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천여검星天女劍 3화

(SF 무협 환타지) 첨성대의 문양이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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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그거 경주시에 있는 그 첨성대를 이야기 하는 거야?"


하연의 말에 가스파르, 멜기오르, 발자타르 동방박사 세사람은 약속이나 한듯 어리둥절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연은 순간 속으로 아차거리며 앳된 17세 소녀의 톤으로 다시 말했다.



"첨성대가 뭐냐고?"


"흠 이거 두명의 여자와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뭐지 이런 특수한 분위기는?"


가스파르는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하연을 바라 보았다.


"좋습니다. 우리가 있는 이 가현계( 가상 현실계)의 특성을 살려 하연 제자님이 이해하기 쉽게 첨성대 이미지를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멜기오르가 공중을 향해 양손을 펼치자 놀랍게도 하늘에 거대한 첨성대의 가상이미지가 나타났다.


하연은 놀란 눈으로 거대한 첨성대의 이미지를 쳐다 보았다.


멜기오르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첨성대의 하단부 돌벽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어 내렸다.


“이 탑이 왜 관문이 되었는지 아십니까, 하연?”


하연이 고개를 저었다.


멜기오르의 손가락이 탑 중앙의 사각 창문,


바로 실제 첨성대의 관측창을 가리켰다.


“저 창(窓)은 단순한 관측구가 아닙니다. 신라인들은 하늘의 별자리를 맞추기 위해

이 창을 정확히 동서남북의 천구선과 일치하도록 배치했지요.”


그는 다시 탑의 돌층을 가리켰다.


“좌우로 정확히 27단의 돌. 하늘의 27개 층위, 곧 인간이 볼 수 없는 ‘천기(天機)’의 단계 수와 대응합니다.”


하연이 미세하게 눈썹을 움직였다.


멜기오르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첨성대의 심장—안쪽으로 이어지는 내부 사다리 흔적입니다. 신라 사람들은 저 사다리를 따라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의 별 아래로 내려간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 첨성대 전체를 바라보게 했다.


“하늘을 보는 탑이 아니라, 하늘 속으로 들어가는 탑. 이 첨성대는 원래부터 ‘현실과 가상(假想)의 경계가 가장 얇아지는 지점’이었지요.”


하연은 숨을 삼켰다.


멜기오르가 마지막으로 낮게 말했다.


“그래서 이곳이 관문이 된 겁니다.신라가 만든 가상천문계(假想天文界)——그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는 구조적·천문학적 조건을 유일하게 갖춘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하연, 지금부터 당신은 저 창문이 바라보는 별의 길을 그대로 밟아야 합니다. 그 길 끝이… 당신의 운명을 바꿀 테니까요.”






멜기오르와 동방박사들은 첨성대를 보여 주고 난뒤 하연에게 잠시 볼일이 있다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몇시간이 흘렀을까


하연은 홀로 계곡에 위치한 후미진 연못가에 서 있었다.



첨성대 앞에 서 있는 순간,

이상하게도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렸어.....

돌로만 쌓인 단순한 탑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돌과 돌 사이로 별빛이 스며들어 나오는 듯했다.


멜기오르가 보여준 고대 기록이 하연의 머리에 떠올랐다



“첨성은 하늘을 보되, 하늘 속으로 드나드는 자리라. 관(觀)은 위를 향하되, 누(入)는 아래로 난다.”

-天門記(천문기), 제7편



위로 보는 탑인데 아래로 들어간다고?


그 말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탑 중앙의 사각 창문을 마주하자 그 기록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저 창문은 단순히 하늘을 보는 틈이 아니라, 마치 별과 내 시선이 맞닿는 교차점이야!'


멜기오르는 말했다.


“신라인들은 저 창을 통해 육십갑자 중 특정 별이 흐르는 시간대를 읽었습니다. 그 시간대가 ‘세계 경계의 얇아짐’으로 기록되었지요.”



그리고 또 다른 기록.



“스물일곱 돌층은 스물일곱 하늘의 문의 수라. 그 층을 따라 내려가면, 본디 하늘 아래 또 다른 하늘이 있도다.”

星路抄(성로초), 제2권


‘내려간다’는 말이 계속 걸렸다. 탑은 올라가기 위한 구조인데, 왜 신라인들은 내려간다고 느꼈을까?


그러나 하연은 첨성대 안쪽, 흔적만 남은 사다리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그들은 이 탑을 위로의 입구가 아니라, 별 아래의 심연으로 이어지는 통로라 여겼던 것이다.


스승들은 그걸 “신라의 가상천문계(假想天文界)”라고 불렀다. 고대 신라인들에게는 별을 기록하는 일이 곧 천상(天上)에 닿는 행위였다면, 건축물 또한 그 믿음을 따라 “현실과 가상의 틈”에 맞춰 설계하였다.


하연은 손끝으로 첨성대의 거친 돌을 짚었다.


어딘가 따뜻하다.


정말로 별빛이 스며들고 있는 것처럼.


마지막 기록 한 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별이 부르면 길을 열고, 그 길을 걷는 자는 운명을 새긴다.”

新羅古謠(신라고요)


별이 부르는 길.

그리고 그 끝에서 운명을 새기는 자.

……정말 내가 그 길을 걷게 되는 걸까.

숨을 들이쉬자,

첨성대의 창문 너머에서 어딘가 울리는 듯한 별의 진동이 들려왔다.

기분 탓이 아니다.

하연은 직감했다.


'여기가 관문이다.

이 탑의 설계와 기록이 가리키는 모든 의미가

지금 이 순간 나를 향해 열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아아아악


하연이 고통의 비명의 질렀다.


그러자 어느 틈엔가 동방박사 세사람이 하연의 앞에 나타났다.


하연의 손에서 손가락 끝을 따라 은빛 기운이 흘렀다. 그리고 목 뒤 성인문이 미약하게 흔들리며, 하늘과 무언가 연결되는 감각이 밀려왔다.


“아 ……이건 수면계에서 인간계에서도 없던 느껴보지 못한 힘이야.”


그 순간, 가스파르가 하연에게 바짝 다가 왔다.


“제자님~! 드디어 첫 단계 시작이에요!”


“제자?”


하연은 곧장 인상을 찌푸렸다.


가스파르가 싱긋 웃으며 두 손을 모았다.


“성인문 각성은요— 감각과 기의 흐름을 하나로 묶는 기초 과정이에요. 지금 제자님은 하늘의 별에 조금 연결된 상태예요.”


하연은 대답 대신 연못 위로 손을 뻗었다.


순간, 연못의 물결이 반응했다.


슉――!


작은 별빛이 손끝에서 탄생해 허공에 흩어졌다.


가스파르가 환호했다.


“우와! 이렇게 빠르다니…… 역시 선택받은 자!”


하연은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힘, 제대로만 다루면 수면계의 나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어.’



그 순간, 멜기오르가 어딘가에서 기록판을 들고 나타났다.


“각성 수치 안정적입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하연은 주변이 혼란스러워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이번 가상계의 생은…… 수면계의 생처럼 당하지 않을거다.’


그녀의 눈동자가 별빛을 삼키듯 깊게 빛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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