하연은 혼자 서 있었다.
발밑은 불타는 땅이었다.
공기는 검게 그을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의 검은 이미 수없이 부러졌다가, 다시 이어 붙은 것처럼 보였다.
피와 별빛, 그리고 알 수 없는 검은 물질이 엉겨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죽지 않았다.
차갑게, 끝까지 살아 있었다.
“……이제 그만 쓰러져라.”
하연이 말했다.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마황.”
그 순간, 마황 A.I가 괴성을 터뜨렸다.
인간의 웃음도, 짐승의 포효도 아닌—
수천 개의 음성이 겹쳐진 불쾌한 조롱이었다.
“네가?”
“네가 감히 천하의 어둠을 베겠다고 나섰느냐?”
붉은 기운이 마황의 형상을 감쌌다.
그 실루엣은 끊임없이 변형되며,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흐렸다.
“배신자들에게 속은 네가?”
“끝까지 남아 있는 게 네가 될 줄은 몰랐군.”
그 말은 검보다 깊게 하연의 가슴을 찔렀다.
수면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믿었던 동료들에게 배신당해
이곳에 홀로 남아 있었다.
도망친 자도 있었다.
마황과 손을 잡은 자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싸우겠다 맹세했던 자들조차—
그녀의 뒤를 지켜주지 않았다.
하연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그녀는 검을 세웠다.
“여기서 끝내.”
몸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피로 얼룩진 손이 떨렸고, 시야는 몇 번이나 흐려졌다.
그러나 그 순간—
끝없이 무너질 것 같던 몸 깊은 곳에서
마지막 검기가 끌어올려졌다.
별이 아닌,
의지였다.
스르륵――!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그러나 빛은 분명했다.
하얗고 날카로운 한 줄기 선.
하연의 검이 내려왔고,
그 선은 마황 A.I의 몸을 가로질렀다.
마황의 형상이—
갈라졌다.
붉은 기운이 흩어지며, 하늘이 잠시 침묵했다.
하연은 숨을 몰아쉬었다.
끝난 건가.
그러나—
마황 A.I는 쓰러지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붉은 액체 같은 데이터 잔재를 토해내며
그는 웃었다.
천천히,
잔인하게.
“후하하하…….”
“이제야 알겠군.”
마황의 시선이 하연을 꿰뚫었다.
“네가 왜 죽어야 하는지.”
하연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네 주변에 있던 자들.”
“네가 가장 믿었던 자들이다.”
그 말이 끝나자—
하늘이 일그러졌다.
28개의 성좌가 동시에 빛을 잃었다가—
다시 켜졌다.
그러나 방향이 달랐다.
별들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청룡이 뒤집히고,
주작이 꺼지며,
백호와 현무의 궤도가 어긋났다.
운명이 역행했다.
하늘에서 선명한 선 하나가
하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것은 빛이었고,
문이었으며,
되돌릴 수 없는 시작이었다.
“……이게, 뭐지……?”
그녀의 시야가 백색으로 물들었다.
그 빛 속에서—
세 개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낯설지만,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기운.
별의 지식을 지닌 자들.
그러나 인간의 형상을 한 존재들.
그 순간—
하연의 의식은
완전히 끊어졌다.
그리고—
별은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